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부사라는 이름은 모터사이클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닉네임이다. 세계 최초로 양산차 실측 시속 300킬로미터의 속도를 낸 모터사이클로 기록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야부사는 앞으로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모터사이클임은 틀림없다.

 

 

하야부사는 특히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바람을 가를 것 같은 공기역학적 생김새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페어링에 크게 쓰인 매 준(準)자의 이니셜도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그 데칼 한 장만 봐도 일본 제품 특유의 느낌이 잘 드러난다. 대부분 사람이 ‘아, 그 한자 쓰여 있는 오토바이?’라고 기억할 정도니 그 상징성을 알만하다.

 

 

하야부사는 특히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몇 안 되는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특히 도로가 길게 뻗어있는 미 대륙에서 강력하게 어필해 왔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다. 200마력에 달하는 파워와 고속 순항성이 주특기인 하야부사의 손꼽히는 장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이 부합되기 때문이다.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려도 마치 잔잔한 바다를 순항 하듯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하야부사. 그런 장점은 유럽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복잡한 도심과 산길의 비중이 적잖은 지역에서 발휘하기에 아무래도 아쉽긴 하다. 고속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운 도로 환경 탓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통행이 가능한 유럽 대륙에서는 비교적 만족도가 높다.

 

 

2011년 크게 증가된 파워를 가진 1,340cc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된 뒤에도 꾸준한 인기를 끌어 온 하야부사는 직진 주행성 뿐 아니라 핸들링 성능도 다듬어 화제가 됐다. 스즈키가 ‘직진 대장’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모터사이클 특유의 예리한 운동성을 살려내는 데 집중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물론 그래도 리터 클래스 슈퍼스포츠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무게가 장비 중량 기준 260킬로그램에 이르기 때문이다.

 

 

넘치는 파워 덕에 하야부사가 지적받는 부분은 그 반대편에 있는 것 들이다. 대표적으로 파워를 커버할 만한 제동성능이 문제됐다. 그래서 스즈키의 대부분 차량에 사용되어 온 토키코 브레이크를 포기하고 과감히 공인된 네임 밸류의 브렘보를 택했다. 마치 레이싱 사양인 것 같은 이미지로 양각 로고를 붉게 칠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까지 신경써야할 만큼 하야부사에게 있어 제동력에 대한 논란은 골칫거리였다.

 

 

 

 

 

클러치는 기존과 같은 백토크 제한 시스템을 적용해 고회전에서 급 감속하며 기어를 내려도 뒤 타이어가 그립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어디까지나 돕는 수준이지만 이런 시스템이 없는 구형 모델과 비교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급히 제동 상황마다 클러치 연결에 대한 부담이 한결 덜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스포츠 모터사이클에서 빠질 수 없는 장비가 됐다.

 

 

하야부사가 경쟁 모델인 가와사키 ZZR-1400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섀시가 엔진을 껴안은 형태다. 스즈키가 오랜 시간 사용해 온 스포츠 바이크용 트윈 스파 프레임을 쓴 하야부사와 넘치는 크기의 엔진을 거대한 백본 구조처럼 위에서 붙잡아 매달아 놓은 듯한 형상의 모노 코크 프레임을 쓴 ZZR-1400. 모터사이클 제작의 시작인 섀시 설계가 다르니 강성이나 유연함의 특징도 천차만별이다.

 

 

1.3리터를 넘는 수랭 엔진을 감싸 안은 프레임은 존재감이 대단하다. 시트에 앉으면 마치 황소 위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모노 코크 프레임에 비해 사이즈가 양 옆으로 비대해지면 운전자와 일체감이 떨어지는 등 약점들이 있다.

 

반면 운동성이나 강성 면에서는 오랜 시간 데이터를 쌓아 온 스즈키 스포츠 바이크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신뢰가 높다. 정비사들은 모노코크 프레임의 난해한 정비성을 논하면서 오랜 시간 손에 익은 트윈 스파 프레임을 선호한다지만 운전자는 안정성이나 조종성을 감안해 고민하면 된다.

 

 

앞 서스펜션은 DLC(Diamond Like Carbon) 코팅 된 이너 튜브를 갖춰 마찰 저항을 한계에 가깝게 줄였다. 이 바이크 역시 서킷을 달리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부드러운 서스펜션 응답성이 특히 승차감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긴 알루미늄 합금 스윙 암 역시 그러한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의 고속에서도 높은 트랙션(노면 추종력)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긴 차체와 더불어 노면의 미세한 요철은 웃어넘기듯 지날 수 있다.

 

 

1999년 첫 등장한 하야부사는 ‘스즈키와 가와사키의 속도 경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쪽에서 최고속 바이크를 런칭하면 얼마 안가 저 쪽에서 조금 더 최고속을 높인 모델을 내놓는 식으로 경쟁해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숫자 몇 눈금을 두고 엄청난 개발비를 낭비해 유치한 싸움을 했었다며 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런 경쟁이 없어 시시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메이커 간 싸움이 아예 종식된 것은 아니다. 단지 달라진 것은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닌 조종성, 편의성, 감성 등 훨씬 고차원적인 경쟁이 예전에 비해 티나지 않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용한 싸움이 더 무섭다고 오히려 개발자들은 신 모델이나 개선 모델을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스트레스 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모터사이클 메이커나 특정 모델을 가리켜 부르는 애칭이 있다. 이를테면 가와사키를 카위(Kawi), 스즈키 GSX-R 시리즈를 직서(Gixxer), 하야부사는부사(Busa)라 부르며 친근하게 인식하고 있다. 주로 특징이 뚜렷하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면 애칭을 붙이기 마련이다. 전 세계 모터사이클을 통틀어 봐도 이만큼 상징성이 큰 바이크가 드물다. 그것도 ‘가장 빠른’ 닉네임이 어울리는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바이크가 바로 하야부사다.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콕 집어 나무랄 구석이 없어진 초고속 투어러. 사람들은 여전히 하야부사를 스즈키의 명물로 손꼽는다. 지난 15년간 쌓아 온 뚜렷한 이미지 ‘초고속 머신’이라는 이미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파격적이었던 디자인의 독특함도 이제 식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꾸준함이 하야부사의 이미지를 지켜오는 데 큰 몫을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이쪽에 더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몇 년을 못 버티고 유행 따라 이미지를 탈바꿈해야 하는 모델보다 소유하는 자의 기쁨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뭐든 그렇지만 유행을 잘 타는 조급한 모델들은 마치 성형중독을 가진 여자처럼 매력이 떨어진다. 하야부사는 성능의 개선을 떠나 앞으로도 배신 없이 오너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모터사이클로 남게 될 것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