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등장한 초기의 모터사이클은 튜브를 용접하여 만든 프레임에 연료탱크와 엔진을 장착한 원초적인 탈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자전거의 그림자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편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왔고, 때로는 크루저나 차퍼 스타일의 자전거나 작은 엔진을 단 모페드처럼, 자전거가 모터사이클을 닮으려 했던 시절도 있었다.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이 서로의 닮은 부분을 조금씩 간직하고 있었던 무렵의 탈것은 기계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과도기의 디자인이었겠지만, 그 모습에서 향수를 떠올리는 이들은 다시금 복고를 찾는다. 최첨단 카본프레임과 에어서스펜션보다 불에 달군 강철프레임과 스프링이 더 편안한 이유를 수학공식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의 전기자전거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비슷한 디자인과 기술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주목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수많은 자전거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작은 전기자전거 메이커인 오토사이클(Oto cycles)이 선택한 카드는 바로 레트로 스타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잘 모르는 이들도 오토사이클의 자전거를 보았을 때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복고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모던 레트로라고 해야 옳겠지만, 이런 설명 없이도 오토사이클의 전기자전거는 한눈에 시선을 끌며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낮고 편안한 로우라이더 스타일, OTOR




크루저 스타일, OTOK



오토사이클의 전기자전거는 세 가지 모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시선을 끄는 자전거는 OTOR과 OTOK이라는 모델이다. OTOR는 일상에서 보기 드문 로우라이더 스타일의 낮은 포지션과 두툼한 타이어로 한눈에 시선을 끈다. 반면 OTOK는 조금 더 모던한 스타일 프레임에 스프링거 포크를 장착했고, 살짝 상체를 숙인 라이딩 포지션으로 조금 더 스포티한 느낌이다. 모터사이클로 비교하자면 OTOR이 크루저, OTOK는 카페레이서 같은 느낌이다.







안장 앞쪽에 놓인 알루미늄 탱크덕분에 마치 모터사이클처럼 보이지만, 탱크를 채운 것은 가솔린이 아닌 삼성 SDI의 리튬이온 배터리다. 뒷바퀴의 모터는 페달링에 힘을 더하는 PAS모드와 핸들의 스로틀 그립을 감으면 작동하는 스로틀모드를 모두 지원한다. 비록 모터사이클과 같은 폭발적인 가속감은 아니지만 귓가를 스쳐 달리는 바람소리를 즐기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오토사이클의 자전거는 모두 스페인에서 수공으로 만들어진다. 대량생산되는 자전거와 달리 매달 생산되는 자전거의 수는 불과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장 주문하더라도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2명의 엔지니어가 전량 수공으로 제작하기에 완벽하게 같은 두 대의 자전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다림과 바꿔 얻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으니, 바로 주문자가 자신의 자전거의 컬러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다. 프레임과 탱크의 바탕색과 스트라이프를 고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 열성 모터스포츠 마니아라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하늘 색 바탕에 주황색 스트라이프를 넣는다거나, 열정적인 붉은 색으로 자전거를 꾸밀 수도 있겠다. 안장은 브룩스의 가죽제품이 기본 장착되며, 컬러와 사양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연간 120대 가량 생산되는 이 자전거의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내 출시가격이 590만원~790만원으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자전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뿐 아니라 해외의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의 관심 속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값싸고 실용적인 전기자전거를 원한다면 메이드인차이나로 충분하다. 이런 이들에게 오토사이클의 자전거는 그저 화려하지만 별로 쓸모없는 꽃다발 같은 자전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다른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이에게는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 뿐인 자전거를 소유하는 특별함은 누려보지 않은 이는 결코 알 수 없는 기쁨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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