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는 1988년 다카르 랠리에 내보냈던 DR-Z 머신을 콘셉트로 세상이 놀랄만한 듀얼 퍼포즈를 내놓았다. 해마다 등장하는 이미지 쇄신용 모델이 아니다. 전설을 계승하며 또한 고객에게 진정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스즈키가 가진 최신 기술을 대폭 적용하며 무려 6년을 투자한 결과물이다.
풀 체인지 된 V-STROM은 이전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V-STROM을 깨끗이 잊을 수 있을 만큼 모든 부분이 새롭게 설계되었다. 온로드 주행의 안락성을 우선했던 기존의 큰 덩치를 과감히 버리고, 초기형 모델 1990년 DR-BIG을 재해석해 랠리 콘셉트에 가까운 모터사이클로 재창조했다.
특히 다양한 지형이 혼재되어있는 유럽 현지에서의 주도면밀한 테스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현지 라이더들의 의견을 대폭 수렴해 진정으로 라이더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담기 위해 노력했다. 1,000cc를 살짝 웃도는 배기량이나 차체의 크기, 핸들바의 높이, 시트 포지션 등 모든 설정을 실제 듀얼 퍼포즈를 즐기는 라이더들이 선호 하는 대로 맞추어 나갔다.
스즈키는 신형 V-STROM에 대해 마치 자식을 낳은 어머니처럼 이야기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 스즈키의 사활을 걸고 만든 모델이라는 뜻이다. 그런 그들이 신형 V-STROM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사활을 걸 만큼 집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의문에 대한 해답이 개발진과의 인터뷰에 녹아있다. 그들이 진정 추구했던 ‘라이더를 위한 듀얼 퍼포즈’는 무엇일지 들어보기로 했다.
제품 기획 그룹 모터사이클 제품 기획부 프로덕트 플래너
이치마루 토모히사
Q. 스즈키에서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지요?
저는 1997년 스즈키에 입사했어요. 영업 부문에서 3년을 보내고, 2000년도에 모터사이클 제품 기획부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는 LT-Z400, ATV 및 Bandit 계열의 GSR 시리즈와 같은 네이키드 제품 기획을 맡게 됐죠.
저는 신형 V-STROM 650 개발 프로젝트부터 어드벤처 투어링 모델을 담당했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제품 기획부터 콘셉트 작업이나 목표 성능을 설정하는 일을 담당 했어요. 개인적인 취미는 바이크 투어링인데요. Bandit1200S, 하야부사, 08년식 V-STROM 650을 거친 뒤 지금은 신형 V-STROM 650 ABS와 약간 오래된 RMX250을 타고 있습니다.
Q. V-STROM을 소유했던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요.
네. 구형 모델의 V-STROM 650을 개인적으로 소유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에 V-STROM 650의 모델 체인지 기획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신형 V-STROM 650 개발 작업을 통해 더욱 좋은 모델이 된 것을 체감하고 개인적으로 신형도 한 대 구입했죠. (웃음)
개인적인 취미가 장거리 투어링이기 때문에 봄과 여름에는 매년 한 주 동안 투어링을 가곤 합니다. 사실 그 계기로 구형 V-STROM 650의 장점이나 부족한 부분은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제품이야말로 완성도 높은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개발팀 전원이 유럽으로 떠났어요. 현지를 직접 달려보는 경험을 토대로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쏟았습니다.
Q. 그렇다면 투어링용 모터사이클이 커버해야하는 주행거리는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음, 목적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하루에 400킬로미터 정도를 주행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봄이나 여름의 장거리 투어링에서는 1주일에 보통 2~3,000km 정도를 달립니다.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선 개인마다 다르겠죠. 저는 라이더가 모터사이클과 소통하고 사람과 기계가 하나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야말로 라이딩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장거리 투어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즐기고 싶을 겁니다. 개발을 담당하는 우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투어링용 모터사이클이 고속 구간에서의 편안한가, 그리고 넉넉하고 편리한 수납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가 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모터사이클을 탈 때에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즐거운 느낌이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새로운 V-STROM에 이 모든 것들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복감을 주는 그러한 요소들 덕분에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드벤처 투어링 모터사이클이 각광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제품 콘셉트와 개발 과정에 관해 듣고 싶습니다.
저희는 전 세계적으로 V-STROM 650에 대한 고객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V-STROM 650의 콘셉트는 '투어링 머신으로써의 편안한 운행, 뛰어난 범용성과 더불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새로운 V-STROM 1000의 개발은 V-STROM 650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습니다만, 이것을 더욱 진화시켜 재미있고 편안한 투어링을 위한 최고의 ‘어드벤쳐 투어러’ 로 발전시켰습니다. 고배기량 특유의 충분한 파워와 높은 주행성능을 가져서 장거리 투어링에선 쾌적하고, 간접적으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없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유럽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을 알 수 있었나요?
저희는 유럽 현지를 둘러보며 조사한 결과, 어드벤처 투어링 기종을 즐기는 고객들은 대부분 모터사이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라이딩 스킬이 뛰어난 40세 이상의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현지 라이더 및 딜러들의 진솔한 이야기 또한 들을 수 있었어요.
