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을 잘 모르는 사람도 남자의 바이크, 가와사키 닌자는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혼다에 CBR이 있다면 가와사키는 닌자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다의 부드러운 강인함에 열광할 때, 가와사키는 기계 본연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어필했다.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 바이크 시리즈인 닌자다. ‘닌자’라는 닉네임이 유명해진 계기는 간단하다. 가와사키가 내놓은 GPZ900R이 해외의 유명 매거진에 소개되면서 ‘미국을 침공한 닌자’라는 식으로 언급해 유명세를 탄 것이다. 가와사키 본사에서는 이때를 이용해 ‘닌자’라는 이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 닉네임이야말로 가와사키 스포츠 바이크의 대명사로 매우 적절했다. 서양의 고객들에게 그 때까지만 해도 미지의 세계였던 동양의 신비한 이미지를 충분히 풍기면서도, 일본 색채를 띠는 닌자가 ‘암살자’를 의미하는 부분 또한 강인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떠올리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2014년을 맞은 가와사키는 상징적인 닌자 브랜드의 30주년을 기념했다.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의 기준을 설정했던 그들은 30년 동안 많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한 번도 놓치는 적이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닌자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자 고집이기도 하다.

 

 

1984년에 데뷔 한 첫 번째 닌자, GPZ900R은 그 시작이었다. 영화 ‘탑 건’에서 톰 크루즈의 애마로 등장한 GPZ의 남성적인 이미지와 함께 미국 시장에 가와사키를 알린 주역이기도 하다. GPZ900R은 당시로써 혁신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수랭식 4밸브 DOHC 병렬 4기통 엔진은 다이아몬드 형 프레임에 장착돼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또한 높은 공기역학적 풀 페어링이 장착되어 고속 성능도 타 바이크와 비교해 우월했다.

 

 

당시 GPZ900R이 혜성처럼 등장해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매출은 1984년에 이미 최고점을 찍고 전 세계의 언론에서 ‘올해의 바이크’로 선정하며 칭송하기 바빴다. 측면 드라이브 캠, 다이아몬드 형 프레임 등 차별화 된 섀시를 바탕으로 뿜어내는 고출력 스포츠바이크는 닌자 이름을 단 GPZ900R이 유일했다. 그 이후 몇 년 동안에도 길게 인기를 이어갔던 명차 중의 명차로 꼽힌다.

 

 

특성을 그대로 살린 채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발전해 온 닌자의 패러다임은 여전히 이어져 왔다. 그로부터 30년이 된 지금, 고출력에 집착하던 원초적인 닌자의 특성에 다양한 레이싱 기술을 접목해 지금도 DNA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슈퍼바이크 뿐 아니다. 닌자 ZX-14(ZZR1400R)이야 말로 가와사키의 주력 모델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성능을 제공한다.

 

 

작년 2013년 월드 슈퍼 바이크 챔피언십에서는 단순히 ‘직진 대장’ 이미지를 보여 왔던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는 기회였다. 닌자 ZX-10R 슈퍼바이크가 전 세계의 모든 슈퍼바이크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고성능 이미지는 가장 아래 모델인 닌자 250이나 300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인기가 높다. 세계 최강 슈퍼바이크의 이미지가 엔트리 모델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는 것이다. 그런 점들이 소비자들을 또 한 번 자극하기도 한다.

 

 

가와사키는 애플이 매킨토시를 만든 1984년과 같은 30주년을 맞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모든 닌자의 아버지인 GPZ900R을 추억하며 기념행사를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0주년 이벤트는 2014년 시즌을 달릴 가와사키 레이싱 팀을 소개함과 동시에 언론에 공개됐다.

 

 

가와사키는 “닌자는 현재와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오랜 시간 유지해왔고 무엇보다도 성능 면에서 언제나 최고를 추구해왔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노력했고 올 해 우리의 WSBK 우승을 ZX-10R과 함께 할 것이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또 “과거에 한 번 이라도 닌자를 소유했던 라이더, 그리고 현재 소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소유할 계획인 라이더에게 우리만이 가진 본질적인 가와사키의 정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닌자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닌자라는 서브 브랜드 이미지가 가와사키의 정체성을 확립해 온 것에 대한 자긍심이 묻어났다.

