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을 벗어나는 건 어렵다 . 특히 그 변화점이 , 그 동안 끈덕지게 몰아 부친 것과 상반되면 더욱 그렇다 . 하지만 이 변화를 긍정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찬스가 될 수 있다 . 자동차 업계에서 극적인 변화를 통해 한 단계 발전을 이룬 브랜드는 바로 포르쉐다 . 비록 그런 변화가 상업적인 , 여러 계산이 깔린 시도일지라도 충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GT카에 집중하던 포르쉐가 SUV 카이엔을 내놓고 , 문이 무려 4개나 달린 세단 파나메라까지 잇달아 성공시키자 여러 자동차 업체들의 벤치마킹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BMW도 지난해 포르쉐만큼 (?)의 변화를 감행했다 . 그간 고수해온 ‘후륜구동을 통한 드라이빙의 즐거움 ’에서 벗어난 , ‘이단 ’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 이번에 시승한 액티브 투어러가 예다 . BMW는 세단과 스포츠 모델 , SUV 모델에 후륜구동 혹은 4륜구동 (xDrive)만을 고집해왔다 . 미니 (MINI) 브랜드를 통해 전륜구동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 그간 브랜드가 주장해온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후륜구동을 통해 극대화 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이를 지켜왔다 . 하지만 이제 등장할 차세대 X1과 X2, 미니 컨트리맨과 클럽맨 등에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UKL플랫폼을 사용할 것이라 예고했다 . 이는 소형 세단인 1시리즈 모델에도 해당된다 .
액티브 투어러는 지난 2012년 파리모터쇼에서 '콘셉트 액티브 투어러 '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 콘셉트카는 1.5리터 3기통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을 이룬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 양산형 모델은 지난해 2014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고 현재 출시된 트림은 218i, 220i, 225i, 218d, 220d가 있다 . 액티브투어러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유럽에서 인기가 좋다 . 지난해 늦은 9월말 출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2015 유럽과 북미 올 해의 차 후보에 오르는 인기를 과시했다 . 국내에 출시된 액티브 투어러는 2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218d 모델이다 .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 , 내장재 재질은 조금 아쉬워
액티브 투어러는 인기가 많은 카테고리인 MPV(Multi Purpose Vehicles)로 분류할 수 있다 . 세단보다는 공간 활용성이 좋고 , SUV보다는 높이가 낮고 차체도 작아 다루기 쉽다 . 하지만 짧고 껑충한 겉모양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디자인이다 . 앞모습은 2세대 X6를 축소해 놓은 듯 보인다 . 뾰족하게 튀어나온 키드니 그릴과 보닛 위 두 줄의 라인이 다소 둔해 보이는 외형에 조금이나 날렵함을 준다 . 눈꺼풀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와 성난 앞태가 귀여운 악동처럼 보인다 . 플랫폼만이 아니라 ‘미니 ’ 이미지도 살짝 가져온 듯하다 .
액티브 투어러의 길이 x너비 x높이 (mm)는 4,342x1,800x1,555며 휠베이스는 2,670mm다 . 현대자동차 i30와 길이가 비슷하고 , 높이는 기아자동차 쏘울과 비슷하다 . 옆모양은 MPV의 전형적인 , 짧고 위로 솟은 형태다 . 차 뒷부분으로 지붕이 낮아지며 길게 뻗은 쿠페형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다 . 뒷모습은 빵빵하니 볼륨감이 넘친다 . 곡선을 살린 디자인과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답게 뒤 적재함 도어의 크기도 크고 시원스럽게 열리도록 디자인 됐다 .
