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트 기술의 발달은 플라스틱을 넘어 어느새 금속 덩어리를 원하는 모양대로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금속 덩어리를 깎거나, 녹여서 틀에 붓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복잡한 형태를 3D 프린트로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신기술은 자전거에도 적용될 수 있다. 3D 프린트 기술은 기존의 자전거와 차별화된 색다른 디자인의 자전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VRZ 2.는 ‘VORWaeRTZ’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독일의 디자이너가 디자인 스터디를 위해 만든 자전거다. 아마 픽스드기어바이크나 클래식 자전거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자전거의 특징을 대번에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의 프레임은 여러 개의 튜브로 구성되어있는데, 유럽의 전통적인 자전거 프레임 제조방식은 ‘러그’라고 부르는 연결부품에 튜브를 끼운 다음 은납으로 용접하는 것이다.







VRZ 2.의 프레임은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했지만, 전통적인 자전거 제작 방식을 흉내 냈다. 전통적인 자전거용 강철 튜브 대신 카본 튜브를 사용했고, 러그는 3D 프린트 기술을 이용해 티타늄으로 만들었다. 금속과는 달라서 카본 튜브는 용접할 수 없기 때문에 러그 안쪽에 ‘접착제’를 발라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러그는 3D 프린트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3D 프린트라고 하면 프린터 노즐에서 액체상태의 재료가 나와 굳어지는 것을 떠올리게 되지만 VRZ 1.의 러그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가루상태의 금속을 얇게 편 다음 레이저를 이용해 프린트할 물체를 그린다. 레이저가 닿은 부분만 금속 가루가 녹아 굳어지게 되고, 이 위에 다시 금속가루를 얇게 편 다음 레이저로 물체를 그려내기를 반복한다. 나중에 굳지 않은 금속가루를 털어내면 3D 인쇄된 물체만 남게 된다.







하지만 3D 프린트 된 러그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품을 인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필요한 부분을 일일이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카본 튜브는 톱으로 썰어서 쉽게 절단할 수 있다. 설계도면에 따라 절절한 길이로 튜브를 절단하고, 러그 안쪽에 접착제를 바른 다음 카본 튜브를 끼워 굳히면 프레임이 완성된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브들을 접착제로 고정한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된다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떠올리면 조금 안심이 될지도 모른다. 몇 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날아다니는 여객기의 날개에는 금속 뿐 아니라 다양한 복합소재가 사용되는데, 이를 고정하는데 접착제가 사용된다. 복합소재용으로 개발된 최신 접착제는 용접 이상으로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고정능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프레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에는 ‘프레임 빌더’라 불리는 자전거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던 자전거 프레임을, 재료만 구할 수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키가 큰 사람을 위한 자전거에서 어린이용 자전거까지 얼마든지 커스텀 할 수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디자인을 담은 자전거를 만들수도 있다.












물론 장벽은 있다. 3D 프린터 뿐 아니라 프린트에 사용되는 분말형태의 금속소재는 굉장히 비싸고, 생산에도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디자인의 자전거와 부품을 해외에서 구입한 다음, 집 혹은 가까운 숍에서 ‘다운로드’한 다음 조립하여 타고 다닐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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