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이클리스트 그렉 르몽드(Greg Lemond)는 혜성처럼 나타난 슈퍼스타였다. 1983년 세계 로드레이스 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젊은 나이에 챔피언의 무지개 유니폼을 입었고, 1986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1987년 사냥 중 산탄총이 폭발한 사고로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2년 만에 복귀해 다시 투르 드 프랑스 타이틀을 노렸다.

특히 1989년의 투르 드 프랑스에서 르몽드는 라이벌 로랑 피뇽과 투르 드 프랑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르몽드는 평지에 강한 선수였고 피뇽은 산악에 강했다. 그리고 3주간의 레이스를 단 하루 남겨놓고 피뇽은 르몽드보다 50초 앞서있었다. 마지막 레이스는 개인 타임트라이얼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피뇽이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변이 발생했다. 르몽드가 평균시속 54.55km/h라는 엄청난 스피드로 타임트라이얼 코스를 주파한 것이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투르 드 프랑스의 타임트라이얼 역사상 가장 빠른 구간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로랑 피뇽은 르몽드보다 58초나 늦은 기록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고, 르몽드는 단 8초 차이로 로랑 피뇽으로부터 마이요 존느(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가 입는 노란 유니폼)을 가져오며 극적인 투르 드 프랑스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르몽드의 비밀무기. 지로 에어어택 헬멧, 스캇 에어로 U바, 오클리 선글라스




이날의 레이스에서 르몽드는 수많은 사이클링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비밀병기를 꺼냈다. 스캇스포츠가 개발한 U바와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접목된 지로 헬멧이었다. 사실 당시의 사이클리스트에게는 헬멧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었다. 많은 레이서들이 불편하고 덥다는 이유로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 펠로톤 가운데에서 헬멧을 쓴 선수를 하나 찾으면 바로 그가 르몽드였다.



지로 리벌브 ‘Z' 헬멧



지로는 헬멧의 명가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메이커다. 사이클링 스포츠에서 헬멧이 사용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헬멧을 만들어왔다. 지로의 올드 모델이라면 헬멧의 클래식이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의 레트로스타일 붐에 힘입어 지로는 사이클링 팬들의 추억과 감성을 자극할 멋진 헬멧을 만들었다.




지로 리벌브 'Z'.유아용 헬멧 디자인 같다고 생각한 분들, 꽤 있을 듯하다.




클래식 스타일이라는 말에 기대했다가 디자인에 실망한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방귀를 뿡뿡 뀌는 바가지모양 헬멧’이 뭐가 클래식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 “이게 바로 르몽드 스타일이야.”








1990년 그렉 르몽드는 3번째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한다. 당시의 소속팀은 프랑스의 ‘Z-Tommaso'. 유니폼을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이 웃기는 그림은 사실 Z팀의 로고(잘 보면 방귀가 아니라 어디선가 Z가 날아와 부딪힌 모습)다. Z는 당시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한 강팀이었고, 르몽드의 출신국가인 미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다.








르몽드는 은퇴하여 (TV에 가끔 나와 투르 드 프랑스 해설을 하는) 전설의 선수가 되었고, 오랜 사이클링 팬이 아니라면 Z팀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로 리벌브 헬멧의 Z팀 컬러가 더욱 반갑다. 거리에서 이 헬멧을 쓴 라이더를 만난다면 그냥 예뻐서 이 헬멧을 고른 라이더, 혹은 ‘골수 사이클링 팬’ 중 하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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