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으로 들어 올릴 만큼 가벼운 자전거들은 항상 화제가 된다. 올해 가장 핫한 경량 자전거는 단언컨대 트랙의 Émonda(이하 에몬다)다. 단순히 무게만 놓고 가벼운 자전거를 찾아보면 전 세계에 많은 사례가 있지만, 에몬다는 레이스에서 활약하기위해 개발된 양산형 자전거중 가장 가볍다는 점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트렉에서 오랜만에 공개한 신형 로드바이크로 가벼운 무게 그리고 뛰어난 성능까지 갖추었다는 트렉 에몬다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타보고 싶은 로드바이크 중 하나다.







출시 당시 이슈가 되었던 4.65kg 무게의 에몬다 SLR10은 초경량을 실현하기 위해 흔하지 않은 부품들로 구성된 최상위 모델이다. 양산형 모델이라고는 해도 일반 동호인이 접근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실상 프로 레이서나 마니아를 위한 모델이다.








자전거 동호인이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모델이라면 SLR의 아래 등급인 에몬다 SL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에몬다 SL은 부품 구성에 따라 세부 모델이 나뉘는데, 시마노 울테그라 급 컴포넌트를 장착한 에몬다 SL6의 무게는 7.36kg(56사이즈)이다. ‘초’경량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볍고, 레이스에 나가기에도 부족함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트렉 로드바이크 편대의 완성




트렉은 에몬다를 발표하면서 라이더에게 ‘Choos Your Weapon(당신의 무기를 선택하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에어로다이내믹스를 추구하는 모델인 마돈(MADONE), 부드러운 승차감의 도마니(DOMANE), 여기에 경량을 추구하는 에몬다(EMONDA)가 더해짐으로서 다양한 레이스 상황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로드바이크 라인업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라이벌인 스페셜라이즈드가 타막, 루베, 벤지로 구성된 3가지 다른 속성의 로드바이크 라인업을 갖추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프로 레이서라면 여러 대의 자전거를 갖추고 그날의 코스에 적합한 자전거를 골라 레이스에 나가게 된다. 에몬다가 추가됨으로서 트렉의 로드바이크를 타는 레이서들이 산악지역에서 사용할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로드바이크 동호인은 다소 입장이 다르다. 2대 이상의 로드바이크를 소유하고 라이딩 코스에 따라 자전거를 골라 탈 수 있는 동호인은 많지 않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스프린트를 위한 높은 강성, 부드러운 승차감, 초경량’을 만족시키는, 단 한 대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자전거란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가지를 얻으면 반대속성을 포기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자전거의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자전거 선택의 기준이 바뀔 수 있다.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에몬다 SL6는 에몬다의 중급 모델로, 동급 자전거들 중에서는 가벼운 편이지만 초경량 자전거는 아니다. 그럼에도 트렉은 에몬다 시리즈가 산악을 즐기는 라이더를 위한 강력한 퍼포먼스 가진 자전거라고 말한다. 에몬다가 가진 무게 이상의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이번 시승의 과제였다.



프레임·포크·컴포넌트




시승을 위해 받은 에몬다 SL6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강렬한 붉은 색상의 프레임과 포크다. 사실 동급의 경쟁모델들이 같은 시마노 부품을 장착한 이상, 장착된 부품으로 성능을 평가하는 것은 별 의미 없다. 자전거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 프레임과 포크가 가진 역량을 파악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이 ‘가벼운 자전거를 타기만 하면 언덕을 편하게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단순히 가볍기만 해서는 안 된다. 라이더의 근육이 사력을 다해 쥐어짜낸 힘을 낭비 없이 사용하며 땅을 박차고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가벼워도 힘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낭창거리는 자전거라면 언덕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가벼우면서 적당히 단단한 프레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프레임의 형태다. 프레임에서 가장 많은 하중과 힘을 받는 부분이 헤드튜브-다운튜브-바텀브라켓으로 이어지는 프레임 앞삼각의 하단부다. 다운튜브의 형상은 옆에서 보았을 때 다소 얇은 느낌이지만, 위에서 보면 생각 외로 두꺼운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옆으로 넓어지는 타원형의 튜빙은 좌우방향에서 가해지는 힘에 강하게 버틴다. 좌우에서 반복적으로 페달링의 하중이 가해지더라도 그로인해 프레임이 비틀리는 현상, 즉 힘의 낭비를 줄여 주행 효율을 높여준다.







