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MTB같은 본격적인 스포츠용 자전거를 고르는 것은 자동차로 비유하면 세단이 아닌 스포츠카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주머니 사정상 가성비가 뛰어난 모델을 선택하면서도 ‘사람들이 동경하는’ 브랜드에 이끌리는 것이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마음 아닐까?

그러나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토종 자전거 브랜드와 모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비슷한 가격대의 외산 제품보다 더 높은 등급의 부품이 장착되고 성능에 부족함이 없다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국산 브랜드의 자전거가 미국이나 유럽 브랜드 자전거보다 더 멋지고 성능이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 엘파마의 2013 TV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_2duceq_Fls)

국내에 수입된 여러 외산 브랜드의 자전거 가격이 내려가고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국내 자전거 브랜드의 경쟁력은 위협받기 시작했다. 이제 국내 브랜드의 자전거가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더 나아가 마니아들이 동경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뚜렷한 개성과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환타시아 G, 열정이 만들어낸 엘파마의 기함

엘파마는 크로스컨트리(Cross-Country, 이하 XC)용 MTB 하드테일(hard tail, 뒷바퀴의 서스펜션이 없는 MTB) 라인업의 최상급 모델을 ‘환타시아’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구분하는데, 환타시아 라인업 중에서도 최신 기술과 최고의 소재를 집약해 만든 플래그십 모델이 바로 환타시아 G 시리즈다. 계보를 잠깐 살펴보자면 MTB 시장의 트렌드가 26인치에서 27.5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로 바뀌면서, 엘파마는 기존 26인치 모델의 기함이었던 환타시아 N2의 후속모델을 개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환타시아 G의 원형이다.

환타시아 G에 엘파마는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환타시아 G의 개발중심에는 2012년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UCI MTB XC 월드컵에 참가한 나상훈 선수가 있었다. 2012년부터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첫 선을 보이기까지 환타시아 G는 수많은 테스트와 2번의 설계변경을 거쳤고, 2014년 남아공에서 열린 UCI MTB 월드컵에 참가한 나상훈 선수와 함께 세계무대에서 실전을 거친 후 국내 공개되었다.



환타시아 G 시리즈의 프레임은 미쓰비시의 고강도 카본 소재인 MR60과 초고탄성 소재인 HR40 카본 원사를 이용해 만들어졌고, 2014년 전국체전에서 테스트를 거친 ‘UUD(Ultimate U.D. C-Fiber Layer)’ 고밀도 단방향 카본 적층기술을 적용해 더 가볍고 강한 프레임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엘파마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불과 1년 만에 환타시아 G의 신모델을 내놓는다. 엘파마가 내세우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지오메트리’라는 콘셉트에 레이스에서의 퍼포먼스를 더하기위해 헤드튜브와 시트튜브의 각도를 수정하고, 체인스테이의 길이를 7mm 줄임으로서 내리막에서의 안정성을 높이고 페달링 반응성과 추진력을 극대화 했다. 이렇게 완성된 고유의 프레임 지오메트리를 엘파마는 ‘K-Fit'이라 부른다.


 

하드테일 MTB의 기본기를 따르는 프레임

최근의 카본 프레임 디자인은 헤드튜브와 BB셸을 극단적으로 두껍게 만들고 탑튜브를 얇게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그러나 엘파마 환타시아 G 프레임은 단순한 직선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MTB 프레임의 기본이라 부를만한 전통적인 형태를 충실하게 따른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솔직히 클래식한 MTB 스타일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균형 잡힌 프레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신형 XTR ‘사이드스윙’ 프론트 디레일러는 케이블이 앞쪽에서 나와 장착된다. 환타시아 G 프레임은 신형 XTR과 기존의 디레일러를 모두 지원한다.

전통적인 형태라고 표현했지만, 엘파마 환타시아 G 프레임에는 최근의 MTB 트렌드가 충실히 반영되었다. 휠은 27.5인치가 장착되고, 헤드셋 베어링은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의 상하 비대칭 규격을 적용했다. 그리고 기존의 MTB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사이드스윙 방식의 신형 XTR 디레일러를 지원한다.



