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에 열리는 원데이 로드레이스인 ‘파리-루베(Paris-Roubaix)’ 경기는 클래식 로드레이스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가혹한 코스로 유명하다. 250km에 이르는 코스를 하루 안에 주파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약 50km에 이르는 ‘파베(pave)’라는 돌길은 선수들의 체력과 인내심을, 그리고 그들이 탄 자전거의 한계를 시험한다.


: 파베, 이런 돌길 위를 로드바이크를 타고 질주한다면…

톱클래스 선수들조차 완주하기 어려운 가혹한 레이스, 때문에 이들을 후원하는 자전거 메이커는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그리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한다.


: 2014년 파리-루베 우승자 니키 테릅스트라(중앙), 4차례 파리-루베 우승을 거둔 노익장 톰 부넨(우)

스페셜라이즈드 역시 파리-루베 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민 자전거 메이커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인듀어런스 바이크인 루베(Roubaix)는 톰 부넨, 니키 테릅스트라 등의 선수들의 애마로 이미 몇 차례의 파리-루베 우승을 차지하며 그 성능을 증명했다. 스페셜라이즈드 루베는 뛰어난 선수들이 가혹한 환경에서도 제 실력을 낼 수 있도록,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도록 개발된 로드바이크다. 오메가팔마-퀵스텝 팀의 니키 테릅스트라는 루베 SL4를 타고 2014년 파리-루베의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인듀어런스바이크는 미완성?


: 스페셜라이즈드 루베 SL4 프레임

스페셜라이즈드의 인듀어런스바이크 루베 SL4의 핵심은 노면의 충격으로 인한 프레임의 진동을 흡수하는 탄성체인 저츠, 그리고 서스펜션 역할을 하는 시트포스트다. 루베 SL4의 시트포스트 상단부는 C자 형태로 돌출된 부분이 스프링처럼 휘어지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이론상’ 로드바이크는 깨끗한 포장도로를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다. 그러나 레이서가 아닌 대부분의 라이더는 노면의 상태가 좋지 않은 지방 국도나 콘크리트 포장도로, 심지어 흙길을 포함한 거친 길을 달려야 하는 순간들이 더 많다. 이런 일상 속에서의 사이클링, 그리고 여행이나 모험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그래블바이크’는 최근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새로운 로드바이크 장르다. 보다 거친 길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도록 개발된 로드바이크라 볼 수 있다.


: 스페셜라이즈드의 신형 그래블 바이크 디버지

스페셜라이즈드의 그래블바이크 디버지는 많은 부분이 루베를 닮았다. 루베의 시트포스트와 저츠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고, 35c 이상의 광폭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비포장도로 주행 성능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다.



스페셜라이즈드의 비밀병기 등장



스페셜라이즈드 루베 시리즈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인듀어런스바이크 중 하나로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델이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밝혀졌다. 스페셜라이즈드가 로드바이크에 장착할 수 있는 ‘서스펜션 포크’의 특허를 낸 것이다. 스페셜라이즈드의 로드바이크용 서스펜션 포크는 특허 검색 서비스를 통해서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이미 작년 2월 25일 출원된 특허인데, 스페셜라이즈드는 유압 림 디스크브레이크를 비롯한 로드바이크 포크 연관 특허 몇 가지를 함께 출원했다.



그런데 스페셜라이즈드의 특허용 이미지의 자전거는 어쩐지 우리에게 낯익은 모습이다.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분명 루베다! 그런데 어쩐지 조금 다른 모습인데?”



스페셜라이즈드가 특허를 출원한 부분인 포크만을 놓고 보면 기존 루베 SL4의 포크와 무척 닮았다. 루베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진동흡수를 위한 탄성체인 ‘저츠’가 삽입된 것을 그림에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드롭아웃의 모양이 독특하다. 처음 보는 것은 분명한데 어쩐지 낯이 익다.

루베의 시트포스트를 위아래 거꾸로 뒤집어서 포크 양쪽에 장착한 것 같은 모양이다. 드롭아웃은 알파벳의 C자를 닮은 모양으로 휘어져 있는데, 탄력 있는 카본 소재로 만들어진 드롭아웃이 스프링처럼 작동하며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는 구조다.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휠이 상하로 움직이고, 좌우로 비틀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드롭아웃은 기존의 림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로드바이크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충격을 받을 때마다 휠이 움직이며 브레이크패드와 닿을 수 있고, 심할 경우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서스펜션 포크는 디스크브레이크 전용으로 디자인되었다. 노면의 충격을 받아 서스펜션이 상하로 움직이더라도,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가 허브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특허의 핵심이다. 드롭아웃에 장착된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의 하단피봇을 허브 액슬이 통과하며 고정하고, 상단부의 링크를 통해 포크와 평행을 유지하도록 했다. 간단히 말해 충격을 받아 휠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라도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한다.



해외의 동호인 라이더 사이에서는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로드바이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그래블바이크 장르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이 포크가 출시된다면 인듀어런스바이크에서 사이클로크로스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자전거에 적용되지 않을까?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레이스용 로드바이크에 이 포크를 장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년 파리-루베에서 각 메이커가 신기술을 투입한 프로토타입 로드바이크를 선보이곤 했지만, UCI가 로드레이스에서 아직 디스크브레이크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파리-루베에서 이 특허속의 포크가 장착된 모델을 보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신기술이 적용된 모델이 꾸준히 출시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비록 2015년 스페셜라이즈드 카탈로그에는 이 포크를 장착한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할듯한 구체적인 포크의 디자인이 특허 출원된 정황을 볼 때 언젠가 출시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스페셜라이즈드가 신형 루베를 ‘SL5' 혹은 ’뉴 루베‘ 중 어떤 이름으로 부르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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