넓은 튜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폭 90mm의 BB90 바텀브라켓도 프레임의 강성을 높이는데 한 몫 한다. 두꺼워보여도 속이 텅 비어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무게증가는 거의 없다. 바텀브라켓에서 후방으로 뻗는 체인스테이는 왼쪽이 오른쪽(드라이브사이드)보다 두껍다. 페달링 시 체인이 앞쪽으로 당기는 힘에 강하게 저항하기 위해 체인스테이의 직경을 키운 것인데, 오른쪽이 왼쪽보다 얇은 이유는 드라이브사이드의 체인스테이는 체인링과의 간섭문제로 두껍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차선책으로 반대쪽이라도 더 두껍게 만들어 전체적인 강성증가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시트포스트는 구조가 특이하다. 프레임 상단으로 돛대처럼 올라온 기둥인 시트마스트(Seat Mast) 구조이며, 마스트 상단의 캡에 안장을 장착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자전거들이 높은 시트마스트에 짧은 마스트 캡을 사용하는 반면, 에몬다는 시트마스트의 높이가 낮은 대신 길쭉한 시트마스트 캡을 사용한다. 사실상 마스트의 겉에 시트포스트를 씌워 클램프로 고정하는 형태다. 이러한 독특한 시트마스트 방식은 클램프 체결부분의 프레임 보강이 필요 없어 기존 시트포스트 방식보다 무게를 줄이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자전거의 프레임과 포크가 별도의 부품이 아닌, 하나의 세트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자전거가 최적화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프레임과 포크를 함께 개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크는 가장 개발이 까다로운 자전거의 부품이기도 하다. 하중을 견디는 강성과 진동을 흡수하는 부드러움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고,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다. 입문용 자전거에 장착된 포크와 레이스용 자전거의 포크는 모양이 비슷해도 무게를 재어보면 500g 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고급 자전거와 저가형 자전거의 숨길 수 없는 차이가 여기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트렉 에몬다 SL6의 포크를 분리해 무게를 측정했다. 실측 355g. 포크무게 300g 미만인 에몬다 SLR처럼 ‘초’경량이라 부르지는 못하더라도, 경량이라 부르기에는 충분하다. 포크 무게만으로 성능의 모든 부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자전거의 수준을 가늠해보기 위한 중요한 기준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에몬다 SL6에는 신형 울테그라 11단 구동계(6800시리즈)와 브레이크, 본트래거의 파츠들이 장착되었다. 바퀴는 본트래거 레이스 알루미늄 휠과 R2 클린처 타이어가 기본 사양이다. 차후에 휠만 교체하면 레이스용으로 사용하기에도 충분하다고 본다. 본트래거 파츠는 트렉 팩토리 팀이 레이스에서 사용할 뿐 아니라, 트렉 프레임과 가장 잘 어울리게 디자인되었다. 








드라이브사이드 반대편 체인스테이에는 트렉 듀오트랩S 속도계 센서를 장착하기 위한 마운트가 있다. 듀오트랩S는 레이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이클링컴퓨터 무선규격인 ANT+와 블루투스를 모두 지원하는 센서다. 센서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무 커버가 깔끔하게 감싸 이물질이 프레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순정 사양으로 체인키퍼가 포함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체인의 이탈을 방지하는 체인 키퍼는 이제 로드바이크에서 필수 액세서리중 하나가 되었다. 트렉의 3S 체인키퍼는 프레임에 직접 장착되어 세팅 및 관리가 편하다.