그러나 사이드 스윙 방식 이외에도 기존의 다운 풀 방식 디레일러와 호환되며, 크랭크가 장착되는 바텀브래킷(BB)은 프레스를 이용해 프레임에 베어링을 직접 결합하는 프레스 핏 방식 대신에 전통적인 폭 73mm의 나사산 방식 BB를 채택했다. 프레스 핏 방식의 경우 무게를 줄일 수 있지만 간혹 베어링 체결부의 소음문제 같은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나사산 방식 BB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뒷바퀴의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는 어댑터가 필요 없는 포스트마운트 방식으로 장착되며,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와 드롭아웃 전체가 카본으로 성형되었다. 뒷삼각의 강성을 높이기 위해 시트스테이는 단면이 삼각형으로 디자인되었고, 시트스테이-드롭아웃-체인스테이의 연결부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엘파마는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환타시아 G 프레임이 뒷삼각의 강성을 높여 페달링의 효율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과연 어떤 주행감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데오레에서 XTR까지, 커스텀 가능한 부품 구성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환타시아 G G970 Di2는 시마노의 신형 XTR Di2 전동식 구동계와 카시마 코팅이 적용된 폭스 F100 CTD-RMT 포크, DT스위스 XR1501 스플라인 원 휠세트가 장착된 모델로 당장 레이스에 투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양이었다.



엘파마 환타시아 G 시리즈는 부품의 구성에 따라 G670에서 G970 Di2, 팀 에디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었다. 엔트리 모델인 환타시아 G G670은 시마노 데오레 10단 구동계가 장착되며, 최상위 모델인 G970과 팀 에디션에는 시마노의 최상급 레이싱 컴포넌트인 XTR 11단 그룹셋이 장착된다.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 최상급 모델을 원한다면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이 있다. 나상훈 선수를 비롯한 엘파마 팀 선수들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사양 모델로 신형 XTR 2×11단 구동계와 DT스위스의 OPM 27.5 100mm 경량 서스펜션 포크, 세계 최고의 MTB 카본 휠세트라는 찬사를 받았던 DT스위스 XRC 1250 SPLINE을 장착했다. 부품을 따로 구입해 조립할 경우 카본 휠세트만 400만원이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환타시아 G 팀 에디션의 850만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카본 프레임을 사용하고 나중에 부품을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면, 데오레 급 완성차인 환타시아 G G670을 추천할 만하다. 완성차의 가격은 218만원으로 최상급 프레임에 입문용 구동계를 장착한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의 많은 동호인들이 자전거의 부품을 차차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구성이다. 특히 엘파마 환타시아 G 시리즈는 국내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부품 구성을 일부만 바꿔 부분적으로 업그레이드 해 주문할 수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승

환타시아 G G970 Di2를 약 2주에 걸쳐 시승했다. 필자가 주로 다니는 코스는 임도보다는 싱글트랙, 바위보다는 흙과 나무뿌리가 많은 산을 즐겨 찾는다. 짧은 업다운이 반복되고, 내리막에서는 낮은 단차가 많기 때문에 업힐 진입 시의 순간적인 추진력과 내리막에서 불규칙하고 짧은 주기의 노면 충격을 얼마나 잘 거르는지 테스트하기 좋은 조건이다.

사실 처음에는 신형 XTR Di2에 적응하느라 조금 애먹었다. XTR Di2의 시프트 레버는 전자식 스위치임에도 마치 기계식 시프터처럼 짤깍거리는 느낌이 살아있어 위화감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레버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위치가 조금 낮아서 어색하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시프트 업/다운이 가능한데 시프트레버의 위치가 스램 트리거와 비슷하지만, 레버의 작동방식은 반대다. 시프트레버의 각도를 다소 위로 올려 세팅하니 조금 더 쉽게 손이 적응하는 느낌이다.


