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산악자전거(이하 MTB)’는 지난 30여 년간 가장 많은 진화를 이루어낸 자전거일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는 MTB의 구체적인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도기였다. 수많은 MTB 마니아들이 다양한 산길을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더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의 개발에 골몰했다.







MTB의 선사시대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MTB에 ‘서스펜션’을 달면 산길을 더 편안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미 30여 년 전에 나왔지만, 실제로 서스펜션을 장착한 MTB가 대중화 된 것이 90년대 중반 이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과정이간단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초기 MTB의 서스펜션은 주로 모터사이클을 참고하여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무게와 가격이었다. 저렴하면서도 가벼운 서스펜션이 필요했고, 이를 개발하기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는 상식을 깨는 아이디어를 시도한 것들도 적지 않다. ‘새총’처럼 탄력 있는 판과 줄을 MTB의 서스펜션으로 쓴다는 아이디어처럼 말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슬링샷(Slingshot)’이라는 이름처럼, 이 MTB는 스프링에 연결된 강철 케이블과 유연한 유리섬유 판을 서스펜션으로 사용한다. 순간적인 하중이 가해지면 새총처럼 프레임 가운데가 휘어졌다가 복원되며 충격을 흡수한다. 단순히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휘어졌던 프레임이 복원되는 탄력으로 자전거가 용수철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가는 듯한 독특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이더는 근력의 한계만큼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에너지 보존법칙은 무시하자. 중요한 것은 느낌이니까.

그런데 이 슬링샷 MTB의 탄생은 사실 우연의 산물이었다. 슬링샷의 프레임을 설계한 마크 그뢴달(Mark Groendal)은 작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비포장 길을 달리던 중, 평소보다 승차감이 부드러운 것을 느꼈다. 모터사이클에서 내려 잘 살펴보니 프레임이 파손되어 흔들리면서 엔진의 진동과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고 있었는데, 이를 자전거에 응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즉시 자신의 자전거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슬링샷 프레임은 1980년에 만들어졌다. 낡은 스키의 플레이트를 썰어 판스프링 대용으로 사용하고, 요트에 사용하는 질긴 끈과 스프링으로 서스펜션을 만들었다. 1981년에 ‘유연한 자전거(Flexible Bicycle)'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낸 그뢴달은 그의 동생 조엘과 함께 1983년부터 슬링샷 BMX를 , 1985년부터 슬링샷 MTB를 만들기 시작한다.







슬링샷의 독특한 승차감은 등장 당시부터 라이더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이들은 괴상한 자전거라며 쳐다보지도 않았고, 어떤 이들은 획기적인 자전거라며 환호했다. 당시의 MTB 선수들 중에서도 슬링샷을 탔던 이들이 있는데, NORBA(미국오프로드자전거협회) 프로 시리즈 경기에서 10위권 안의 선수였던 마틴 스텐거가 가장 유명했다.




: 슬링샷은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최신 모델인 ‘슬링샷 리퍼’



슬링샷은 1990년대 초까지 연간 2000대 이상 팔렸다. 당시의 슬링샷 프레임+포크 세트의 판매 가격은 1500달러였다. 하지만 서스펜션 포크를 비롯한 다양한 부품으로 무장한 ‘현대적인’ MTB들이 등장하면서 점차 모습을 감춘다. 하지만 슬링샷의 스프링 같은 독특한 주행감은 비록 소수지만 여전히 뜨거운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고,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은 이 화석 같은 MTB는 지금도 온 세상 산야를 달리고 있다. 슬링샷은 지금도 생산되고 있는데, 슬링샷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프레임 가격은 1249달러다.

참고로 슬링샷의 개발자 마크 그뢴달은 2011년 슬링샷과 비슷한 새로운(?) 자전거를 개발하는데, ‘에너지 리커버리 바이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디자인과 구조가 조금 다르지만, 사실상 슬링샷의 개량 모델이나 다름없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식 홈페이지(http://www.erbbike.com)에서 구입 가능하고 해외 배송도 해준다고 하니, 혹시 슬링샷의 ‘탱글 쫀득’ 한 주행감이 궁금하다면 한 대 구입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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