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HEV)는 실내공간이 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출시된 양산형 차를 개조해 만든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큼지막한 배터리를 실어야 하니 그만큼 트렁크 공간을 손해 봐야 했다. 그리고 차가 무거우니 시내에서만 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편견이다. 요즘 기준으론 그렇다.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토요타 ‘프리우스 V’가 대표적이다. 시승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를 출발해 가평 제이드가든을 왕복하는 코스에서 진행했다.



‘프리우스(Prius)’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해치백 차종이다. 1997년 첫 출시 후 명맥을 이어오다 2013년 프리우스 왜건과 함께 컴팩트 프리우스라 불리는 아쿠아(북미명 프리우스 C) 라인업을 추가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그리고 올해,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인 프리우스 V. 토요타는 이 차를 앞세워 가족 단위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친환경, 그리고 가족 콘셉트

프리우스 V의 콘셉트는 명확하다. 친환경과 가족이다. 스포츠카처럼 날카로운 핸들링과 폭발적인 가속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평가할 만한 차도 아니다. 프리우스 V는 이 차 만의 특징으로 평가해야 옳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깜짝 놀랐다. 해외 모터쇼에서 봤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놓여져서 독특함이 감춰졌던 거 같다. 계기반이 운전대 뒤에 없었고, 대시보드 상단 한가운데 자리해 센터페시아와 이어진다. 게임하는 듯한 즐거움을 주던 프리우스와 다르다. 프리우스의 입체적인 계기반과 달리 꼭 필요한 정보를 간추려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프리우스에서 본 앙증맞은 변속기 레버와 파킹 버튼은 센터페시아로 자리를 옮겼다.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넉넉한 수납공간이 생겼다. 조수석 앞 글러브박스도 위 아래로 구분돼 다양한 것들을 용도에 맞게 넣어둘 수 있다. 컵홀더를 비롯, 곳곳에 숨은 수납공간도 매력이다.




실내는 넓고, 핸들링은 부드러워

프리우스 V는 프리우스의 아쉬운 부분을 해소하면서도, 토요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는 중책을 맡는다. 길이x너비x높이는 4,645x1,775x1600(mm)며, 휠베이스는 2,780mm다. 프리우스보다 길이x너비x높이가 각각 165x25x95(mm) 커졌고,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휠베이스(축거)는 80mm 길어졌다. 덩치가 커지면서 무게도 120kg 늘어 1,515kg이다.



딱 가족을 위한 프리우스다. 넓어진 실내공간이 특징이다. 앞좌석에 앉았을 때보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더 넓게 느껴진다. 머리 공간이나 다리 공간이 꽤 넉넉하다. 뒷좌석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앉았을 때 느낌은 조금 단단하다. 앞보다 얇게 느껴진다.

뒷자리에 앉았을 땐 앞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린다. 트렁크 너머로 소음이 넘어온다. 휠하우스에서 생기는 소음이다. 그리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뒤가 통통 튀지만, 짐을 많이 실었을 땐 달라질 것 같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프리우스와 비교하면 차체가 길어져 기본형과 달리 살짝 흐느적거리는 듯하다. 단단한 유럽형 왜건과는 다른 느낌이다.

배기량 1,798cc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99(ps)마력을 내며, 모터가 82마력의 힘을 낸다. 둘을 합친 시스템출력은 136마력이다. 강력한 힘을 뿜어내진 않지만 이 차는 뛰어난 연료효율이 핵심이다. 그냥 평소처럼 운전했더니 평균 주행 연비가 리터 당 19.8km로 표시됐다. 함께 차를 탄 사람들의 평균연비도 놀라웠다. 과격하게 차를 몬 사람들은 리터 당 14km쯤이었고, 연비에 신경 쓴 사람은 25km를 넘기기도 했다.




또 하나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왜건 통할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프리우스는 물론,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릴 수 있다는 프리우스C(아쿠아)도 타봤다. 그래서 프리우스 V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이동성과 활용성에 주안점을 둔 왜건형 차종인 만큼 토요타가 이를 어떻게 해석했을지 기대됐다.

프리우스 V는 그동안 프리우스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한 차가 아닐까 싶다. 콘셉트를 분명히 해서 타깃을 구체화 했다. 국내 판매가격은 3,880만원. 본격적인 레저 시즌이 시작된 만큼 새 차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져준 셈이다. 디젤 일변도의 시장 상황에서 꿋꿋이 하이브리드 방식을 밀어붙이는 토요타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글/ 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
사진/ 박찬규 기자, 한국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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