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일대는 대한민국에서 낮 시간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고층 건물에는 사무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빌딩 하나하나마다 몇 천 명의 사람이 드나들며 업무를 본다. 도로는 쉽게 막히고 주차공간은 늘 부족하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편이 훨씬 빠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영국 런던은 오래된 도시지만 서울 이상으로 좁은 도로와 심한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BMW는 선수와 스텝들을 위해 200대의 전기자전거를 제공했다.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BMW의 자전거라면 브랜드의 인지도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돌아보게 된다. 더군다나 이 자전거는 모양새도 톡톡 튄다. 간단히 접을 수 있어 실용적일 뿐 아니라, BMW의 차세대 전기자동차 라인업인 i시리즈와 디자인이 일맥상통한다. BMW는 이 자전거에 i-페델렉(i-pedelec) 콘셉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페델렉이라는 이름은 페달과 일렉트릭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전기자전거를 뜻한다.
 

자전거의 스펙만으로 보면 여느 전기자전거와 큰 성능차이는 없다. 바퀴는 16인치이며 42V 리튬-망간 배터리와 허브모터를 탑재했고, 페달을 밟을 때의 압력을 감지해 모터가 힘을 보태는 ‘페달링 어시스트’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번 충전하면 25에서 40km의 거리를 최고속도 25km/h로 주행할 수 있는데, 언덕이 있거나 고속으로 주행할수록 배터리소모가 커 주행가능 거리는 짧아진다. BMW가 만들었다고 엄청난 성능을 내는 슈퍼바이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은 마치 X자 형태로 무척 독특하다. 프레임 중앙에 두 개의 피봇이 있으며, 간단히 접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알루미늄과 카본을 50:50의 비율로 사용해 최대한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량 소재를 이용했음에도 i-페델렉의 총 무게는 20kg이나 나간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무게 때문에 사실상 자전거를 접어서 들고 다니기는 어렵다.



BMW i-페델렉만 놓고 보면 조금 독특한 디자인의 전기자전거일 뿐이다. 하지만 BMW i-페델렉에게는 든든한 형제가 있다. BMW가 최근 양산모델을 출시한 i3 콘셉트다. BMW i3 콘셉트와 i-페델렉은 외모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비슷하며,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심 이동수단이라는 콘셉트도 닮았다. 게다가 이 둘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i3 콘셉트의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에 두 대의 i-페델렉을 실을 수 있다. BMW가 i-페델렉을 접이식 자전거로 디자인 한 이유다. 단순히 장거리 이동을 위해 자전거를 싣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i-페델렉은 i3의 트렁크에 탑재되어 있는 동안 배터리를 충전하며 다시 밖으로 뛰어나와 달릴 준비를 하게 된다.

i3는 단순히 장식으로 i-페델렉을 실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전기자동차라 해서 도심의 교통체증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피할 수는 있다. 도심지역으로 들어가기 직전 i3를 한적한 곳에 주차한 후 i-페델렉을 꺼내면 차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눈, 비, 강추위 같은 악천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러한 날은 차를 타더라도 평소보다 이동이 어렵다는 점에서 i-페델렉과 i3의 연계플레이는 매력적이다.
 

BMW i-페델렉은 비록 콘셉트 모델이지만 언제라도 양산될 수 있는 디자인이다. BMW i3의 양산모델에 전기자전거가 탑재된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선택사양으로라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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