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한사이클연맹이 주관하는 마스터즈 사이클링 투어(Masters Cycling Tour Korea) 2차전 나주투어(이하 MCT 나주투어)가 지난 4월 25일 전라남도 나주시 일대에서 치러졌다. 어느덧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에 개최된 MCT 나주투어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아마추어 로드레이스인 ‘2015 Tour de Korea(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의 프리테스트를 겸하는 올해 첫 대회인 만큼 MCT 사상 가장 많은 459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이는 지난 1차전인 강진투어보다 120명이 많은 수다.



대회당일 실제 출발선에 자리 잡은 410명의 동호인 레이서들 사이에는 라이드매거진의 두 기자들도 포함됐다. 지난 MCT 강진투어부터 레이스에 참가해 온 기자들은 이번에도 메인그룹 한복판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며 직접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줄어들지 않는 거대 그룹과의 사투

나주 스포츠파크를 출발해 14km의 순환 코스를 8주회 돌고 다시 나주 스포츠파크를 지나 결승선을 통과하는 총 116.2km의 이번 MCT 나주의 코스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로 이루어졌다. 레이스 거리 자체는 동호인 레이스치고는 제법 긴 편에 해당되지만 거의 평지라고 보아도 무방한 코스는 큰 변별력이 없어 10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메인그룹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했다. 하지만 거대그룹 속에 안주하지 않고 거듭된 그룹에서 도망가기 위한 시도는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프로 레이스에 점점 가까운 모습으로, 동호인 레이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급하게 꺾어지는 코너와 넓어졌다 좁아지며 급변하는 도로를 지나며 많은 낙차사고가 발생했지만 메인그룹의 기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여러 선수들이 뒤엉켜 발생하는 아비규환의 낙차사고 현장에서 시마노 뉴트럴서포트 팀의 든든한 중립지원 서비스 덕택에 많은 선수들은 다시 레이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순환코스에 접어들며 몇 번의 산발적 공격이 있었지만 메인그룹은 리더를 상징하는 옐로우저지를 입은 김남형(TEAM GIANT) 선수의 주도하에 쉽게 그들을 따라잡으며 방어했다. 많은 수의 메인그룹을 따돌리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경기 중반, 이윽고 그룹을 따돌리며 배준호(팀 바이클로 & 신영), 임정재(Team Canyon-LSR) 2명의 선수가 브레이크어웨이(Breakaway, 메인그룹에서 뛰쳐나가기 위한 공격, 이하 BA)에 성공해 거리를 벌렸다.



이후 네 명이 추가로 합류해 6명으로 늘어난 BA그룹은 메인그룹과 1분 이상의 차이로 앞서갔다. 10배가 훌쩍 넘는 수의 메인그룹을 떨쳐내고 먼저 골인지점에 도착하기 위한 선수들의 투지는 단연 로드레이스의 묘미다.



나주 스포츠파크를 출발한지 2시간 53분께 약간의 오르막인 결승점 너머로 선수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2명이 줄어 4명이 남은 BA그룹을 간발의 차이로 90여명의 메인그룹이 삼킬듯한 기세로 쫓고 있었다. BA그룹도 메인그룹도 서로가 시야에 들어오는 긴박한 상황. 마지막 100m 오르막에 접어들자 BA그룹의 스프린트가 시작되고 여유 있을 정도의 차이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놀랍게도 레이스 중반부터 BA를 주도했던 배준호였다.



거대한 메인그룹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그의 승리는 정말로 값졌다. 2위는 나중에 BA그룹에 합류한 김성욱(Team Canyon-LSR) 선수가, 3위는 메인그룹에 있었던 강지훈(FELT BUSAN) 선수가 앞선 BA그룹의 두 선수를 제치면서 차지해 이번 승부가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를 알 수 있다. 레이스 평균 속도는 40.19km/h로 코스가 같았던 작년보다 2분 30초가량 빠른 페이스였다.