실용성을 강조한 MPV답게 실내는 널찍하다 . 시트를 조금 더 얇게 만들어 공간을 확보한 효과로 보인다 . 특히 뒷좌석 헤드룸에 여유가 인상적이다 . 그렇지만 다소 저렴해 보이는 마감재와 센터페시아의 듬성듬성 빈 공간은 아쉽다 . 특히 무엇인가가 달려있었을 것이라 추측되는 (아마도 CD 플레이어 자리 ) 곳을 커다란 유광 플라스틱으로 대충 마무리한 것처럼 보이는 곳이 거슬렸다 . 또 BMW 전 차종에 적용되던 전자식 기어 노브를 볼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
아쉬운 소재를 제쳐두더라도 공간 활용성은 액티브 투어러의 백미며 , 소비자들이 MPV를 사는 가장 큰 이유다 . 2열 시트는 앞뒤로 움직여 탑승자 체형에 맞춰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 2열 시트는 40:20:40으로 접힌다 . 트렁크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용량은 기본 468리터며 ,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510리터까지 늘어난다 . 트렁크 도어는 리어범퍼 밑에 발을 갖다 대면 열리는 방식이다 .
BMW 후륜세단의 직관적인 핸들링을 그대로 닮다
액티브 투어러는 2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 최고출력은 150마력 (4,000rpm), 최대토크는 33.7kg·m(1,750~2,250rpm)을 보인다 .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시작하지만 , 가장 큰 힘을 낼 수 있는 구간이 적다 . 그렇다 해도 동급 차종보다 힘이 센 데다 무게도 가벼워 실제 느껴지는 퍼포먼스는 꽤 뛰어나다 . 연비도 훌륭한 편이다 . 가벼운 차체와 8단 변속기 덕분이다 . 복합연비는 리터당 17km다 . 도심구간에서 차를 주로 탔음에도 리터당 16km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 포지션이 꽤 높게 느껴진다 . 그냥 볼 땐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 , 의외다 . 그간 접해본 BMW의 세단 중 GT가 시트포지션이 꽤 높아 이색적이었는데 , 그보다 더 높게 느껴졌다 . 그 덕인지 앞과 옆을 살피기 쉬웠다 . 공간감이 부족한 초보 운전자나 여성운전자가 다루기에 유리해 보인다 . 작고 얇은 스티어링 휠도 여성운전자에게 도움이 될 거 같다 .
액티브 투어러는 독일차 답지 않은 폭신한 서스펜션 (그렇다고 고속에 불안할 정도로 출렁거리지 않는다 ) 반응이 안정감 있었고 , 스티어링을 잡아 돌리면 손동작에 뒤질세라 재빨리 쫒아오는 차체의 움직임은 영락없는 독일차의 그것이었다 . 아무래도 같은 엔진과 비슷한 크기를 가진 미니 컨트리맨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됐다 . 액티브 투어러는 순간 가속력과 고속에서 꾸준히 밀어붙이는 힘이 좋았고 , 미니 특유의 통통 튀는 , 촐싹 (?)거리는 움직임이 아닌 한껏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운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 또한 고속주행 안정감도 상당히 좋았다 . 차음과 방음에 꼼꼼히 신경 써 높은 차로 인한 풍절음과 노면 소음 유입을 나름 잘 걸러낸다 .
차체가 높고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고속에서 갑작스런 자세 변화엔 불리했다 . 하지만 뒷바퀴굴림방식보다는 다루기 쉬워 큰 부담 없이 운전을 즐길 수 있었다 . 액티브 투어러는 일반 , 스포츠 , 에코의 3가지 운전모드를 갖췄다 . 다른 BMW 형제들 같이 운전모드 변경에 따른 주행감각의 차이 커 각기 다른 자동차를 운전하는 재미를 준다 .
액티브 투어러는 BMW 최초의 전륜구동이자 MPV로서 BMW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시작하는 모델이다 . 내장재는 아쉽지만 , 동급에서 볼 수 없는 코너링라이트 , 내장 LED 헤드라이트 , 파노라마 선루프 , 핸즈프리 적재함 등 BMW 한 단계 위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고급 선택품목을 마련했다 . BMW 액티브 투어러는 가족과 함께 일상생활 뿐 아니라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기려는 가장들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
글
김종우 iamwooh@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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