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는 일본 4대 메이커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모터사이클과 함께 유명 악기사로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모터사이클 사업에도 성공적으로 데뷔해 오랜 시간 많은 야마하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을 양성했으며 야마하 특유의 색깔도 충분히 부여했다. 그런 야마하는 다른 모터사이클 메이커와 어떤 매력을 가졌을까? 물론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모터사이클 특유의 터프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성격을 들 수 있다. 그런 점은 전반적인 모터사이클 디자인이나 라이딩 특성 등에서 잘 드러난다.
아무래도 예술성이 돋보이는 악기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기 때문일까? 야마하는 모터사이클 특성에도 감성적인 면을 상당부분 녹여내는데 힘쓰고 있고, 모델에 따라서는 날카로운 핸들링 특성이나 예리함 등의 특성을 강조해왔다. 엔진도 마찬가지로 섬세한 세팅과 높은 rpm에서의 날카로운 응답성 등이 그런 치밀함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세심함을 가진 야마하 모터사이클은 새해를 맞아 수많은 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을 위해 깜찍한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모터사이클을 이용한 신년 카드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새해에 맞춰 등장한 신년 카드는 말 그대로 새해를 맞아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새로 다가오는 한 해간의 행운을 빌고 축복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야마하는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감동적인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종이를 이용한 입체 카드를 설계했다. 설계라고 하기에는 거창할지 모르지만 완성된 카드를 보면 의구심이 싹 사라질 것이다. 이 입체카드는 기대이상으로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POP-UP GREETING CARD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종이 카드들은 총 9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는 야마하 모터사이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테마도 있지만 큰 테두리는 ‘자연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첫 주인공은 야마하 SR400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클래식 바이크인 SR400은 공랭 단기통 엔진으로 심플한 구성과 가벼운 느낌의 기본형 스트리트 모터사이클이다. 특유의 작고 가벼운 장점을 살려 많은 모터사이클 입문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물론 마니아 층이 매우 두텁다. 여성 라이더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넓게 사랑 받아 온 모델이다.
도심을 배경으로 하는 분위기의 이 카드를 열면 SR400이 카드를 뚫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속이 답답한 도심을 탈출해 자연으로 떠나고 싶은 일상 속의 사람들을 충분히 자극시킨다. 마치 ‘올 한해는 갑갑한 도심 속에 갇혀있지만 말고 여행을 떠나는 일탈의 여유를 가져보세요’라고 권장하는 것 같은 메시지다.
두 번째는 오프로드 바이크를 모델로 울창한 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밀한 묘사는 다른 카드에 비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충분히 상쾌한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드는 카드다. 첩첩 산중처럼 묘사되어 있는 나무들도 생동감 넘친다.
이 테마는 ‘청새치를 낚으러 가자!’는 테마로 모터사이클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야마하는 모터사이클뿐 아니라 물 위를 달리는 모터 보트나 수상 스키 등 각종 해상 스포츠 기기도 만든다. 바다 한 가운데로 청새치를 떠나는 낚시 여행은 야마하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거다. 입술에 낚시 바늘이 걸린 것 치고는 상당히 밝은 표정을 한 청새치가 수면을 멋지게 뛰어오르며 카드를 받는 이에게 바다의 상쾌함을 전하고 있다.
야마하가 만드는 엔진 달린 탈 것 중에는 겨울에 눈 위에서 움직이는 스노모빌도 있다. 요즘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스키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노모빌을 잘 살펴보면 야마하 로고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카드를 열면 빨간색 헬멧을 쓴 라이더가 모는 스노모빌을 마주하게 된다. 스노모빌 뒤에 보이는 통나무집과 눈사람이 귀엽다.
‘처음으로 바이크를 타고 출근’하는 테마의 카드도 있다. 말쑥한 정장차림의 직장인이 출근하면서 새로 장만한 시그너스 스쿠터 앞에 서 흐뭇하게 웃는 장면이다. 살짝 보이는 집안에는 강아지도 마중 나와 있으며 주인공은 남자나 여자 직장인 맘에 드는 사람으로 할 수 있다. 새해 첫 출근은 스쿠터로 시작하라는 야마하의 메시지와 더불어 ‘올해도 열심히 일하라’는 숨은 뜻도 담겨있어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카드다.
거대한 야마하 제트스키가 등장하는 카드도 있다. 올 여름에는 꼭 제트스키를 타고 자유를 만끽하라는 메시지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멋지게 수상 스포츠용 장비를 갖추고 제트스키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모험심을 자극한다. 이렇듯 땅에서의 스포츠만 고집하지 않는 것이 야마하다.
어드벤처 투어러인 슈퍼 테네레가 등장하는 이 카드는 어드벤처 투어러들의 로망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다. 강렬한 야마하 블루 색상이 돋보이는 슈퍼 테네레와 함께 한 카드 속의 라이더가 무척 부러워 보이는 장면이다. 협곡 사이를 질주하는 슈퍼 테네레의 위용과 함께 당장 슈퍼 테네레를 타고 붉은 대지를 달려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테마가 더 있지만 눈에 띄는 카드 중심으로 살펴봤다. 이 카드들은 야마하 일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그대로 출력해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 물론 얇은 A4용지보다는 조금 두꺼운 종이로 출력하면 더욱 좋겠다. 마치 어렸을 적 프라모델을 조립했던 기억을 살려 차분히 만들어보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카드 제작이 가능한 모든 도면은 물론 카드 봉투를 만들 수 있는 도면도 제공된다. 또 디테일한 느낌까지 잘 살릴 수 있는 노하우가 적힌 상세 설명서도 PDF 파일로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해 만들면 좋겠다. 모터사이클을 사랑하는 지인을 위해 특별하고도 손 때 묻은 정성스런 카드를 선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오밀조밀 종이 공예를 하다보면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프로젝트를 만든 야마하 특유의 ‘소녀 감성’이 돋보여 주목하게 된다. 과연 일본 브랜드의 섬세함이나 소박함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야마하는 이와 같은 신년 카드 제작에 그치지 않고 ‘정밀 종이 공예’를 통해 더욱 더 심화된 예술적 경지에 우리를 데려다 놓으려 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공개하겠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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