이번 우승으로 인해 배준호 선수는 MCT 포인트 2,040점, 카테고리1(남자 16~29세) 1위로 다가오는 양양투어부터는 레드저지를 입게 됐다. 레이스 리더인 김남형 선수는 2,100점, 종합 1위로 옐로우저지는 지켰지만 2위인 배준호 선수와의 차이는 불과 60점으로 다음 레이스에서도 지킬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



2015 투르 드 코리아 프리테스트 1차전이었던 MCT 나주투어의 열기는 기대이상이었다. 하지만 레이스에 참가한 410명중 144명이 완주를 하지 못할 만큼 위험요소가 많았던 만큼 레이스 중 안전에 대해서는 좀 더 각자의 노력과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음 레이스 일정은 5월 1일부터 29일까지 한 달간 개인 소속 선수들의 별도 팀 등록 기간을 거친 후 다가오는 6월 27일 MCT 양양투어로 예정되어있다.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이 들여다 본 MCT 나주투어

이원호 기자 : MCT 나주투어는 첫 참가였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사고가 많이 나서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설레기보단 긴장이 먼저 앞섰다. 동료 기자이자 같은 팀인 문기자님이 출발 전 스타트 오일을 정성스레 발라주어서 긴장을 푸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지난 강진투어에서 성적이 좋지 못해 100번 이후의 줄에 서야했지만 미리 출발지점에 자리를 잡아서 비교적 앞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참가인원 제한이 500명으로 늘어나면서 MCT 포인트 관리를 통해 앞자리에서 출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졌다. 만약 자신의 포인트가 앞의 100번째 자리에 가기에 모자라다면 조금 서둘러 출발지점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문인영 기자 : 경기 코스가 지난해와 같아서 익숙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시합을 출발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바뀐 점이 있었으니, 참가인원이 무려 410명에 육박했던 것이다. 이날 참가했던 선수 모두 앞자리에서 달리고 싶은 마음은 같았을 것이고, 그로 인해 거대한 그룹 여기저기서 계속되는 자리싸움에 낙차사고가 계속되었다.

거기다 차선 변화가 많았던 도로와 속도가 빠른 평지위주 코스는 낙차의 불길을 더욱 부채질 했다. 최대한 안전하게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가장 오른쪽라인을 붙잡고 경기를 진행했다. 앞자리로 나가기 쉽지 않았지만 안쪽코너를 잡고 있었던 덕분에 안전한 코너링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고 낙차사고에도 크게 휘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주회, 골인지점을 8km정도 남긴 상황에서 발생한 낙차사고의 영향으로 뒤 그룹에 속해 골라인을 넘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 선두그룹에 합류하기 위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번 경기 결과로 인해 다음 번 경기에서는 100번 안쪽의 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이원호 기자 : 한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좋은 날씨에 열린 MCT 나주투어의 현장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보다 많은 동호인들과 레이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그만큼 늘어난 낙차사고는 보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큰 고통이다. MCT에 참가하는 동호인 레이서들은 보다 안전에 유의하고 레이스에 집중하며 주변 라이더들을 배려하는 노력을, 주최 측에서는 동호인의 안전을 위해 조금은 변별력 있는 안전한 코스 구성과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 필자도 마지막 4km를 앞두고 낙차 해 하늘을 잠깐 볼 기회가 있었지만 다행이 완주할 수 있었다. 이번 MCT 나주투어에서 낙차로 인해 다친 모든 동호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문인영 기자 : 넓어졌다 다시 좁아지는 도로와 빠른 속도, 계속되는 자리싸움을 반복하는 거대한 펠로톤까지 정말 위험요소가 많았던 대회였다. 하지만 그것 또한 로드레이스의 일부이지 않을까? 골라인을 넘고 난 후 낙차사고에 휘말리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사고를 겪으신 분들께 쾌유를 빌며 다음 경기가 열리는 양양에서 뵙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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