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의 국내법인 트렉코리아가 지난 7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트렉월드 코리아(이하 트렉월드)’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2014년 하반기에 국내 출시될 트렉의 2015년 전 모델을 전시회로, 코엑스 1층 A4 전시관을 150여대의 자전거가 가득 채웠다. 작년에 열린 트렉월드 행사와 비교하면 전시의 규모나 내용면에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 트렉은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 자전거 브랜드로 국내의 자전거 마니아들 중에 트렉 브랜드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트렉의 명성에 비해 국내 자전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렉 바이시클 본사는 어린이용 자전거에서 세계 일주용 투어링바이크까지 다양한 자전거를 매년 출시해 왔지만 과거 국내 수입사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 제품은 몇몇 인기 모델에 한정되었다.
하지만 트렉 바이시클은 국내 법인인 트렉코리아를 출범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트렉은 MTB와 로드바이크를 비롯한 레저·스포츠용 자전거와 도심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시티바이크, 투어링바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자전거 라인업을 국내에 선보인다. 트렉 자전거와 가장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본트래거 의류와 슈즈, 헬멧, 액세서리를 본격적으로 국내 출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을 통해 검증된 자전거 피팅 시스템인 프리시즌 핏의 도입처럼 라이더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트렉은 국내 자전거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의 기존 레저·스포츠용 자전거 시장에서 매년 판매되는 자전거의 70% 이상이 MTB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로드바이크 시장은 급성장 해왔고, 로드바이크의 판매량은 MTB와 비슷하거나 웃돌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급격한 시장변화는 유례가 없는 것이며, 트렉은 국내 자전거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자전거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4 TREK BICYCLE 에몬다 시리즈 출시, 로드바이크 라인업의 완성
올해 트렉월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자전거는 에몬다 시리즈다. 트렉 에몬다는 힐클라임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로드바이크로, 최상위 모델인 에몬다 SLR 10 모델은 시판되는 완성차 그대로의 무게가 4.65kg에 불과하다. 특수 제작된 컴포넌트가 아닌 본트래거와 튠 컴포넌트와 스램 레드22 구동계 같은 기성 부품을 장착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더했다.
에몬다 SLR 10은 일종의 ‘슈퍼스타’다. 4.65kg이라는 무게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실히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무게보다 중요한 것은 트렉이 에몬다 시리즈를 내놓음으로서 트렉의 로드바이크 라인업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트렉은 ‘Choose your weapon(네 무기를 선택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트렉 마돈은 ‘AERO(공기역학)’, 도마니는 ‘SMOOTH(부드러움)’, 에몬다는 ‘LIGHTWEIGHT(경량)’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매끄러운 아스팔트길을 내달려 피니쉬라인을 향해 돌격하는 스프린터에게는 마돈이, 거칠고 험한 길도 극복해야 하는 엔듀어런스(endurance) 라이딩을 즐긴다면 도마니가 어울린다. 언덕을 쏜살같이 달려오를 힐 클라이머에게 어울리는 자전거는? 두말할 필요 없이 깃털같이 가벼운 무게의 로드바이크 에몬다다.
트렉의 엔듀어런스 바이크 도마니는 디스크브레이크 장착 모델이 라인업에 추가되었다. 등급에 따라 시마노의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시스템 탑재 모델 뿐 아니라, 브레이크 케이블로 작동하는 방식의 텍트로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디스크브레이크 모델이 등장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트렉 도마니는 ISOSPEED 디커플러라는 진동흡수재를 적용하여 장거리 라이딩과 거친 도로주행의 피로를 줄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의 파비앙 칸첼라라 선수는 작년 트렉 도마니를 타고 험난한 코스로 유명한 파리-루베 레이스에서 우승한 바 있다. 트렉코리아는 파리-루베의 유명한 돌길 ‘파베’를 재현한 시승코스를 만들어 도마니를 직접 시승해볼 수 있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삼총사로 이루어진 로드바이크 라인업은 트렉과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는 스페셜라이즈드와 매치된다. 마돈/도마니/에몬다 삼총사는 벤지/루베/타막과 비교되며 실력을 겨루게 되지 않을까? *
* 트렉과 스페셜라이즈드의 로드바이크 라인업을 비교하자면, 스페셜라이즈드 타막은 트렉 마돈과 에몬다의 중간적 성격, 스페셜라이즈드 벤지는 트렉 마돈에 에어로다이내믹스를 더한 대신 무겁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각 모델이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1대1로 성능우위를 직접 비교평가 하기는 어렵다.
본트래거, 트렉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컴포넌트와 기어
자전거 메이커가 만든 의류와 신발, 패션을 추구하는 이라면 자전거 메이커가 아닌 각 분야 전문 메이커의 제품을 쓰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트래거의 사이클링웨어와 슈즈를 우습게 본다면 물건을 보는 눈이 높거나, 혹은 아예 볼 줄 모르는 것이라 감히 말한다. 트렉의 자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인 만큼, 트렉 자전거를 탄다면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이며 품질도 굉장히 뛰어나다.
