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강원도 양양에서 8구간을 마지막으로 2014 투르 드 코리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과 새롭게 떠오른 스타들이 사이클 팬들을 설레게 했다. 종합 시상식을 통해 각 부문 저지의 주인공들이 정해졌지만 그 밖에 투르 드 코리아 경기 치러진 일주일 동안 우리에게 감동을 준 순간과 선수들을 라이드매거진 편집부에서 선정해 봤다. 

베스트 퍼포먼스 라이더

코레일 사이클링 팀 장경구

지금 대한민국 엘리트 사이클 선수 중 가장 핫 한 선수가 바로 장경구 다.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서도 여지없이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며 마지막 최종 시상식에서 산악왕 저지를 차지 했다.

하지만 투르 드 코리아 첫날은 장경구 선수에게 순탄치 못했다. 산악왕 저지를 가져왔지만 선두그룹과 시간차를 둔 후미 그룹과 골인하여 선두와 무려 9분 58초를 뒤쳐져 골인하고 말았다. 이날 시간을 잃지 않았다면 올해 개인종합 우승도 가능했을 것이다. 장경구 선수를 비롯하여 첫날 9분의 시간을 잃은 각 팀의 에이스들이 종합우승을 포기하고 각 부문 저지와 스테이지 우승 사냥에 집중했기 때문에 올해 투르드 코리아는 어느 때보다 브레이크 어웨이 시도와 포인트 경쟁이 치열했다.

장경구 선수의 압도적 기량이 가장 빛난 경기는 6번째 구간 경기였다. 4번의 산악 구간에서 3개를 1위로 독식하고 나머지 1개에서는 2위로 포인트를 가져갔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테이지 우승까지 차지하며 산악왕 부문 경쟁자들의 의지를 압도적인 점수 차로 무너뜨려 버렸다. 사실상 이날 2014 투르 드 코리아의 산악왕 경쟁을 종식 시켜버린 것이다.

베스트 퍼포먼스 팀

라파 콘돌 JLT





개인 종합 우승과 베스트 영라이더, 3번의 스테이지 우승까지, 훤칠한 영국 청년들은 투르 드 코리아를 휩쓸고 갔다. 라파 콘돌 JLT 2011년 에드워드 클랜시 선수의 스테이지5 구간우승을 제외하면 별다른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아직 소년티가 남아 있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라파 콘돌 JLT는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중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도로사이클 경기 중 특히 투어 경기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간 지속되는 긴 경기다. 반면에 종합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은 한두 개 스테이지 중에 결정 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축한 힘을 쏟아내어 승리를 차지하는 능력은 많은 경기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수에게서나 볼 수 있다. 도로 사이클 투어 경기에서 선수들의 전성기가 30대로 여기어 지는 점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경험 많은 선수에게서나 찾아 볼 수 있는 노련함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라파 콘돌의 젊은 청년들에게서 나왔다. 라파 콘돌 JLT는 레이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순간 판단력이 뛰어나다.

투르 드 코리아는 국제사이클연맹에 아시아 투어 2.1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 중 선수들의 무전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경기 중 선수가 팀카로 오기 위해 펠로톤을 이탈 하지 않는 이상 감독이 지시를 내릴 수 없다. 즉 투르 드 코리아 에서는 선수가 스스로 경기 흐름을 읽고 팀의 전략을 위해 행동을 결정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2013 투르 드 코리아에서 라파 콘돌 JLT의 마이클 큐밍이 종합 우승을 차지할수 있었던 결정적인 순간은 스테이지6에서 팀원들의 희생으로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에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7 마지막 진고개를 오르는 펠로톤에서 종합순위 3위에 랭크되어 있던 라파 콘돌 JLT의 휴 카티와 옐로우 저지의 시간차는 불과 8초 차이였다. 게다가 스테이지를 우승을 차지하면 보너스 타임이 10초가 주어지기 때문에 종합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종합순위의 문을 두르릴 수 있는 선수들이 모두 숨죽이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결승선을 4km 남긴 지점, 휴 카티 보다 먼저 공격에 나선 선수는 팀 동료인 리처드 핸들리 였다. 컨디션이 좋은 선수라면 리처드의 어택에 반응할 것이기 때문에 경쟁선수들을 떠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어택에 반응하여 선수들이 따라 나온다면 현재 종합순위에 근접한 휴 카티는 그룹 후미에서 체력을 보존하다가 골인 지점 가까이에서 어택을 감행해서 스테이지를 차지할 수 있다.  만약 아무도 리처드의 공격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리처드는 그대로 페이스를 유지해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해 버리면 그만 인 것이다. 사이클 본고장 유럽에서 도메스티크 라고 불리는 도움선수의 역할은 이러한 경기 전략 때문에 매우 중요히 여기여 진다.

결국 리처드를 추격하며 선두 그룹은 힘이 빠져 페이스가 느려지기 시작하고 골인 2km를 남긴 지점에서 휴 카티가 어택으로 선두와 거리를 벌려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고 보너스 타임 10초를 받아 종합 선두로 올라선다. 팀원인 리처드의 전략적 공격이 휴 카티의 선두 탈환에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다.


 


베스트 헤프닝

금산 인삼 첼로 최형민 선수의 코스이탈 사고


 


도로 사이클 경기는 야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낙차사고는 물론이고 관중난입, 코스 이탈 등 수많은 변수가 빈번히 발생하여 심판들과 선수들은 경기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러한 사건이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서도 발생하였다. 바로 스테이지 7의 피니쉬를 불과 100m 앞둔 지점이었다.