클라이밍과 다운힐의 적절한 라이딩 밸런스







안장에 오르기 전에 일단 자전거를 한번 들어본다. 필자가 평소에 타는 7kg 중반의 로드바이크와 크게 차이 없는 무게다. 에몬다 하면 그동안 생각하던 ‘초경량‘ 이미지 때문에 약간의 실망감이 든다. 하지만 일단 안장에 올라 페달링을 시작하자 실망감은 오히려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테스트 주행한 장소는 바로 강원도 횡계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관문인 대관령 옛길, 가파르진 않지만 길고 꾸준한 대관령 힐 클라임 코스는 업힐용 로드바이크를 테스트하기에 국내에서 둘도 없는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안장에서 일어나 몸무게를 실은 댄싱, 몸을 최대한 뒤로 빼고 낮은 회전수로 묵직하게 하는 페달링 등 평소 오르막을 공략하기 위해 취하는 익숙한 주법들을 시도해 본다. 몸으로 느껴지는 가벼운 페달링과 경쾌한 반응은 제원상의 무게인 7kg보다 훨씬 더 가벼운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다. 순간적으로 최대한의 힘을 쏟아 붓는 인터벌에도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초경량은 아니었지만 레이싱바이크로 쓰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오르막이 끝난 뒤엔 내리막도 있는 법, 힐클라임 스페셜리스트라면 다운힐도 능숙해야 한다. 오르막에서 얻은 어드밴티지를 내리막에서도 유지해야 피니쉬라인을 앞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에서 합격점을 받은 에몬다의 내리막은 어떨까? 아침의 대관령 구도로는 아직 고요하다. 에몬다 SL의 내리막과 코너링 성능을 충분히 테스트 할 수 있었다.







다운힐 중 만나는 노면의 작은 요철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프레임의 충격흡수는 탁월하다. 핸들이 떨려 손을 놓칠 걱정도 없다. 그렇다면 이번엔 빠르게 과감한 코너링을 들어간다. 자전거를 눕히는 순간 휘청거림 없이 자전거의 뒷삼각이 곧바로 따라 들어오는 느낌이 전해진다. 강성이 뛰어난 자전거에서 느낄 수 있는 빠른 반응은 코너에 빠르게 진입하고 빠르게 나올 수 있게 한다. 에몬다 SL에는 트렉의 500 OCLV 카본 소재가 사용되어 무게대비 충분한 강성을 확보하였다고 하는데, 600 OCLV와 700 OCLV 카본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상위 모델의 느낌 역시 궁금해진다.








에몬다 SL의 진정한 가치

자전거를 구입하고자 할 때 단순히 장착된 부품의 등급만으로 좋은 자전거를 고르려 하는 것은 마치 엔진 배기량만 보고 자동차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슷한 부품 구성과 무게를 가진 자전거들의 가격을 비교하여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메이커가 자랑하는 기술의 진가를 파악하고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일단 자전거를 구입하면 장시간의 라이딩을 함께할수록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특징들이 하나둘 드러나게 된다. 마치 낚싯대의 손맛을 이야기하듯 프레임과 포크를 중심으로 스펙으로 표현되지 않는 자전거의 ‘달리는 맛’을 깨닫고, 자전거의 신뢰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이때가 바로 자전거의 진짜 역량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에몬다 SL 정도 수준면 이미 중급자용 모델이 아니라 아마추어 레이서가 타기에 충분한 자전거다. 다른 경쟁사의 모델 중 더 저렴한 가격에 동급 부품을 장착한 모델이 있다고 해서 이와 비교해 에몬다 SL이 가성비가 낮은 자전거라 간단히 평가한다면, 감춰진 보석을 발견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트렉 에몬다 SL은 오래 함께할수록 더 만족스러운 멋진 라이딩 파트너다.



에몬다 SL6 제원

프레임 : 500 시리즈 OCLV 카본 라이드 튠드 퍼포먼스 튜브, BB90, 인터널 케이블 라우팅, 듀오트랩 S 호환
포크 : 에몬다 풀 카본 E2
크랭크 :  시마노 울테그라, 50/34T 콤팩트
시프터 : 시마노 울테그라
앞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카세트 : 시마노 울테그라, 11-28T, 11단
체인 : 시마노 울테그라
브레이크 : 시마노 울테그라
휠세트 : 본트래거 레이스 튜브리스레디
타이어 : 본트래거 R2 하드 케이스 라이트, 700x23c
스템 : 본트래거 레이스 라이트
핸들바 : 본트래거 레이스 라이트
헤드셋 : 카트리지베어링,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
안장 : 본트래거 패러다임 레이스
시트포스트 : 라이드 튠드 시트마스트
무게 : 7.39㎏ (56사이즈)
컬러 : 매트/글로스 트렉 블랙, 바이퍼 레드/트렉 블랙
사이즈 : 44, 47, 50, 52, 54, 56, 58, 60, 62, 64cm
가격 : 3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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