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이라면 겨울이 얼마나 혹독한 계절인지 알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모터사이클은 고사하고 외부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고역인 시기다. 곧 영하 10대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예정되고 있다. 기상캐스터도 올해는 여름이 더웠던 만큼 겨울도 어마어마하게 추울 것이라고 연신 엄포를 놓고 있다. 겨울은 모터사이클 라이더가 가장 건너뛰고 싶은 계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잠시나마 모터사이클 대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며 돈독한 친분을 쌓기에는 좋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오랜 시간 사느라 바빠 연락하지 못했던 지인들과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라이더는 아무래도 술과 친하지 않다. 이동수단으로 모터사이클을 이용하면 음주를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연말 시즌이면 모터사이클은 아예 포기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비시즌이라도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연말 겸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래와 같이 색다른 선물로 갈증을 해소해주는 건 어떨까?
모터사이클 슬리퍼
모터사이클 시트에 앉아야만 탄다고 인정하겠다는 법이라도 있나? 신발처럼 신어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과 같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슈퍼스포츠, 투어러, 아메리칸... 모든 종류의 모터사이클을 발끝으로 느끼며 집 안을 누빌 수 있다. 단, 발을 자주 씻지 않으면 모터사이클에서 발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세차는 아주 간편하다. 세탁기에 물과 세제를 함께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면 해결된다. 꼭 모터사이클 마니아가 아니어도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혹시 내년에 새 모터사이클을 구입하고 싶다면 허락을 받아내야 하는 상대에게 이렇게 조금씩 모터사이클과 친해지도록 부추기는 것도 방법이다. ‘얼마나 좋으면...’하고 동정표를 살지도 모르는 일이다.
먹는 모터사이클 만들기
추워서 타기 어렵다면 나만의 모터사이클 만들어 먹을 수는 있다. 케이크나 젤리, 초코렛을 모터사이클 모양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몰딩(거푸집)을 전 세계에서 팔고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다만 당신의 숙련된 요리 스킬이 필요할 뿐이다. 아니면 당신의 사랑스러운 단일 컬러 모터사이클이 부서지거나 녹아 내리는 것을 멍청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오븐도 없고 요리도 할 줄 모른다던가, 다 귀찮으면 그냥 몰딩이라도 선물하자. ‘기념품’이라고 하면서 줘도 가치는 있다.
스쿠터용 핸들 워머
즐길 수는 없지만 근거리 이동용으로 반드시 모터사이클을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스쿠터를 이용하라고 추천하겠다. 스쿠터는 비교적 파워가 세지 않고 조작이 용이하니 노면을 살피며 조심히 달리면 큰 문제가 될 것도 없다. 하지만 방한 대책은 확실히 세워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핸들 워머다. 스쿠터는 모든 조작을 손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손이 얼어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을뿐더러 위기 순간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열선이 들어가는 장비에 비하면 설치도 간편하고 효과도 작지 않다. 만일 스쿠터를 꼭 이용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을 담아 핸들 워머를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MotoGP 온라인 관람권
‘화끈한 성격에 스쿠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열혈 라이딩족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MotoGP 선수들에게 바통을 넘기자. 우리가 타는 모터사이클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강력한 슈퍼바이크로 곡예에 가까운 라이딩 실력을 뽐내는 경기를 지켜보며 로렌조나 마르케즈에 빙의하도록 유도하자. 요즘은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등 다양한 카메라 촬영 기술이 발달해 선수의 라이딩 스킬을 훔쳐보기도 쉽다. 세계 챔피언은 스로틀을 어떻게 당기고 놓는지, 레버는 어떻게 조작하며 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꼼꼼히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겨우내 봐둔 레이서들의 스킬을 봄날 시즌이 되면 서킷에서 써먹어 보라고 권유하는 거다.
가정용 배터리 충전기
시즌이 됐을 때 말끔하게 세차한 모터사이클이 시동이 안 걸린다면? 그 답답함과 절망감에 대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집에서 편리하게 배터리를 가득 충전할 수 있는 가정용 배터리 충전기다. 모터사이클 배터리는 차량용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가벼운 편이다. 마이너스 단자부터 플러스 단자로 순서를 지켜 접속을 해제한 뒤 배터리를 꺼내 실내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겨울철 모터사이클 보관법 중 하나다. 이제 콘센트에 충전기를 꽂고 배터리를 충전해보자. 어차피 겨울은 길고도 길다. 따뜻한 바람을 쐬며 달릴 그 날을 상상하며 배터리를 새 것처럼 만들어 준비해 두자. 이런 아이템이야말로 모터사이클 오너만의 필수품이다.
모터사이클 의류나 기념품
모터사이클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마음의 위안은 삼을 수 있다. 똘망똘망한 새끼 곰 인형의 눈을 보면 더욱 그렇다. 트라이엄프는 물론 각 메이커에도 이런 귀여운 인형쯤은 하나씩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가죽 점퍼를 입은 곰인형은 트라이엄프 본네빌을 태우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이 밖에도 두카티, 할리데이비슨 등 전통을 중시하는 브랜드는 이런 캐릭터 인형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먼 바다를 건너온 앙증맞은 동물 인형들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모터사이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해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원래 이렇게 서서히 물들여 가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슈퍼바이크 게임
지구상 대부분의 남자는 게임을 좋아한다. 모터사이클 마니아라면 모터사이클 게임을 마다할 리 없다. 게다가 요즘 게임은 거의 게임을 넘어 가상현실 수준이다. 현실감이 넘치는 것은 물론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 게다가 더 대단한 것은 현재 SBK(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쉽)에 출전중인 최신 머신들을 전부 타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델별 엔진음이나 배기음 등도 생각 외로 잘 구현되어 있어 큰 화면과 스피커(혹은 헤드폰)만 있으면 무아지경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게임을 돌릴 수 있는 게임기인데, 이건 좀 비싸기 때문에 선물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게임을 선물하면 제 풀에 못 이겨 게임기는 스스로 구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모터사이클 피규어
남자들은 은근히 장난감을 좋아한다. 여자들이 보면 이해하지 못할 ‘모형’, ‘프라모델’과 같은 세밀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장난감들에 남자들은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더욱이 그게 자기가 좋아하는 모터사이클과 똑같이 생긴 피규어라면 어떨까?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타는 모델의 피규어를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혹은 그가 좋아하는 선수의 머신이나 브랜드의 가장 비싼 모델 피규어를 선물하는 것도 좋다. 현실세계에서 도무지 살 수 없을 것 같은 모델의 피규어는 더더욱 좋다. 정밀하고 크기가 큰 모형일수록 값이 비싸지지만, 매일 피규어를 바라보며 흐뭇해 할 당사자의 미소를 떠올리며 조금 더 인심 쓰도록 하자. 일 년에 한 번 주는 선물 아닌가?
산타 머그컵
이도 저도 다 싫다면 가장 저렴한 방법이 있다. 겨우내 뜨거운 커피나 차를 담을 수 있는 머그컵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전혀 부담 없는 최고의 선물이다. 값비싼 선물을 하기에 어색한 사이라면 이 정도로 성의 표시만 하는 것도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인간관계 유지에 백 배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말연시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회식이나 술자리에 불려 다니기 바쁘다. 평소에 인사하지 못했던 지인들과 인맥을 유지하고, 지난해를 돌아보기도 하는 뜻 깊은 시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별히 모터사이클을 좋아하거나 다음 해에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기회를 그냥 넘어가지 말자. 자연스럽게 돈독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술 값 한번, 커피 값 몇 번 아끼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니 한번쯤 ‘선물 찬스’를 써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하고 싶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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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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