스테이지 7 진고개 피니쉬를 2km 정도 앞둔 지점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노리기 위한 휴 카티의 어택이 시작 되었다. 어택은 강렬하여 모터사이클 심판까지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급가속을 해야 할 정도였다. 선두 그룹에서는 어택에 반응 할지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휴 카티는 그룹과 점점 더 멀어져만 갔고 이미 골인지점 1km 앞까지 도달한 휴 카티가 스테이지 우승과 보너스 타임을 모두 가져갈 것이 명백했다.

그때 선두 그룹에서 1명의 선수가 나와 오르막 구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추격하여 휴 카티의 저돌적인 공격에 제동을 걸었다. 바로 금산 인삼 첼로의 최형민 선수 이었다. 이제 골인 지점을 불과 5백 미터 앞둔 상황, 두 선수 모두 종합 순위 상위에 랭크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스테이지 우승을 하여 보너스 타임을 차지하면 옐로우 저지를 입을 수 있었다. 이번 투르 드 코리아의 최종 우승자를 결정짓는 정말 중요한 스테이지 우승이다. 최형민 선수는 차분히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지만 휴 카티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표정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최형민 선수의 스테이지 우승이 확정 이었다.

이제 피니쉬 전 200m 지점 간판이 보이고 두 선수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엉덩이를 들려는 순간 최형민 선수가 그만 팀 카 진입로로 들어가고 만 것이다. 아마도 팀 카 진행 표지판을 보고 코스로 착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최형민 선수는 코스를 다시 돌아 골인하여 휴 카티와 7초 차이, 2위로 골인하였다. 진고개 피니쉬를 보기위해 나온 갤러리들과 심판들, 팀 관계자들까지 모두 놀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휴 카티가 골인 하면서 계속 뒤를 돌아본 이유도 라이벌의 불운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을 것이다. 만약 최형민 선수가 코스이탈을 하지 않았더라면? 2014 투르 드 코리아 옐로우 저지의 주인공이 누구였을지는 모르는 것이다.              

베스트 브라더후드

장선재, 장찬재 형제


 


이 두 선수는 친 형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으로 참가한 장선재와 OCBC 싱가폴 사이클링의 장찬재 선수의 이야기다. 형인 장선재는 트랙 종목에서 동생인 장찬재는 도로사이클 종목에서 수많은 우승경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형제 사이클 선수이다. 우애좋기로 알려진 형제 이며 동료로 때로는 경쟁자로 서로 도와가며 선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 5에서 장찬재 선수가 라스트 스프린트 경합 중 낙차 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자전거 경기에서 낙차사고는 뗄 수 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낙차한 선수와 함께 경주에 참가한 동료들 그리고 선수 가족들은 마음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 함께 참가한 동생의 상처를 본 장선재 선수의 마음은 너무나도 아팟을 것이다. 무거운 마음과 동생에 대한 응원을 자신의 SNS 에 남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남은 스테이지에서 부상당한 장찬재 선수의 몫까지 타려는 듯 계속해서 브레이크 어웨이를 시도하는 좋은 경기내용을 보여주었다. 장선재, 장찬재 선수가 보여준 형제애와 멋진 경기에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베스트 포텐셜 팀

서울 사이클링 팀

서울 사이클링은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거쳐 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사이클 팀 이다. 2012년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하여 현재는 유망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젊은 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대한민국에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는 조호성 코치가 플레잉 코치로서 지도자겸 선수를 맡고 있고 도로 경기에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이기석, 선수, 스프린터 박경호, 차세대 클라이머 이승권, 개인 추발 월드챔피언 박상훈, 신예 김옥철 선수 등 장래가 유망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올해 투르 드 코리아에서 권준오 선수가 4구간 우승을 차지했다. 매년 서울 시청의 젊은 차세대 선수들이 담금질 되어 단단해 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 많으니 내 년 투르 드 코리아와 남은 국내 경기들을 기대해 본다.

베스트 피니쉬 세레모니

KSPO 박성백의 스테이지 8 구간 우승 세레모니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선수의 세레모니에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우승에 대한 기쁨도 있겠지만 그동안 겪은 고통과 인내를 보상받는 희열에서 오는 격한 감정의 표출이 느껴진다. 투어 경기에서 마지막 날 스테이지 우승은 가장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작년 투르 드 코리아의 마지막 스테이지는 서준용 선수가 우승하였는데 올해는 박성백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여 KSPO는 2년 연속 마지막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되었다.

박성백은 투르 드 코리아를 2번 종합우승했으며 지난 런던 올림픽 도로 사이클 경기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참가했던 베테랑 도로 사이클 선수로 클라이밍, 스프린트 두 분야 모두 뛰어난 올라운더 타입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로 선수이자 2회 종합우승이라는 경력이 있는 만큼 매년 박성백 선수에게 팬들과 팀에서 가지는 기대가 높다. 올해 첫 스테이지에서의 이변으로 선두와 9분 58초라는 큰 시간을 잃으며 종합 순위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말았다. 그 이후 계속해서 스테이지 우승과 포인트 저지 획득을 시도했지만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으며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날 스테이지 우승을 결정 지으며 보여준 세레모니에서 그동안의 중압감을 날려버리며 포효하는 박성백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올해 투르 드 코리아에서 가장 멋진 세레모니였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사이클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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