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 자전거를 개발하는 메이커의 지상과제는 가벼운 무게다. 자전거가 가벼울수록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체력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빠른 가속과 쉬운 컨트롤에 이르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여러 부품 메이커들도 가벼운 부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자전거 휠은 가장 큰 경량화 효과를 볼 수 있는 부품이지만,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다. 휠은 절대로 내구성을 희생해서는 안 되는 성능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기 때문에 경량화 하기가 무척 어려운 부품이다.

특히 MTB 레이스용 휠은 오프로드의 가혹한 레이스 환경에서 노면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만큼 튼튼하면서도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무게와 내구성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얼마나 조화롭게 녹여내느냐는 자전거 휠 메이커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기술력의 선두를 다투는 부품 메이커 중 디티스위스(DT SWISS)를 빼놓을 수 없다. DT스위스는 오직 자전거의 휠과 서스펜션에 집중하는 부품 메이커다. 시마노나 스램 같은 여러 대형 부품 메이커들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독자적인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DT스위스는 MTB 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디티스위스는 자전거의 휠을 구성하는 허브, 스포크(바큇살), 림(바퀴 테두리)의 스페셜리스트다. DT스위스 카본 휠세트는 2012, 2013 MTB XC 월드챔피언이었던 니노 슐터의 우승을 뒷받침했고, 2014 XC 월드챔피언 야로슬로브 쿨하비가 사용한 스페셜라이즈드 휠세트에도 DT스위스의 허브가 사용되었다.


 

XRC 1250 SPLINE 27.5 - 톱을 노리는 카본 튜브리스 레이싱 휠

XRC 1250 SPLINE은 DT스위스를 대표하는 MTB 레이스용 카본 휠세트다. 높이 20mm, 폭 28mm의 광폭 카본 림과 DT스위스가 자랑하는 스플라인(SPLINE) 허브, 에어로 콤프(AERO COMP) 더블버티드 스트레이트 스포크로 빌딩 했다.

XRC 1250 SPLINE 27.5 휠세트의 무게는 앞뒤 휠을 합쳐 불과 1360g에 불과하다. XC용으로 개발된 휠세트지만 엄청나게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는데, DT스위스는 XRC 1250 SPLINE이 올마운틴 및 트레일 라이딩용으로 사용가능한 휠세트라 표기하고 있다. XRC 1250 SPLINE 27.5 휠세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수많은 레이서들로부터 최고의 MTB용 카본 클린처 휠세트라는 찬사를 받았고, 이와 견줄만한 레이스용 휠세트는 여전히 찾아보기 드물다.
 

DT스위스 스플라인 허브

SPLINE이라는 모델명은 이름 그대로 DT스위스의 스플라인 허브가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스플라인 허브는 스포크를 걸어 잡아당기는 플랜지 부분이 삼각형으로 돌출되었는데, 각각의 스포크가 플랜지와 수직을 이루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허브가 회전할 때 스포크를 잡아당기는 힘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더의 페달링 파워가 체인을 통해 허브로 전달되고, 허브의 회전운동은 스포크를 통해 림에 전달된다. 스포크가 림을 강하게 잡아당겨 회전운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때 ‘단단하다’는 느낌, 그리고 자전거가 즉각적으로 페달에 반응하며 가속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스플라인 허브의 삼각형 허브 플랜지는 보기에 아름다울 뿐 아니라 수학적으로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삼각형의 허브플랜지 디자인과 함께 구동효율을 극대화시켜주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프리허브바디와 허브 사이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클러치’ 역할을 해주는 두 개의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스타 래칫’ 시스템이다. 허브 내부에 톱니가 새겨진 두 개의 링이 들어가는데, 바퀴가 빠르게 공회전 할 때 링의 톱니가 스치면서 ‘왱~’하는 높은 마찰음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공회전 하다가 토크가 전달되기 시작하면 즉각 두 개의 링의 톱니가 맞물리면서 바퀴를 회전시킨다.



톱니의 접촉 면적이 넓기 때문에 높은 부하에도 잘 견디며, 36개의 촘촘한 이빨이 풀렸다가 다시 맞물리는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페달을 밟았을 때 바퀴가 순간적으로 헛도는 일 없이 즉각적인 가속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MBS코프레이션을 통해 국내 정식 수입 유통되는 XRC 1250 SPLINE 휠세트에는 시마노의 11단 구동계를 지원하는 프리허브바디가 장착된다. 시마노의 신형 XTR M9000시리즈와 올해 가을 출시될 신형 XT M8000시리즈와 문제없이 호환된다.


