메르세데스-벤츠의 콤팩트 시티카 브랜드 스마트는 지난 2010년 파리모터쇼에서 스마트 포투 전기자동차와 전기스쿠터, 그리고 전기자전거 콘셉트 모델인 'E-Bike'를 발표했다. 스마트 E-Bike는 고유가와 전 세계를 휩쓸던 친환경 트렌드를 배경으로 스마트 특유의 말끔한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를 가진 전기자전거란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스마트 E-Bike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멋쟁이 자전거 콘셉트가 아니다. 복잡한 도심을 보다 쾌적하게 누빌 수 있는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자동차나 모터사이클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으며, 도심의 교통 혼잡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E-Bike를 타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스타일리시하며 빠르다는 점이다.
 

자전거 마니아나, 기계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E-Bike의 제작 공정만 보아도 보통 자전거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파리모터쇼에 등장한 E-Bike 콘셉트는 프레임에서 바퀴까지 대부분의 부품을 CNC가공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웬만한 모터사이클 못지않은 정교한 설계와 조립으로 완성시켰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메이커의 콘셉트 모델은 일반 고객에게 판매되지 않는다. 아무리 멋진 모델이라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작년 7월 스마트 E-Bike의 양산모델을 새롭게 공개했다. 콘셉트 모델보다는 구조가 조금 더 단순해지고, 시판되는 자전거 부품을 장착해 가격을 낮추었다. 하지만 시티카 스마트를 닮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과 스마트폰 연동 같은 똑똑한 기능을 양산 모델에도 그대로 담았다.



스마트 E-바이크의 핸들바에는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다. 전용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자전거의 주행속도와 주행거리, 주행코스를 보여줄 뿐 아니라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와 심장박동수 같은 운동을 위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스마트 E-Bike와 전기스쿠터의 차이는 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을 이용해 달리는지의 여부다. E-Bike는 스로틀만 감아쥐면 속도를 내는 전기스쿠터와 달리, 모터가 있음에도 페달을 밟아야만 달릴 수 있다. 모터는 그저 사람에게 힘을 보태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차라리 전기스쿠터를 선택하겠다면 그것도 나름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전기스쿠터는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심지어 전기스쿠터를 타기 위해 면허를 따야 하는 나라도 있다. 반면 자전거는 면허가 없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다.



스마트 E-Bike는 모터의 힘에 의존하여 과속하지 않도록 최대속도가 시속 25km/h로 제한되어있다. 물론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그 이상의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단 모터는 시속 25km/h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작동을 멈추며, 사람의 힘으로만 달릴 때 가능하다.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전기모터를 이용해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약 50km 정도다. 이 정도라면 도시 근교에서 시내로 1시간 정도를 달려 출퇴근하기에 충분한 스펙이다.



내리막길을 달리거나 감속할 때는 이 모터가 발전기의 역할을 하며 배터리에 전기를 공급해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F1 레이싱카의 KERS(에너지 회생장치)와 같은 역할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브라부스 마크를 붙인 모델은 시속 4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모델은 바퀴도 카본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사실 이 바퀴는 젠티스 사의 MTB용 하이엔드 카본 휠에 모터를 장착하여 개조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스마트 E-Bike와 어울리는 또 다른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2년 공개한 스마트 포 어스(Smart for us) 콘셉트는 후방의 데크에 두 대의 스마트 E-Bike를 실을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독특한 차와 자전거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어떨까?’라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제안이다. 때로는 운전석에 앉아 가벼운 드라이빙을 즐기고, 공원이나 오솔길 같은 오감으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면 삶이 보다 즐거워지지 않을까? 물론 이 콘셉트카 같은 자동차를 운전하며 여유를 즐기는 삶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하고 치열한 시티라이프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상상해봤을 그런 모습이다.

전기자전거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며, 해마다 유럽에서만 100만대 이상의 전기자전거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세데스-벤츠 뿐 아니라 BMW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 유명 자전거 메이커에서도 앞 다투어 전기자전거를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스마트 E-Bike를 출시한 것은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스마트 E-Bike의 판매가격은 2,900유로, 우리 돈으로는 약 410만 원 정도다. 솔직히 누구나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도 사지 못할 만큼 비싸지는 않다. 엔진이 달린 스쿠터를 포기한다면, 몇 달 간의 교통비를 절약한다면 충분히 살 수 있을만한 가격이다. 게다가 평범한 자전거가 아닌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두 바퀴로 달리는 스마트’다. 남다르고 세련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는 즐거움은 스마트 E-Bike 오너만을 위한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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