: 솔직히 시승차를 너무 거칠게 다룬 게 아닐까 조금 걱정했다. 체인스테이 하단의 전선을 고정하는 케이블타이가 끊어졌는데, 거친 라이딩에도 전선이 빠지는 등의 트러블은 발생하지 않았다.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일부러 반복해서 변속해보았고 비온 다음날 진흙탕 속을 달리기도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 시마노 XTR Di2 전동변속기는 일부러 고장을 내기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충분히 신뢰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차의 무게는 실측 9.6kg으로 무척 가볍다. 프레임 강성을 높이기위해 BB셸 주변과 체인스테이를 두껍게 만드는 것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데, 환타시아 G 프레임은 이러한 유행을 따른 느낌은 아니지만 물컹거리지 않고 상당히 단단하다는 느낌이다. 다운힐 직후 짧은 힐 클라임이 시작될 때 미처 가벼운 기어로 변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댄싱으로 언덕을 오르는데, 핸들 양 끝을 잡고 자전거를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드는 느낌이 가볍고 페달을 밟을 때 힘 손실 없이 쭉쭉 오르는 느낌이 무척 경쾌하다.



반면 다운힐에서는 보통의 ‘딱딱한’ 하드테일을 탈 때 느껴지는 골반으로 전해지는 충격이 적어 승차감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유하자면 모서리가 각진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모서리가 둥근 계단을 내려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자전거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충격의 상당부분을 프레임이 흡수한다. 하지만 싱글트랙의 장애물 사이 좁은 틈으로 달리며 연달아 린 인과 린 아웃을 반복하며 자전거 프레임을 좌우로 흔들어대는데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견고함을 보여주니, 부드럽다기보다 탄력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다운힐에서의 안정감과 핸들링의 밸런스 또한 수준급이다.



환타시아 G 프레임의 성능은 해외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된다. 경쟁 수입브랜드의 모델 중에서 동급의 성능을 지닌 자전거를 구입하려면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레이싱 하드테일을 국내브랜드 제품으로, 그것도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만 보아도 환타시아 G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은 프레임의 디자인이다. 환타시아 G의 블랙/그레이, 블랙/레드 투톤 컬러가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고 해도 이제는 식상하다. 환타시아 G의 디자인만을 놓고 보면 멋지지만 경쟁사의 자전거들 사이에 섞어놓았을 때 ‘저 자전거는 엘파마 환타시아’라고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엘파마 환타시아가 국내 MTB 라이더들의 드림바이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조건은 거의 갖춰졌다. 이제 남은 것은 약간의 과감한 변신이 아닐까?


 

엘파마 환타시아 G G970 Di2 제원

프레임 : 환타시아 G HR40+MR60 풀카본 27.5
포크 : 폭스 F32 FIT CTD 리모트 27.5, 100mm, 카시마 코팅, 15mm 스루액슬
크랭크 : 시마노 XTR 36/26, 38/28, 40/30/22T (선택)
시프터 : 시마노 XTR Di2
앞 디레일러 : 시마노 XTR Di2
뒤 디레일러 : 시마노 XTR Di2
카세트 : 시마노 XTR 11-40T 11단
체인 : 시마노 XTR 11단
브레이크 : 시마노 XTR
로터 : 시마노 RT86 F:180mm/R:160mm
타이어 : 슈발베 레이싱랄프 EVO 27.5x2.1
휠세트 : DT스위스 XR1501 스플라인-원 27.5
스템 : 환타시아 카본/알루미늄 오버사이즈
핸들바 : 환타시아 카본 플랫바 660mm
그립 : HDL 수퍼라이트 락그립
헤드셋 : VP J205AM 44/55 테이퍼드
안장 : 셀레이탈리아 SLR 플로우 Ti
시트포스트 : 환타시아 카본/알로이헤드 31.6x400mm
사이즈 : 370, 400, 440, 470
색상 :  매트블랙/프리즘레드, 매트블랙/니켈블랙
가격 : 74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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