평소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는 기자지만, 본트래거 XXX 시리즈는 기자의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로드바이크용 슈즈의 완성도가 놀랍다. 갑피를 재봉 없이 한 장의 가죽으로 만들었고 보아 다이얼 시스템과 카본 밑창을 적용했다. 브랜드에 대한 편견이 없다면 시판되는 사이클링 슈즈 중 이만한 완성도를 가진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이엔드 급 사이클링 슈즈 뿐 아니라 입문자를 위한 엔트리 급 모델, 그리고 포디엄 슈즈까지 선보였다. 포디엄 슈즈의 원래 용도는 사이클링 슈즈를 벗은 사이클리스트가 대회 현장에서 신기 위한 것이지만, 슬림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이 무척 예쁘니 운동화로 신기에도 좋아 보인다.
에몬다 SLR 10에 장착된 본트래거 XXX 인티그레이티드 바/스템 또한 탐나는 제품이다. 카본 핸들바와 스템을 일체형으로 성형했는데, 무게가 236g에 불과한 초경량 제품이다. 게다가 가격도 59만9000원으로 ‘저렴하다’. 시판되는 애프터마켓용 핸들바 중 과연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이정도 무게의 스템 일체형 핸들바가 또 있을까?
트렉의 신형 핸들바와 스템에는 속도계, 라이트, 스마트폰 등의 장치를 깔끔하게 장착할 수 있는 통합형 솔루션인 ‘블렌더’ 디자인이 적용된다. 특히 스마트폰의 장착이 중요한 기능인데, 올해부터 삼성전자가 트렉 바이시클과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 기업 간의 협력이 자전거 라이더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미 그 결과물이 나왔다.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 중에 ‘ANT+'라는 기능을 지원하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면, 트렉 자전거에 장착된 듀오트랩S 센서와 바로 연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자전거에 장착하기만 하면 내비게이션 겸 속도계, 피트니스 매니저로 변신한다. 복잡한 장치를 설치할 필요 없고, 무척 간단하며, ANT+가 아니더라도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아이폰이나 다른 스마트폰과도 연동 가능하다. 듀오트랩S 센서의 가격은 5만 5000원으로 여타 디지털 피트니스용품과 비교하면 큰 부담 없는 수준이다.
스마트 휠 사이즈, 라이더의 신장에 맞는 프레임과 휠
MTB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26인치 휠이 빠르게 사라지는 대신, 그 자리를 27.5인치(650b)와 29인치가 차지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에 많이 쓰이는 하드테일 MTB의 경우 충분한 힘과 체력을 가진 라이더가 탔을 때 29인치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만, 동호인들은 보다 편안하고 다루기 쉬운 27.5인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6인치를 탔던 많은 MTB라이더들이 새로운 자전거를 고르면서 27.5와 29인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많은 고민을 하곤 한다.
27.5와 29인치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트렉은 라이더의 신장을 기준으로 새로운 선택 방법을 제시한다. 트렉의 하드테일 MTB는 27.5인치와 29인치 휠을 탑재한 모델이 모두 나오는데, 이 중 작은 사이즈의 프레임에 27.5인치 휠을 적용하고 큰 사이즈 프레임에는 29인치 휠을 적용함으로서 ‘자신의 몸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면서 적절한 휠 사이즈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풀서스펜션 MTB의 경우 크로스컨트리 및 트레일 라이딩에 적합한 슈퍼플라이 FS와 퓨얼 EX는 두 가지 휠 사이즈를 모두 지원하는 반면, 그래비티 장르에 가까운 레머디와 세션은 27.5인치 모델만을 제공한다. 또한 트렉은 퓨엘 EX와 레머디를 비롯한 풀서스펜션 MTB 모델에 F1레이스카 서스펜션 개발사인 펜스케와 공동 개발하고 튜닝한 ‘Re:aktiv’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시티바이크 & 투어링바이크
한편 트렉은 다양한 시티바이크와 투어링 바이크 라인업을 전시해 시선을 끌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시티바이크가 많이 판매되지 않는다. 도시건 시골이건 라이딩 환경에 따라 디자인 된 자전거가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용 자전거 = 저렴한 자전거라는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렉 코리아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X 시리즈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시티바이크 모델과 도시와 어울리는 다양한 디자인의 자전거들, 그리고 투어링바이크까지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비록 많지는 않다고 하나 다양한 자전거를 원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한 스마트한 피트니스 라이딩을 위한 듀오트랩S 센서와 블렌더 디자인 파츠는 시티바이크에도 적용된다. 시티바이크에 관심이 많다면 충전과 관리가 간편한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를 자전거에 내장한 LYNC 디자인에도 주목할 만하다.
만약 자전거로 세계 여행을 준비하려면 어떤 자전거를 타야 할까? 아마 트렉이 아닌 다른 자전거 메이커라면 MTB를 권하겠지만, 트렉이라면 랙과 패니어를 장착하고 디스크브레이크와 드롭 핸들바, 튼튼한 부품들로 꾸며진 장착된 장거리 투어링 바이크를 며칠 안에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트렉 코리아가 다양한 자전거 라인업을 구축하는 이유다.
글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라이드매거진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르노코리아,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연말 고객 시승 이벤트 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