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모토라드를 대표하는 엔진은 누가 뭐래도 수평대향 2기통 엔진, 박서(Boxer)다. 모터사이클 중에서는 BMW 모토라드만이 이 독특한 형상의 엔진을 고집하고 있다. 수평대향이란 말 그대로 두 개의 피스톤이 마주본 형태로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누워있는 형태다.

따라서 겉에서 볼 때 우람한 연료 탱크보다도 양 쪽으로 크게 튀어나와 기계적 볼륨감이 압도적이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 감각은 마치 자동차처럼 부드럽고 토크특성은 묵직하면서도 펀치감이 도드라지는 특징을 가졌다. BMW 모토라드가 원조인 이 엔진은 BMW의 기술력과 정통성이 잘 녹아있는 역사의 산물이다.

얼마 전 복고 콘셉트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던 R NineT를 공개했던 BMW 모토라드는 다시 한 번 이 박서 엔진을 사용한 모터사이클을 Concorso d'Eleganza Villa d'Este에서 데뷔하기로 했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자동차 그란 루쏘 쿠페, 자가토 쿠페, 그리고 현재 R NineT로 판매되고 있는 콘셉트 90과 같이 굵직한 프로토타입을 이곳에서 발표해 왔다.

이 역사적인 자동차 쇼에서 공개되는 콘셉트 모터사이클은 달리기 성능에 충실한 고성능 로드스터다. R NineT로 양산된 콘셉트 90과 달리 이 로드스터는 신형 수랭 박서 엔진을 사용했다. 듀얼퍼포즈인 신형 GS 어드벤처와 럭셔리 투어러인 R1200RT에도 적용된 이 엔진은 125마력을 발휘하는 역대 최강의 박서 엔진이다.

BMW 모토라드가 가장 아끼는 박서 엔진의 최신형을 탑재한 로드스터 콘셉트는 네이키드 스타일의 디자인에서 엔진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디자인 포인트임을 부각했다. 엔진 커버에 각인 된 네온 옐로우 컬러의 이니셜 R은 박서 엔진을 상징하는 알파벳이자 로드스터의 상징이다.

콘셉트 로드스터의 전체 분위기는 Low-in-front. Tall-in-back이라고 하는 날카로운 느낌을 기본으로 한다. 해석하자면 낮은 앞머리에서 시작해 뒤로 갈수록 높게 치솟는 자세, 즉 곧 달려 나가기 위해 웅크린 야수와 같은 공격적 모습이다.

로드스터의 가장 뒷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하나의 알루미늄 덩어리를 가공해 금속 질감이 적나라하다. 시트는 천공 가죽을 사용했고 네온 옐로우 컬러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강약을 조절했다. 거대한 조각 같은 연료탱크는 비머(BMW)를 상징하는 로고와 함께 전체의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냄과 동시에 스테인리스 스틸 스트라이프 무늬가 속도감을 더한다.

또한 금속으로 포인트를 준 블랙 컬러 라디에이터는 알루미늄 공기 흡입구가 강인한 인상을 준다. 헤드라이트는 마치 영웅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마스크 같다. 헤드라이트는 고광량 LED 램프로 배열되어 있고 계기반 커버는 알루미늄으로 어디하나 엉성한 구석이 없다.

또 다른 눈길을 끄는 요소는 엔진 스포일러다. 배기 파이프 아래로 시작되는 알루미늄 스포일러는 배기 촉매로 보이는 박스에 연결되어 언더 스포일러 역할을 겸한다. 공기 역학으로 이득이라는 BMW 모토라드의 주장과는 또 다른 의미로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고성능 로드스터를 표방한 이상 고성능 수랭 엔진 뿐 아니라 섀시,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성능도 높게 설정되어 있다. 레이싱 사양과 같은 레드라벨 브렘보와 올린즈 서스펜션이 접목되어 최고의 밸런스를 BMW 모토라드가 최종 조율한 형태다. 강인한 분위기를 위해 황금의 상징 올린즈도 시크한 블랙 컬러 아우터 튜브로 포장됐다.

전면에서 보면 황소와도 같은 우람한 체격에 떠오르는 모델이 있다. 얼마 전 ‘수퍼 네이키드 바이크’로 유명세를 떨친 KTM 1290 수퍼듀크의 콘셉트 모델과 분위기가 닮았다. 그들이 ‘네이키드’라는 카테고리를 지명한 것과 달리 BMW 모토라드는 ‘로드스터’다. BMW 모터사이클만 가진 독특한 카테고리인 ‘로드스터’는 제대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수퍼바이크에 단지 페어링을 떼어 낸 ‘네이키드’가 아닌 고성능 로드스터. 달리기만을 위해 필요한 부품만 장착해 만든다는 의미의 로드스터는 새로운 콘셉트 모델이 어떤 성격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드러낸다.

R90 콘셉트 모델이 클래식 로드스터 R NineT로 양산되었듯, 이번 로드스터 콘셉트 모델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자세를 연출할 수 있는 텔레스코픽 포크를 장착한 점은 R NineT와도 실루엣이 유사하지만 고성능을 목표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어쩌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신형 R1200R의 프로토타입 일지도 모른다.

GP머신의 날카로운 꽁무니를 탐하듯 뾰족하게 솟은 엉덩이를 보면 사뭇 고혹적이다. 과연 이 충격적인 느낌 그대로 양산 판매될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 보는 것 또한 콘셉트 모델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다. 아무튼 확실한 건, 박서 엔진은 부드럽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여러분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줄만한 모델이 곧 눈앞에 아른 거릴 예정이라는 사실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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