 

스트레이트 풀 · 더블버티드 · 블레이드 스포크

냉간단조공법으로 제작되는 DT스위스의 스포크는 무척 뛰어난 인장강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 높다. XRC1250 SPLINE 휠세트의 스포크는 DT스위스의 최상급 더블버티드 스포크인 에어로 콤프가 사용되었다. 허브의 좌우 각 12개씩, 각각의 바퀴마다 24개의 스포크가 크로스 패턴으로 장착된다. 일반적으로 MTB용 휠세트는 3크로스라 불리는 스포크 패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XRC 1250 SPLINE 휠세트는 스플라인 허브의 플랜지가 각각의 스포크를 최적의 각도로 배치해주기 때문에 1개의 스포크가 2개의 스포크와 교차하는 2크로스 패턴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J자 모양의 스포크가 아닌, 허브에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스트레이트 풀 타입 스포크를 사용하는데, 무게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스포크에 더블버티드 가공을 했다. 스포크의 부위에 따른 두께와 단면형상이 변하는데 허브와 체결되는 강한 힘을 받는 부위의 단면은 직경 2mm의 원형이며, 스포크의 중간은 바퀴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1.2mm 두께의 납작한 블레이드 형태로 바뀐다.


 

튜브리스 시스템 적용된 카본 클린처 림

XRC1250 SPLINE 휠세트의 매뉴얼에 림에 관한 정보는 정확히 표기되어 있지 않으나, 제원에 표시된 림의 단면형상이 DT스위스의 XMC350 카본 림과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다. XMC350은 DT스위스의 올마운틴용 카본 림으로 개당 무게는 370g이다. DT스위스는 개당 무게가 이보다 45g 더 가벼운 XC용 카본 림인 XRC320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의 레이스 바이크는 점점 다운힐에 초점을 맞춘 거칠고 험한 코스에 대응해 광폭 타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이에 폭 28mm의 XMC350 림을 적용한 완성휠세트를 내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XRC1250 SPLINE 휠세트의 림은 가벼울 뿐 아니라 다양한 레이스 환경에 대응 가능한 튜브리스/튜브리스 레디 타이어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DT스위스의 매뉴얼에는 튜브리스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림의 안쪽에 전용 테이프를 부착해 기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 기존의 튜브리스 컨버전 키트를 이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DT스위스 휠세트 전용 기밀 테이프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다른 튜브리스 컨버전 키트의 기밀테이프를 이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튜브리스 세팅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으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공기압이다. 카본 클린처 휠세트는 공기압이 림이 허용하는 최대치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과 압력에는 강하게 버티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큰 압력이 가해질 경우 림의 측면이 부서지는 등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DT스위스는 타이어의 적정공기압이 3bar, 약 43psi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대략적인 참고를 위한 것으로 휠에 장착된 타이어의 크기에 따라 적정공기압이 다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지만 직경이 큰 타이어를 사용할수록 허용공기압이 낮아지며, 직경이 작은 도로주행용 타이어를 장착할 때는 보다 높은 공기압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MTB 타이어를 예로들면 폭 1.95인치의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최대 64psi, 2.35인치의 타이어는 46psi의 공기압을 주입할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 시 일반적으로 40psi 전후의 세팅을 권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유 있는 수치다. 반면 폭 1.2인치의 도로 전용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100psi 이상의 높은 공기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기온과 브레이킹 시의 타이어 내부온도상승 같은 변수에 따라 타이어 공기압 또한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최대공기압에는 여유를 두기를 권장한다. 또한 튜브리스 세팅 시에는 30psi 이하의 낮은 압력에서도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오프로드에서 보다 높은 접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



XRC1250 SPLINE 27.5 휠세트는 엘파마 레이싱의 나상훈 선수를 비롯한 국내 정상급 선수들을 통해 국내외의 대회에서도 그 효과를 충분히 입증했다. 무게는 앞/뒤 각각 635/725g이며 가격은 앞바퀴 190만원, 뒷바퀴 226만원이다.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XC 레이서가 원하는 가벼운 무게, 거친 트레일 라이딩에도 대응 가능한 강한 내구성, 그리고 림·스포크·허브에 이르기까지 DT스위스가 가진 기술의 정수를 결집한 휠의 높은 완성도를 볼 때 마스터피스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DT스위스 XRC1250 SPLINE 27.5 휠세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XC라이더를 위한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