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옛날 이야기다. 초창기 산악자전거 라이더들은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고 한다. 이는 산에서 걷고 뛰기엔 적합한 자전거용 신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산악자전거용 신발이 나오긴 했지만, 로드바이크용 슈즈를 개량한 가벼운 크로스컨트리용 슈즈는 거친 라이딩을 즐기는 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몇몇 라이더들이 과격한 그래비티 장르용으로 사용하기에 아주 기가 막히게 좋은 신발을 찾아냈으니 바로 스케이트보드 슈즈다. 스케이트보드의 데크에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평평한 바닥에 촘촘한 무늬의 밑창을 사용한 이 신발은 자전거 페달 위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았고, 튼튼할 뿐 아니라 발 보호능력도 탁월했다. ‘트레일 슈즈’라 부르는 단화 스타일의 등산화를 애용했던 라이더도 있다. 바닥의 고무가 부드러워 페달을 밟았을 때 잘 미끄러지지 않고, 발 보호능력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2FO, 언제나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MTB 슈즈
 

페달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볍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크로스컨트리 MTB 슈즈는 사실 레이스용이지 MTB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에게 적합한 신발이 아니다. 자전거를 어깨에 들쳐 메고 싱글트랙을 탐험하거나,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다운힐의 짜릿한 스피드를 즐기는 라이더에게 필요한 것은 산길을 편안하게 걷거나 달릴 수 있고, 페달에서 발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으며, 보호능력이 탁월한 신발이다.



스페셜라이즈드는 MTB 라이더를 위해 아주 특별한 신발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소개할 ‘2FO 플랫’과 ‘2FO 클립’ 슈즈다. 얼핏 보기엔 기존의 스케이트보드 슈즈를 닮은 신발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이건 딱 내 신발이야!’라고 외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신발의 2FO라는 이름은 코너링 시 넘어지지 않도록 안쪽 페달에서 발을 떼는 ‘Foot Out, Flat Out'이라는 MTB 라이딩 기술명칭에서 따왔다. 스페셜라이즈드는 2FO를 디자인하면서 Connection(연결), Comfort(편안함), Protection(보호)의 세 가지 콘셉트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 미끄러지지 않는다

2FO는 플랫과 클립이라는 두 가지 모델이 나온다. 2FO 플랫은 플랫폼 페달용, 2FO 클립은 클립리스 페달용으로 나온 신발이다. 2FO 플랫의 바닥은 평평하지만, 2FO 클립의 바닥에는 클립리스 페달과 결합되는 클릿(Cleat)을 장착할 수 있는 홈과 나사구멍이 있다.

2FO 플랫과 클립 모두 페달이나 지면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밑창에 무척 부드러운 고무를 사용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이 고무의 재질을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뜻의 ‘슬립 낫(Slip not)’ 컴파운드라고 부르는데, 자전거 타이어 개발부서와 공동으로 연구해서 만들었고 한다.



2FO의 바닥에는 촘촘한 육각형 무늬가 나있다. 페달을 밟았을 때 무늬 사이의 골에 페달에서 돌출된 핀과 맞물려 발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며, 산길이나 바위 같은 오프로드를 걸을 때도 높은 접지력을 보이고 심지어 건물 안 매끄러운 화강암이나 물에 젖은 대리석 바닥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2FO 클립 역시 2FO 플랫과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클릿을 장착하기위한 홈 주변의 색과 모양이 다르다. 이 부분에는 조금 더 단단한 재질의 고무를 사용했다고 한다. 클릿이 장착되는 부분 주변의 고무를 단순히 파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단한 나일론 소재로 꼼꼼하게 마무리했다. 신발이 낡으면 이 부분 안쪽에 모래가 들어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2FO 클립은 나중에 틈이 벌어지거나 잔모래가 들어가는 일은 없을 듯하다.
 

- 편안함

자전거용 신발은 바닥이 지나치게 무르면 페달을 밟을 때 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자전거용 신발이 바닥에 단단한 판을 덧대어 페달링 시의 힘 전달력을 높인다. 하지만 2FO 플랫/클립 슈즈는 신발이 지나치게 단단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4 롤리팝 솔’이라는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전체적으로 단단하지만, 발끝과 뒤꿈치 부분에는 나일론 판이 들어가지 않아 유연하다. 걷기에 편하고 페달링 할 때는 적당히 단단한 밸런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발등을 비롯한 신발의 갑피는 합성고무와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다. 얼핏 보기에 무척 더울 것 같지만 제법 바람이 잘 통한다. 신발 안쪽의 발과 닿는 부분에 에어메시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 까끌까끌하지 않고 무척 부드러울 뿐 아니라 통기성이 좋다.



오프로드를 달리다 보면 신발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되거나 빗물에 젖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자료에 의하면 신발 내외부에 물을 머금지 않는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무척 빨리 마른다고 한다. 사실 비를 맞으면 발이 젖는 것보다도 물을 먹은 신발의 무게가 굉장히 무거워지는데, 신발의 갑피와 내피에 물을 흡수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해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는 아이디어가 놀랍다.
 

- 보호능력

산길을 빠르게 달리다보면 발의 앞부분이 돌출된 바위나 나무 등의 장애물에 부딛힐 수도 있다. 2FO는 신발의 앞부분을 마치 자동차의 범퍼처럼 단단한 고무로 감쌌다. 발목 안쪽이 바깥쪽보다 높게 올라온 것은 크랭크와 발목이 부딪혔을 때 복사뼈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신발을 신고 걷거나 뛸 때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하긴 하다. 그러나 넘어질 때 발목이 꺾이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니 약간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만하다.


 

테스트 라이딩
 

라이드매거진 기자가 프리뷰를 위해 사용한 모델은 클립리스 페달용인 2FO 클립이었다. 기자가 평소 사용하는 신발은 260mm(41)였지만 2FO 270mm(42)를 신으니 발 앞부분이 남지 않고 꼭 맞는다. 조금 큰 사이즈를 선택하거나, 매장에서 신어보고 구입하기를 권하고 싶다.

다이얼이나 래칫방식 밴드가 아닌 끈으로 묶는 방식인데 착용감이 편안하지만 여분의 끈을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다소 번거롭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전체적으로 꽉 죄지 않는 느낌이지만, 발볼의 안쪽이 신발과 딱 밀착하니 노는 느낌은 없다.



2FO 클립에 클릿을 장착한 상태로 라이딩을 해보았다. 페달에 클릿을 빠르게 끼우거나 뺄 때도 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신발 바닥의 단단함은 XC 레이스용 신발보다는 조금 무른 느낌이지만 페달링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다만 신발 한 쪽의 무게가 450g으로 그래비티용 신발 중에서는 가벼운 편임에도 조금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전거를 끌고 산길을 걷거나 바위를 오르는데 불편함이 없을 뿐 아니라 클릿의 쇳조각이 지면과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아 좋다.

2FO는 도시에서 MTB를 타는 라이더가 신기에도 적합해 보인다. 튀는 컬러 덕분에 자출족의 신발로 사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딱딱한 크로스컨트리 슈즈보다는 훨씬 편할 것이 분명하다. 캐주얼한 스타일과도 잘 어울리니 일상 속 라이딩용으로 신기에 크게 어색하지 않다.



자전거 메이커가 신발까지 만드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라이더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스페셜라이즈드의 실력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FO 플랫과 2FO 클립은 스페셜라이즈드 제품을 취급하는 자전거 전문 숍, 혹은 스페셜라이즈드 콘셉트스토어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2FO 플랫의 가격은 16만원, 2FO 클립의 가격은 17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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