실제로 알프스 인근을 목적지로 약 1주일간 유럽 투어링을 떠나 현지 교통이나 도로 사정을 체험했습니다. 고객들에게 직접 묻거나 현지를 실제로 투어링 해보기도 했죠. 또 사용자의 일상적인 출퇴근은 물론 휴가를 이용해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투어링에 이르기까지 어드벤쳐 모터사이클을 정말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그들의 모터사이클 라이프는 정말 다양한 상황 속에 있었죠. 그 덕분에 저희 개발팀은 사용자 입장에서의 다양한 모터사이클 활용 방법과 도로 환경 및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V-STROM 1000의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죠.
Q. 편안한 투어링을 위해 착안한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는 달리는 중에는 편하고 즐겁지만,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매우 크고 부담스러워 위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맹점이죠. 또한 도심 안의 와인딩을 위해 크기와 무게를 최적화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들은 이런 부분들이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의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죠. 새로운 V-STROM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다양한 분들이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거기서 첫 목표로 정한 것은 차체의 경량화였습니다. 차체 각 부분을 철저하게 경량화를 이끌어냈죠. 이런 노력의 결과로 시트에 앉았을 때의 가벼움, 차체를 일으킬 때의 가벼움, 편안한 핸들링으로 이어졌습니다. 거기에 시트 높이를 낮추기 위한 노력과 함께 발을 딛는 부분을 슬림하게 하여 다리가 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V-트윈 엔진만이 가진 슬림한 디자인의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합니다.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는데 있어 발생되는 다양한 도로 환경과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선 다양한 기능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휠베이스를 확대하고 프레임의 강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경량화를 이루어 안정성을 대폭 끌어올렸습니다. 19인치의 대형 프런트 휠을 채용해 뛰어난 안정성과 민첩성으로 최적화된 주행을 도모했고요. ABS 또한 표준 장비로 탑재되어 있으며, 앞 브레이크 캘리퍼는 슈퍼바이크인 2011년형 GSX-R1000부터 사용된 최고사양 래디얼 마운트 모노블럭 캘리퍼와 동일합니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을 스즈키 모터사이클 최초로 도입한 것도 큰 결단이 필요했죠. 서스펜션의 경우 안정성과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도립식 프런트 포크를 내장했습니다. 운전자의 편안한 라이딩을 위해 라이딩 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도 했죠.
Q. 엔진의 특징을 개발하는데 있어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다면?
V트윈 엔진만의 가속 필링과 배기음도 주행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번에는 기존 V-STROM 1000 엔진을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만 내부는 대부분 바뀌었을 정도로 전체적인 개량이 이루어졌죠. 고속 영역에서 느껴지는 관능성은 유지하면서 저/중속의 사용하기 편리한 특성을 살리고 실제 가속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필링을 상세하게 말씀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타기 쉬운 점 뿐 아니라 조작 자체가 매우 즐거운 엔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투어링 모터사이클이라면 역시 수납 시스템도 중요할 텐데요. 어떻게 구성했나요?
풀 사이즈 3분할 러기지 박스(사이드 및 탑 케이스)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V-STROM 650에 장착해 사용 하고 있고요. 이번 V-STROM 1000 프로젝트 에서는 3분할 수납 케이스를 기존보다 더욱 중시했어요. 차량의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차량과 함께 디자인했죠. 무엇보다도 차량과 일체감이 들 수 있도록 디자인 했습니다. 사이드 백은 고속 주행 시에도 핸들링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Q,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소감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는 스즈키로서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스즈키만이 만들 수 있는 모터사이클’ 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현지 조사 과정에서 딜러, 고객분들 및 현재 V-STROM을 소유하고 계신 모든 오너들로부터 스즈키의 어드벤처 투어링에 대해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즈키로써 어떠한 바이크로 보답해야 할지에 대해 사내에서도 많은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그 외에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장거리 투어링을 좋아하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즐겁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V-STROM을 타는 고객들은 모터사이클 경험이 풍부한 분들입니다. 그러한 분들을 위한 모델이기에 개발에 있어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었죠. 각 팀원들은 개발 기간 동안 이러한 의지를 가지고 개발에 임했습니다.
저로서는 V-STROM 개발기간 동안 정말 다양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며, 진정으로 행복했습니다. 현재 V-STROM 650을 소유하고 계신 고객들, 또는 구형 V-STROM 1000 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은 물론 전 세계의 모든 투어링을 좋아하는 고객 분들께, 부디 한번 시승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저희가 새롭게 만든 V-STROM의 특성들, 다루기 쉽고도 즐거운 다양한 요소들을 꼭 직접 체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자인 그는 모터사이클 기획을 담당하기 앞서 스스로가 어드벤처 투어링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스즈키만이 가질 수 있는 듀얼 퍼포즈 모터사이클의 즐거움을 기획하고자 자신의 경험을 쏟아 붓는 것은 물론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의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와 그의 팀이 한 일은 스즈키의 플래그쉽이 될 V-STROM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많은 부담감을 갖고 시작했던 프로젝트였고, 6년의 오랜 시간동안 공들인 흔치 않은 모델이다. V-STROM은 누구나 다루기 쉽고 즐겁게 타기 쉬운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를 목표한 만큼 그동안 덩치 크고 다루기 어려운 대형 어드벤처 투어러의 기에 눌려 라이딩 기회를 갖지 못했던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독특한 스타일로 주목 받았던 1988년 DR750S의 가치를 2014년 재탄생한 V-STROM 1000으로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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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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