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마니아라면 대부분 좋아하는 프로 사이클링 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팀의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매번 뛰어난 성적을 거두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커가 후원한다면 좋아할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이 얼마나 멋진가에 따라서 팬들의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유니폼에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들어온 문화와 전통이 깃들어있다. 유니폼의 컬러와 디자인에는 자전거 마니아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의미가 담겨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노란 색 유니폼을 보고 촌스럽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노란색은 세계에서 가장 어렵고 치열한 레이스인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가 입는 영광의 상징이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는 흰 바탕에 오색 띠가 그려진 월드챔피언의 유니폼을 입는다. 오색 띠는 올림픽 오륜기의 원과 같은 색으로 다섯 대륙을 의미하는데, 한번이라도 월드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선수는 나중에 챔피언의 자리에서 내려오더라도 자신의 유니폼의 목깃과 소매에 오색 띠를 두를 수 있는 권리를 손에 넣는다. 이 평생의 영광을 위해 모든 사이클리스트가 월드챔피언 유니폼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달린다.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유니폼은 자긍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힘들어 완주를 포기하는 코스를 달리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선수처럼’ 달리는 동안에는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달리겠다는 각오와 용기를 얻는다. 평소 자전거를 함께 타는 동료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달리다 보면, 서로 격려하고 의지가 되는 ‘하나의 팀’이라는 친근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유니폼이란 단순히 편안한 운동복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라이드매거진 ‘팀 유니폼’을 만들자



라이드매거진 자전거 팀 기자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마니아들이다. 게다가 하루 8시간 이상,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뜨거운(?) 사이. 당연히 자전거 대회와 같은 행사에도 늘 함께 다니고, 라이드매거진 기자 중 누군가 선수로 대회에 참가하면 다른 누군가가 서포트를 하곤 했다. 하지만 평소 기자들마다 평소에 입는 옷이 제각각이다보니 하나의 팀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역시 단합을 위해서는 똑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이 제격이다.





그런데 시판되는 유니폼 중 하나를 고르자니 문제가 많다. 각 기자들도 자전거 마니아다보니 자기 자전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전거와 유니폼이 무슨 상관이냐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마니아라면 아무래도 자기 자전거와 어울리는 옷을 입고 싶은 법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프로사이클링 팀 'SKY'의 유니폼은 라이드매거진 기자들 모두가 무척 멋지다고 말하지만,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SKY 팀 선수들이 피나렐로 자전거를 타기 때문.  왠지 스카이 유니폼을 입는다면 자전거도 똑같이 세트로 맞춰야 할 것 같은데, 라이드매거진 기자들 중 아무도 피나렐로를 타는 이가 없다. 당장 기자들이 타는 자전거의 브랜드만 봐도 BMC, 라피에르, 라이트스피드, GT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니 특정 브랜드의 유니폼으로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의 복장을 통일하는 것은 무리다.

해외의 자전거 마니아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소속되어있는 사이클링 클럽의 로고를 새긴 옷을 입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라이드매거진 자전거 팀 기자들 역시 다른 사이클링 팀이나 클럽과 확실히 구별되는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 결국 라이드매거진 팀 유니폼을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하기로 했다.



유니폼의 커스터마이징 과정






국내외의 자전거 의류 생산업체들 중에서 직접 디자인한 의류를 제작해주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된 옷은 대량생산된 제품보다 작업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도 조금 더 비싸지만, 남들과 다른 오리지널 디자인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

마침 라이드매거진 자전거 팀의 신입 기자가 디자인에 사용되는 그래픽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 팀 유니폼 제작의 시작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그런데 막상 세 에디터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어보니 각자가 원하는 디자인에 차이가 많았다.




: 디자인 중간 과정의 유니폼 시안



아주 모던하고 심플해서 일상에서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을 원하는 에디터 A, 마치 티셔츠처럼 단순한 컬러에 작은 로고를 넣었으면 좋겠다고.

에디터 B는 한눈에 봐도 프로 사이클링 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커다란 로고를 가슴과 어깨 등 잘 보이는 곳에 넣기를 원했다.

에디터 C는 과거의 유명 사이클링 팀이었던 푸조나 라비앙클레어 같은 클래식한 스타일의 유니폼을 리메이크하기를 원했다.



각 기자들이 타는 자전거처럼 취향도 각자 너무 다르다. 그렇게 열띤 회의와 지쳐 쉬는 일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어느새 편집장님이 직접 나서 회의를 진행하기에 이르렀고 그 과정 속에서 추상적이며 좁혀지지 않던 디자인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던해 보이고 오염에 강한 블랙컬러, 심플한 배치지만 튀는 패턴으로 이루어진 띠, 시인성 높은 RIDE로고가 크게 들어가는 것 등의 주요 콘셉트를 결정하고 나자 디자인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디자인 시안을 마지막으로 검토한 후 바로 유니폼 제작 업체 선정에 들어갔다.



업체 선정과 제작 의뢰



먼저 업체 선정 기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인쇄 품질이었다. 사이클링 유니폼은 기능성 의류 원단에 디자인을 프린트 하게 되는데, 종이에 비해 색상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편이다. 특히 이번 디자인 시안에 사용된 패턴의 경우 화려한 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려면 색상의 대비를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뛰어난 인쇄 품질이 요구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유니폼의 완성도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쇄 품질이라고 판단했다.







자전거용 커스텀 의류를 제작하는 국내의 여러 업체들이 아마추어 팀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여러 아마추어 사이클링 팀들의 유니폼 사진들을 촬영한 것이 있었고, 몇몇 팀의 유니폼은 실물을 직접 보고 비교해볼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고심한 결과 라이드매거진은 글로리아스포츠를 통해 팀 유니폼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리아스포츠에 연락을 해보니 유니폼의 디자인을 커스텀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대략적인 이미지나 스케치를 보내면 글로리아스포츠의 디자이너가 이를 참고하여 의류 원단의 패턴에 적합하게 수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기존의 샘플이나 로고 등을 조합해 새로운 디자인의 팀 유니폼을 만들 수 있다.



: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직접 그래픽 디자인을 한 시안을 보내는 것이다. 앞의 방법 보다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좀 더 자유롭게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그래픽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조건이다. 일단 제작하려는 유니폼의 사이즈와 관계없이 디자인이 결정되면 글로리아 스포츠의 디자이너가 마무리하게 되는데, 디자인이 수정될 때 마다 꼼꼼하게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옷이 실제로 만들어진 다음에는 디자인을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최종적으로 완성된 ‘라이드매거진 테스트 라이드 팀’시안



현재 준비된 디자인 시안을 가지고 업체 측과 연락해 제작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 12월이 지나가기 전 ‘라이드매거진 테스트 라이드 팀’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새긴 첫 유니폼이 완성될 것이며, 시승기 등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에게 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완성된 팀 유니폼의 모습과 그 이후의 이야기는 라이드매거진 자전거 팀, 커스텀 유니폼 제작기(2)편을 통해 보여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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