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해치백 모델들은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실용성과 디자인 그리고 동력성능을 꽤 좋은 가격에 내놓는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의 골프나 오펠의 코르사, 포드 피에스타는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해치백의 대표 모델들이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푸조의 모델은 바로 308이다.

 

푸조 308은 지난해 5월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국내에는 바로 6월 30일 상륙했다. 푸조는 전통적으로 승용모델에는 세 자릿수 작명법을 그리고 SUV에는 네자리수 작명법으로 차명을 만든다. 308은 2007년에 처음 등장했고 시리즈의 모태가 된 304는 1969년에 첫선을 보였다. 당시 소형모델인 204와 중형 모델인 404의 중간급 모델이었던 304는 지속적인 개선을 보이며 많은 판매량으로 푸조의 효자모델 중 하나였다.

 


푸조 308의 이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세 자릿수 숫자로 자동차의 유형을 밝혔다면 ‘3’은 차급을 ‘8’로는 모델 체인지 회수 즉 ‘세대’를 나타낸다. 그래서 마이너 체인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번 푸조 308은 파워트레인과 섀시 그리고 파워트레인의 변화를 단행한 신형 모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명을 308로 유지했다는 것은 푸조가 지금까지의 작명법에 변화를 보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어떤 전략인지 푸조 측에서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대체로 이런 작명법은 지난 수십 년 간 신차를 쏟아내면서 모두 소진되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308은 이름대로 푸조의 소형 해치백 모델로 국내외에서 아성을 떨치고 있는 폭스바겐 골프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단숨에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3일간의 시승 후 소감은 ‘가능성은 충분하다’였다. 연비가 우수한 디젤엔진과 매끈한 실내외 디자인은 최근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입자동차 구매의 키워드다. 거기에 푸조 308은 정확히 답한다. 푸조가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조롱받았던 울컥거리는 승차감을 308에서는 아이신 6단 자동미션을 통해 해결했다. 플랫폼도 새롭게 선보이는 EMP(Efficient Modular Platform) 2를 적용했다. 새로운 플랫폼은 이전 모델보다 140kg의 경량화를 단행했다. 대부분 배선과 부품의 경량화를 통해서 만듦으로써 설계 단계에서부터 변화를 추구했다.

 

엔진은 유로 6 기준을 만족하는 4기통 블루 HDi로 유럽기준 연비가 무려 리터당 24.4km이다. 전형적인 2박스 구조의 푸조 308은 내부 디자인도 화끈하게 갈아 치웠다. 푸조는 검은색 바탕에 반무광 크롬을 꽤 감각적 디자인으로 고안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장 피에르 블루가 PSA 그룹 총괄자로 자리를 옮기면서 푸조의 디자이너가 된 질 비달(gilles vidal)은 푸조의 정체성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푸조 308의 전면부 모습은 과장되지 않은 프런트 그릴과 낮고 넓게 퍼지면서도 안개등과 조화를 이룬 크롬장식의 범퍼는 날렵한 헤드램프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LED 주간주행등도 치켜뜬 헤드램프에 강렬한 인상을 부여한다. 전체적으로 전면부의 포지션은 낮고 넓게 느껴진다. 안정감 있는 디자인으로 최근 신차의 경향 중 하나다. 측면 디자인은 전형적인 해치백 형태다. C필러가 두툼하고 캐릭터 라인을 추가해 푸조만의 디자인으로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리어램프는 'ㄷ'자형으로 입체적이면서도 세련미를 간직하고 있다. 또 이 테일램프는 푸조의 상징인 사자의 사나운 발톱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17인치 5스포크 알루미늄 휠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로 푸조 308이 발휘하는 엔진의 힘을 도로에 흩뿌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테리어는 푸조 308의 백미 중 백미다. 안정감과 세련된 감각적 디자인 그리고 천장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야간 운전의 재미도 한껏 누려볼 수 있다. 시트는 알칸트라 소재의 천연가죽을 혼합해 착좌감과 함께 미끄러짐도 방지한다. 그리고 안마기능이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그다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널찍한 대시보드와 아이 콕핏(i-cockpit)이라 불리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담긴 9.7인치 LCD 패널로 답답한 인상이 사라진다. 그리고 조금은 작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35cm로 실제로도 작은 편이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의 좌우가 다르다. 그리고 작은 스티어링 휠 안쪽에서 계기판을 보는 것이 아니고 휠을 넘어서 보는 방식이다. 이것은 주행 중 시야의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과거 푸조 208 출시 한국을 방문했던 푸조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신용옥씨가 설명한 바가 있다.

 

푸조의 해치백 모델은 과거부터 빠릿빠릿하고 날렵한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물론 승차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세가 모아지는 바람에 스포티한 맛은 과거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푸조 308은 즐겁게 운전을 ‘즐길’ 수 있다.
푸조 308 시승모델은 2리터 배기량에 4기통 블루HDi 디젤엔진을 탑재해 15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37.8kg·m을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아이신제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시원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특히 시속 0km부터 160km까지 뻗어 나가는 파워는 동급에서는 느끼기 힘든 호쾌함이다. 

 

코너링에서는 좀 더 다른 느낌이다. FF방식의 약간 언더스티어가 나타나지만 넓어진 좌우넓이와 미쉐린 타이어의 조합으로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코너를 빠져나와 엑셀을 밟아 속력을 올릴 때의 쾌감이 상쾌하게 전해진다.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 뒤의 조작 레버와 버튼의 플라스틱 느낌은 고급스럽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레버들은 사용하기 편리하다. 스포츠 모드와 스노 모드는 노멀보다 더 특별하지 않지만 기분을 바꿔보긴 좋다. 국내시장 판매가격은 2.0 블루HDi 악티브(Active)와 펠린(Feline)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3,390만원과 3,740만원이다.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2014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2014)’로 선정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푸조 308이 속한 C세그먼트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모두 제품을 내놓고 있는 전쟁터다. BMW와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모두 모델을 가지고 있고 폭스바겐과 포드, 오펠 등은 전통적으로 C세그먼트의 강자였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5월에만 폭스바겐이 골프 2.0을 311대 판매했을 때 푸조는 브랜드 전체의 5개월간 판매량이 222대 였다. 따라서 판매량을 올려야 할 푸조 308은 푸조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분명하다. 그리고 시승을 통해서 확인해 본 결과 충분히 기대를 걸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