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시리즈는 지난 2013년 1월,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정식 공개(국내엔 2013년 10월 17일 공개)됐다. 이는 2012년 5월 BMW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쿠페와 컨버터블을 위한 새로운 시리즈를 만든다”는 방침에 따른 행보였다. 이에 따라 3시리즈 쿠페(E92)와 컨버터블(E93)은 4시리즈 쿠페(F32)와 컨버터블(F33)로 변경됐다. 3시리즈는 세단으로서 그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 쿠페와 컨버터블은 4시리즈라는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매력적인 개성을 뽐낼 수 있게 됐다.



쿠페는 세단보다 아름답다



BMW 428i의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된 헤드램프 디자인, 보닛 라인 및 캐릭터 라인, L자형 리어램프 디자인 등은 기존 3시리즈 디자인과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마치 일란성 쌍둥이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2도어가 차의 이미지를 확 변화시켰다. 4도어 세단에서 풍기는 보수적이고 진부한 느낌이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돌아왔다.



3시리즈의 전장×전폭×전고는 4,624×1,811×1,429mm다. 428i의 전장×전폭×전고는 4,638×1,825×1,362mm다. 휠베이스는 2,810mm로 같다. 428i는 3시리즈에 비해 길이는 14mm 길어졌고, 너비도 14mm 넓어졌다. 높이는 67mm 낮아졌다. 따라서 전폭이 넓고 전고가 낮은 와이드 앤 로우 스타일이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와이드 앤 로우 스타일은 스포츠 쿠페 혹은 쿠페형 세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인데, 보는 이의 시각적 무게 중심을 낮춰 차를 멋스럽고 안정감 있게 보여준다.



사실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완벽한 비율을 보여주는 차종 중 하나가 바로 쿠페다. 세단은 탑승자의 거주성을 높이기 위한 실내 공간 확보와 그에 따른 유려한 루프 라인 부재, 그리고 앞·뒤 도어 사이즈 비율 등 디자인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로 인해 디자이너의 자유로운 감각이 무뎌진다. 하지만 쿠페는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인 디자인이 가능하다. 디자이너에게 쿠페는 마치 물 만난 고기와 같다. 



역동적인 스타일의 키드니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 디자인, 그리고 그 안에서 밝게 빛나는 코로나링은 입체적인 전면부를 만든다. 거기다 공격적인 디자인의 M 스포츠 범퍼는 도로 위 화끈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4시리즈를 디자인한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는 “멀리서 봐도 그 존재감이 드러나도록, 또 그 디자인을 보며 소유욕을 자극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측면부는 428i 디자인의 하이라이트다. A필러를 따라 C필러까지 유려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은 이 차가 쿠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디자이너의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스케치가 느껴진다. 또한, 앞 펜더에서부터 리어램프까지 쭉 뻗은 캐릭터 라인은 차량의 날렵한 이미지를 배가시킨다.

부드러운 루프라인과 강렬한 캐릭터 라인은 매우 상반된 요소다. 하지만 극적인 조합이야말로 기대 이상의 디자인적 완성도를 만든다.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428i의 측면부는 훌륭하다.



후면부에서 볼 수 있는 숄더 라인은 428i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다. 루프라인을 따라 옆면으로 떨어진 이 라인은 쿠페가 보여줄 수 있는 볼륨감과 당당함이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공격적인 전면부와 함께 세련된 쿠페 디자인을 완성한다. 리어램프는 BMW의 L자형 램프 디자인을 따랐으며, 공격적인 디자인의 M 스포츠 범퍼와 트윈 머플러가 적용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윈 머플러가 아닌 듀얼 머플러가 적용됐다면 더욱 스포티한 이미지를 과시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외관의 스포티한 디자인은 실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M 스포츠 시트와 도어 패널, 그리고 글러브 박스 등에 사용된 붉은색 가죽이 두 눈을 자극한다. 거기다 M 가죽 스티어링 휠, M 스포츠 기어 레버가 스포티한 실내를 장식한다. 그 밖에 센터페시아 구조나 계기판 형태, 그리고 iDrive 시스템 등은 BMW 실내 디자인 레이아웃을 따랐다. 2열 시트는 쿠페의 특성상 공간이 협소하다. 장시간 사람이 탑승하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 대부분 차량엔 버튼식 파킹 브레이크나 풋 파킹 브레이크가 사용되고 있지만, 428i엔 핸드 브레이크가 장착되어있다. 이는 일상의 편리함 대신 원초적인 드라이빙 감각을 운전자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는 428i만의 개성 있고 독특한 디자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통일감 있는 디자인은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다. 따라서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엔 언제나 일정한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428i의 내·외관 디자인은 이런 디자인 룰을 매우 잘 지키고 있다. 겉과 속, 어디에서나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통일감 있는 디자인은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 디자인에선 더더욱 실천하기 힘든 룰이다. 워낙 많은 부품이 만나 완성되는 자동차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과도할 정도로 튄다거나 혹은 뒤떨어지면 전체적인 디자인을 망치기 십상이다. 차가 만들어진 목적과 그에 어울리는 내·외관 디자인이 통일되었을 때 비로소 좋은 자동차 디자인이 나온다. 428i는 이 조건을 충분히 만족한다.



스포츠 쿠페의 진면목을 만끽하다



428i의 보닛 아랜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5.7kg·m(1,250~4,800rpm)의 힘을 발휘하는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이는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한다.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가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5.8초 만에 돌파한다. 몸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트에 파묻히고 머리 뒤에서 들려오는 맹렬한 배기음이 귀를 자극한다. 최고속도는 250km에서 제한된다. 참고로 이 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6g/km로 유로6 기준을 만족한다. 



칼같이 예리한 코너링은 BMW의 장기 중 하나다. 428i는 3시리즈 대비 67mm 낮은 전고와 그에 따른 무게중심의 변화,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앞·뒤 50:50 무게 배분까지 더해져 코너를 신속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돌파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질감 없이 나아간다.

직진주로 또한 코너링 못지않게 뛰어난 주행감각을 선사한다. rpm이 높아지면 더욱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가솔린 엔진 특성상 속도계 바늘이 올라갈수록 더욱 힘 있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거기다 속도감응형 스티어링 휠은 고속에서도 재빠른 움직임을 제공한다. 빠른 속도를 내는 만큼 제동력 또한 강력한데, 급정거 시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며 막힘없이 멈춘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다. 에코는 연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모드이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를 깊숙이 밟아도 가속이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428i가 추구하는 강렬한 스포츠 쿠페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드다. 하지만 연료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지역에서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액셀러레이터 민감도가 높아지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428i를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모드다. 스포츠 모드가 선사하는 시원시원한 가속감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은 시승 내내 다른 모드를 선택할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들었다.

428i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1.3km다. 도심 연비는 리터당 9.7km고 고속도로 연비는 리터당 14.1km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급가속 급정거를 반복한 결과 평균연비는 리터당 5.5km를 기록했다. 에코 모드로 정속 주행을 했다면 충분히 복합연비에 상응하는 연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MW 4시리즈가 기존 3시리즈보다 못한 건 오직 실용성뿐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2도어 쿠페이기 때문에 실내공간은 좁아졌지만 대신 스타일은 한결 멋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함이 존재하는 극적인 대비, 이런 멋진 스타일은 차를 보는 것, 타는 것, 모는 것 모두를 즐겁게 만든다. BMW의 슬로건 ‘Sheer Driving Pleasure(진정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딱 알맞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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