 

 

지난 30년간을 장식한 닌자 주요 모델 소개

 

 

GPZ900R

 

2밸브 4기통 모델인 스포츠 바이크 Z1의 진화형. Z1은 70년 대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어 가와사키의 대표 스포츠 바이크로 자리 잡았다. 가와사키는 다시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 바이크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GPZ900R이다. 1984년에 발매, 수랭 DOHC 16밸브 병렬 4기통을 장착해 기록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6단 기어를 장착했고 908cc 엔진으로 115마력을 냈으며 시속 250킬로미터를 낼 수 있는 초고성능 모터사이클이었다. 쿼터마일(0-400미터)을 10.5초에 달렸으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 바이크로 단숨에 등극했다. 동시에 수많은 모터사이클 전문 매체에서 ‘올해의 모터사이클’ 상을 수여했다.

 

안티 다이빙 포크, 16인치 프론트 휠, 유니트랙 리어 서스펜션과 고속 주행성을 대폭 높인 하프 페어링을 장착했다. 새로운 스포츠 바이크의 스타일을 만들어냈으며 새로운 디자인의 캠 구동 방식을 통해 콤팩트한 4기통 엔진과 함께 밀착감이 좋은 차체를 유지했다. 이 후 오랜 시간 동안 큰 인기를 얻으며 생산을 계속했다.

 

 

GPZ600R

 

GPZ900R 이 발매된 이후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600cc 클래스의 슈퍼 스포츠 카테고리를 원해왔다. 북미에서 작은 닌자로 통했던 이 모델은 우수한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패키지와 함께 병렬 4기통 600cc의 엔진을 채용해 인기가 높았다. 특히 섹시한 바디라인을 가진 덕에 많은 입문자들의 워너비 바이크였으며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ZX-10

 

1988년에 등장한 ZX-10은 견고한 알루미늄 E-박스 프레임을 뼈대로 더욱 높은 속도에서 안정감 높은 주행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동급 중 가장 가벼운 225킬로그램의 무게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사이클로 가와사키의 위상을 지켜냈다. 순정 상태로 시속 270킬로미터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ZXR750

 

ZX-10과 같은 시​​기에 생산된 스포츠 바이크 ZXR750은 보다 본격적인 슈퍼바이크였다. 경주에도 적합한 설계를 가졌으며 개념상 새로운 라인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와사키의 전설적 레이서인 스콧 러셀는 이 모델을 타고 1992년 데이토나, 그리고 AMA 슈퍼 바이크 챔피언쉽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는 1993년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도 참전하며 가와사키의 레이싱 이미지를 더욱 높여놓았다.

 

 

ZX-11

 

1990년에 등장한 ZX-11은 147마력의 괴력을 발휘한 스포츠 바이크였다. ZZ-R1100의 계보이며 전면 카울에 에어 덕트를 장비해 엔진 출력을 대폭 증가하는 램 에어 시스템을 구현했다. 몬스터 바이크로 불린 이 모델은 시속 320킬로미터까지 적힌 속도계를 장비해 많은 라이더에게 충격을 줬다. 향후 6년 동안 전 세계의 양산 바이크를 꼽아 속도의 왕으로 꼽혀 온 스포츠 바이크다. 한 동안 가와사키의 주력 모델이었다.

 

 

ZZ-R1100

 

ZZ-R1100은 가와사키의 최고속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탄생했다. 게다가 엔진 출력 뿐 아니라 섀시에도 많은 공을 들여 안정성을 대폭 높이는 데 성공한 모델이었다. 가벼운 알루미늄 프레임, 보강된 램 에어 시스템, 더 크고 믿을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 등으로 무장해 1993년 데뷔했다.

 

 

ZX-9R

 

소싯적 우리나라에서도 무식한 바이크라고 불렸던 1994년형 대형 슈퍼스포츠 바이크다. ZXR750 디자인을 참고로 설계했으며 트윈 램 에어 시스템을 장비해 원활한 공기 공급을 도왔다. 기본적으로 알루미늄 섀시 구조를 채용해 높은 안정성 속에 수준 높은 코너링 퍼포먼스를 추구했다.

