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에 입문하는 초보자들이 자전거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자전거의 가격, 그리고 자전거를 구성하는 부품의 등급이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혹은 가격대비 높은 등급의 부품이 장착된 자전거를 구입하고자 하는 것은 로드바이크 입문자의 중요한 숙제다.

대부분의 자전거 메이커가 세계 최대의 부품메이커인 ‘시마노’사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전거의 등급을 나눌 때는 장착된 시마노 부품의 등급이 기준이 된다. 로드바이크의 경우 시마노 ‘클라리스(Claris)’ 부품그룹이 장착된 자전거는 2×8단 변속기가 장착되고, ‘소라(Sora)’ 부품그룹이 장착되면 2×9단 변속기가 장착된다.

많은 자전거 메이커들이 입문자용 로드바이크 모델을 내놓는데 인지도 높은 해외 브랜드의 자전거는 입문자용이라도 만만찮은 가격을 자랑하거나, 부품의 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떠나 오직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을 고르겠다는 실용주의자의 마음에 드는 자전거는 어디에서 찾아보아야 할까?


 

HIT3500, 입문자가 원하는 것만 골라 담은 알짜배기

아마 히트(HIT)라는 자전거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최근에 등장한 것도 이유지만, 별다른 광고 없이 로드바이크 입문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조금씩 알려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사실 히트는 국내의 ‘경태네자전거가게’라는 전문 숍이 삼천리자전거와 함께 만든 신생 브랜드인데, 현재 HIT3500이라는 단 한 가지 로드바이크 모델만으로 일부 로드바이크 입문자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HIT3500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대비 부품구성이 무척 우수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격대비 부품의 등급이 높기만 한 것이 아닌, 비슷한 가격대의 자전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입문자가 원하는 부품구성을 골라 담은 알짜배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자전거다.



디자인만 보아서는 특별히 모난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운 로드바이크다. 그러나 사양을 살펴보면 알루미늄 프레임에 카본 포크를 장착했다. 100만 원 이하 엔트리 급 로드바이크 모델에서 카본 포크를 장착한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50만 원 대 로드바이크가 이정도 기본 사양을 보여준다는 점이 놀랍다.

저가형 모델이지만 프레임 역시 허술하지 않다. 튜빙은 알루미늄 더블버티드를 사용했고 제작은 삼천리자전거가 맡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전거에 단순히 자사 브랜드만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구동계는 시마노 소라 3500시리즈를 장착했다. 2×9단 구동계로 입문용 스포츠 모델로는 충분한 성능을 내는 부품이다. ‘생색내기’용으로 소라 급 부품을 일부만 장착한 것이 아닌, 크랭크와 변속기, 레버를 소라 급으로 통일했다는 점에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체인은 KMC Z9단을 사용했지만 뒷바퀴를 분리해보면 시마노 9단 HG 11-30T 스프라켓이 장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저가형 부품을 사용해 가격을 낮추는 꼼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매트 블랙의 프레임과 은색의 HIT 로고는 제법 멋지게 어울린다.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페인팅이 깔끔하며 제법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보다 개성있는 컬러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무광검정이 지닌 무난함은 분명 중요한 포인트다. 쉽게 질리지 않고 어떤 라이더에게도 잘 어울린다. 용접부위는 최고급 알루미늄 프레임처럼 완전히 매끄럽게 마무리하지는 않았지만 샌딩으로 말끔하게 다듬었다. 저가 자전거의 그것과는 모양새가 분명히 다르다.



프레임의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이즈다. 프레임 사이즈 490mm에서 540mm까지 3가지가 나오는데 대략 신장 165~180cm정도의 라이더에게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차가 있는데 국내에서 많은 라이더가 선택하는 사이즈에 맞춘 것으로 여겨진다.



안장이나 핸들바를 비롯한 자전거를 구성하는 부품들은 알루미늄 소재로 제조 메이커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레이스용 로드바이크에 장착되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의 날렵한 안장과 깔끔한 디자인의 핸들바와 스템, 휠세트에 이르기까지 입문용 자전거로 부족함이 없는 사양이다. 그리고 하나 더 케이블과 하우징은 재그와이어 제품을 사용했다. 디테일한 부품구성을 살펴볼수록 놀라게 된다. 솔직히 깐깐하게 살피면서 자전거의 허술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필자의 못된 버릇이지만, 입문용 자전거에서 이정도의 완성도를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브레이크가 시마노가 아닌 프로맥스 제품이라는 것. 만약 업그레이드 포인트를 찾는다면 브레이크패드가 1순위, 브레이크 캘리퍼가 2순위라고 생각되지만 입문용 자전거임을 감안하면 흠이 될 만한 부분이 아니다.



입문용에서 최상급에 이르는 다양한 자전거를 매달 만나보지만 이정도로 놀라운 자전거는 정말로 보기 드물다. 무엇보다 자전거의 구성 대비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58만원이라는 가격표는 경쟁사의 비슷한 가격대 입문용 자전거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사양인데, 디테일한 부분을 살펴보아도 저가형 부품을 섞는 등의 꼼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신뢰를 더한다.



국내의 로드바이크 입문자들이 자전거를 바라보는 시각은 무척 깐깐하다.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손쉽게 비교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발품을 팔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전거 메이커들이 내놓은 비슷한 사양의 자전거들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의 폭이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입문용 자전거의 선택을 고민하는 라이더라면, 특히 클라리스와 소라 급의 로드바이크 중 마음에 드는 모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라이더에게 HIT3500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가격대비 부품사양이 뛰어날 분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라이더를 배려하는’ 구성이 돋보이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자전거가 이제야 국내시장에 등장한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브랜드인 ‘히트’가 내놓은 이 놀라운 자전거가 국내 자전거 시장을 어떻게 뒤흔들어놓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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