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넓고 안락한 실내 공간, 다이내믹한 주행감각, 어떠한 길도 돌파할 수 있는 험로극복 능력 등 다양한 욕구에 따라 차종을 선택하고 소비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아우르는 메타욕구가 있으니 바로 ‘예쁘고 멋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성능과 가격 조건이면 좀 더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의 공통된 심리라 할 수 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자세히 살펴보면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자동차라고 다를까? 같은 브랜드에서 만든 자동차라도 그 디자인은 가지각색이다. 또한 같은 모델이라도 세대가 바뀌면 그 디자인을 달리해 출시해야 하니 디자인 담당 부서의 고충은 종사자가 아니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디자이너들의 수많은 노력으로 출시된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욕구를 100% 만족 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요즘은 소비자를 생산의 주체로 끌어들여 직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업체별로 선보이고 있다. 사실 복잡한 생산 공정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직접 생산에 참여할 순 없지만 비교적 간단한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랩핑 정도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커스텀 프로그램은 그간 고급 브랜드의 전유물이었지만 현재는 여러 대중성 높은 브랜드에서도 이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하고 있다.

커스텀 프로그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동차 생산업체는 신 모델의 전체적인 랜더링이나 콘셉트카 디자인, 새로운 엠블럼 디자인을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 부서에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많지만 자칫 ‘우물 안 개구리’식의 편협한 생각에 빠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디자인 공모전을 통하면 그들이 파악하지 못한 시장의 세밀한 욕구를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이 실제 양산되는 자동차에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를 줄 수 있다.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Win, Win' 마케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아우디는 작년부터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를 개최해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8월 30일과 31일 고등학생모형자동차경진대회를 열어 자동차 디자인 꿈나무들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에서도 현재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는 지난 달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폽모빌로 선정돼 주목 받은 쏘울의 심볼 스티커를 새롭게 디자인 하는 것이다.

2008년 출시된 기아차의 쏘울은 피터 슈라이어의 기아차 부임 후 내세운 ‘디자인 기아’의 야심찬 결과물로 의미가 큰 모델이다. ‘진부한 관습을 거부한다’라는 슬로건으로 개발된 이 차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며 독특한 디자인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쏘울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 주요 디자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 쏘울은 올 상반기까지 미국시장 누적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어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아차 중 K5 다음으로 높은 판매를 보인 모델이다.

쏘울은 기아차 내에서도 독특한 디자인과 모델 콘셉트에 맞는 개성 넘치는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귀여운 햄스터가 등장해 트랜디한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며 동시에 반전(反戰)메시지를 주는 광고는 기존 자동차 CF의 틀을 깬 쏘울 다운 영상이었다. 또한 2013년, 2세대 쏘울을 발표하면서 제작한 디자인북은 쏘울의 탄생 과정과 개발자들의 노력, 디자인 코드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콘셉트의 브로셔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개최되는 공모전 역시 그간 일방적이었던 마케팅에서 벗어나 소비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의도로 진행된 쏘울만의 독특한 마케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쏘울 인테리어의 특징 중 하나인 에어벤트 일체형 스피커에서 모티브를 얻은 원 위에 쏘울을 나타낼 수 있는 트레이드마크 스티커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공모전 출품작들 중 수상 후보작들은 네티즌의 투표를 통해 순위를 가린다고 한다. 부가적으로 수상자들에겐 상금과 수상작은 스티커를 제작해 활용한다고 하니 평소 디자인이나 자동차 산업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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