 

 

ZX-7R

 

현재도 베스트 모터사이클 디자인으로 꼽힐 정도로 가와사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꼽힌다. ZX-7R은 슈퍼스포츠 바이크로써 1993년 세계 슈퍼 바이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닌자 ZX-7RR의 양산형 버전이었다. 확장된 사이즈의 듀얼 램 에어 덕트가 출력을 더욱 높였고 새로운 설계의 짧은 스트로크 엔진을 채용해 빠른 응답성을 확보했다. 또한 코너링 머신으로 정평이 날 만큼 고속 코너링 밸런스가 뛰어났으며, WSBK 우승 머신의 호멀러게이션(레이스 머신의 순정 버전) 모델인 ZX-7RR은 비싼 가격에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큰 인기를 누렸다.

 

 

ZX-12R

 

밀레니엄을 맞아 닌자 시리즈의 새로운 플래그쉽 모델로 등극한 ZX-12R. 보스 닌자라는 애칭으로도 불린 이 모델은 최고속 왕좌를 이어가기 위해 개발됐다. 다른 의미로도 가치가 높은 ZX-12R은 최초의 대량 생산 된 알루미늄 모노코크 프레임을 탑재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 178마력의 최대 출력을 가진 DOHC 16밸브 수랭 병렬 4기통 엔진은 가와사키의 첨단 기술이 녹아있는 결정체다. 또한 전에 없던 공기역학적 설계로 독특한 기능성을 자랑한다. 본격적인 스포츠 바이크를 추구했으나 코너링 밸런스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아 독특한 설계 자체에 가치를 둔다.

 

 

ZX-6R

 

ZX-6R은 미들 클래스 스포츠 바이크로써 일반용 버전인 636cc ZX-6R과, 경주에도 참가할 수 있는 배기량을 가진 600cc 버전의 ZX-6RR로 나누어 판매했다. 동급 중에서도 엔진 출력만큼은 최고를 기록했으며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 된 닌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모델이다. ZX-6R이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트랙용 스포츠 바이크로써의 닌자 이미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ZX-10R

 

2004년, 닌자가 GPZ900R로 탄생한 이후 20주년을 맞으며 전 세계의 언론에 소개된 가와사키의 새로운 리터 클래스 슈퍼바이크다. 리터 클래스에 준하는 ZX-9R은 단순한 스트리트 스포츠 바이크로 구분되고 ZX-10R이 본격적인 슈퍼바이크로써 데뷔한 것. 오로지 트랙에서의 고성능을 위해 설계된 슈퍼스포츠다.

 

최대 출력은 175마력으로 동급에 비해도 우수한데다 단 170킬로그램에 그치는 중량 덕에 파워웨이트 레이쇼(Power to weight ratio, 마력 대 중량비)를 1:1 미만으로 끌어내린 양산 바이크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높은 ZX-10R은 놀라운 성능과 레이서 친화적인 특징이 고스란히 발휘돼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 각종 레이스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석권했으며, 많은 매체로부터 ‘마스터 바이크’로 인정받으며 풀 체인지 된 2006년까지 다수 수상한 전력이 있다.

 

 

ZX-14(ZZR1400R)

 

가와사키 팬이라면 ZX-14의 발매에 기뻐하지 않았을 리 없다. ‘최대’ 혹은 ‘최고’에 집착하는 가와사키가 만든 최대 배기량 최고 출력의 뉴 모델이 ZX-14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만들어 온 엔진에 비해도 크게 차이나는 파워를 가진 ZX-14는 공기 역학적 풀 페어링을 뒤덮어 시속 300킬로미터 돌파는 물론 고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 궁극의 고속 스포츠 바이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새로운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를 특징으로 최신 기술과 장인정신을 잘 결합했다는 본보기가 됐다. 성능과 핸들링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으며 어느 정도는 목표에 다가섰다는 좋은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슈퍼스포츠인 ZX-10R과 ZX-6R은 현재에도 꾸준히 개선되어 각 레이스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그 덕에 판매량에서도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닌자 300과 같은 엔트리 모델도 그 후광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닌자다운 성능과 디자인 등 다양한 매력 요소를 잘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바이크로 오랜 시간 캐치프라이를 걸어왔던 그들이 닌자만의 오랜 아이덴티티를 이어 이제는 단순한 이미지만이 아닌 객관적 성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닌자’라는 독특한 닉네임 덕분에 가와사키의 명확한 색깔이 정해진 것처럼 앞으로도 가와사키다운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능 뿐 아니라 닌자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마케팅 또한 꾸준히 이어져야 지금과 같은 파급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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