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엘파마가 신제품 발표회장에서 환타시아 S7을 공개했을 때 깜짝 놀랐다. 엘파마가 ‘26인치 휠’을 장착한 MTB의 신형 모델을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트렌드인 27.5인치 휠을 장착한 MTB를 엘파마 역시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존의 규격인 26인치 휠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이를 적용한 신형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니 바로 엘파마 환타시아 S7 시리즈다.


 

26인치 휠 vs 27.5인치 휠

MTB에 장착되는 휠의 규격은 27.5인치(650B)가 기존의 26인치를 대체할 새로운 표준으로 점차 자리 잡는 중이다. 29인치와 27.5인치를 비롯한 ‘빅 휠(Big wheel)’의 유행은 북미에서 시작되어 유럽이 바톤을 넘겨받아 주도하고 있는데, 낮은 구름저항과 높은 접지면적으로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주행성능을 낸다는 것이 27.5인치를 선호하는 이유다.


: 26인치(좌측, 2015 환타시아 S7) VS 27.5인치(우측, 2015 환타시아 G)


큰 바퀴를 장착하는 것은 곧 자전거의 프레임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MTB 라이더들 중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26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럽의 라이더에 비해 신장이 짧아 아무래도 콤팩트한 프레임의 MTB일수록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키가 크지 않은 MTB 라이더의 입장에서는 여러 자전거 메이커의 최신모델이 27.5인치 휠을 장착하고 출시되는 현재 상황이 별로 달갑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자전거 메이커가 이제는 비주류로 여겨지는 26인치 휠을 장착한 MTB를 단종 시키고 있는데, 27.5인치를 장착한 작은 사이즈의 MTB 프레임은 26인치 휠 모델에 비해 높은 헤드튜브를 비롯하여 프레임의 지오메트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경우를 종종 만나볼 수 있다.



국내의 MTB 라이더 중에는 여전히 26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을 원하는 이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은 엘파마는 2015년 모델에 새로운 26인치 카본 하드테일 라인업을 추가했다. 환타시아 S7 시리즈는 기존의 기함 급 카본 하드테일인 환타시아 N2 시리즈의 아래에 위치하는 모델이다. 신모델답게 얼마 전 공개된 신형 XTR, XT에 적용된 사이드스윙 방식 프론트 디레일러를 장착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고,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가벼운 무게와 높은 프레임 강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하드테일 MTB 프레임의 정석

자전거의 디자인에는 해당 메이커의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환타시아 S7의 프레임에서 드러나는 엘파마의 모습은 다소 우직하다고나 할까? 현란한 기교보다는 충분히 검증된 기본기에 충실한 ‘클래식’을 고수하는 느낌이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브는 곧은 직선으로 이루어졌는데 두꺼운 다운튜브와 체인스테이, 상대적으로 가는 탑튜브와 시트스테이의 베이직 한 구성으로 탄탄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MTB 하드테일 프레임의 정석 그 자체라고 할만하다.



다운튜브와 탑튜브는 사각형의 단면으로 구성되었다. 다운튜브와 함께 가장 많은 하중과 충격을 받는 부위 중 하나인 헤드튜브를 두껍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의 자전거 메이커에서 일종의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흔한 주름장식 하나 들어가지 않은 심플함이 오히려 이 프레임의 개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드셋은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 테이퍼드 규격을 사용한다. 다운튜브 측면으로는 변속 케이블이 프레임 내부로 수납되는데, 케이블이 통과하는 게이트 부분이 프레임과 일체형으로 성형되어 깔끔함을 더했다.



두꺼운 앞삼각의 튜빙과는 대조적으로 시트스테이는 제법 가늘다. 엘파마뿐 아니라 다른 메이커의 카본 하드테일 프레임과 로드바이크 프레임에서도 최근 두꺼운 체인스테이 / 가느다란 시트스테이 조합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가느다란 시트스테이가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어느 정도 흡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양쪽 시트스테이를 연결하는 브리지가 생략된 것 또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반면 체인스테이는 무척 두껍고 단단하다. 마치 건축물 내부에 들어가는 빔을 연상시키는 직사각형의 단면이며 브리지로 보강되었다. BB셸은 최근 유행하는 베어링 프레스 방식이 아닌 나사산으로 BB를 결합하는 방식인데, 베어링 프레스 방식 BB에서 간혹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있고, 호환성이 뛰어나 다양한 부품을 쉽게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완성차 뿐 아니라 프레임과 자신이 원하는 애프터마켓용 부품을 구입하여 직접 자전거를 조립하려는 이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더할 나위 없는 구성의 컴포넌트

엘파마 환타시아 S7은 부품 구성에 따라 데오레 급에서 XTR 급에 이르기까지 4가지 완성차 모델이 나온다. 환타시아 S7의 프레임만 구입할 경우 130만원이지만, 데오레급 컴포넌트로 조립된 S600은 166만원이라는 상당히 실속 있는 가격을 자랑하며, 최상급 모델인 S900은 539만원이라는 제법 높은 가격이지만 더 이상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알찬 부품구성을 보여준다. 라이드매거진이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최상급기인 환타시아 S7 S900 모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컴포넌트는 서스펜션 포크다. 폭스 32 플로트 100, 스텐션튜브 직경 32mm 트래블 100mm의 XC용 에어서스펜션 포크다. 폭스의 서스펜션 포크는 애프터마켓용 ‘팩토리’와 OEM용 ‘이볼루션’으로 등급이 나뉘는데 애프터마켓용 팩토리 등급 포크를 장착했다. 폭스의 팩토리 등급 포크에는 스텐션 튜브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카시마코팅이 적용되고 댐퍼도 이볼루션 급 모델과 다르다.



휠은 휠세트 명가 DT스위스의 XT1501 스플라인 원이 장착되었다. 알루미늄 림을 사용했지만 무게가 불과 1410g에 불과한 레이스용 경량 휠세트로, 별도 구입 시 휠세트 가격만 104만원에 이르는 제품이다. 단단한 알루미늄 림과 DT스위스 컴피티션 스포크, 스타라쳇 시스템이 적용된 고성능 스플라인 원 허브로 조립되어 뛰어난 추진력을 보여준다.

타이어는 슈발베 레이싱랄프가 장착되었는데 휠과 마찬가지로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트리플 컴파운드가 적용된 최상급 모델이다. 컴파운드가 부드러워 마모가 다소 빠른 것이 흠이지만, 접지력과 낮은 구름저항으로 굉장히 뛰어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고성능 XC 타이어다.



변속시스템은 시마노의 신형 XTR M9000 그룹셋이 장착되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사이드 스윙’이라는 새로운 규격의 디레일러가 장착되며, 뒷변속기에는 스태빌라이저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체인링은 40/30/22T 트리플, 카세트 스프라켓은 11-40T로 3×11단 조합인데 이는 아직 26인치 하드테일 MTB의 주 마니아층의 취향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저단에서 0.55%라는 굉장히 낮은 기어비를 보여준다. 핸들바와 스템, 시트포스트는 환타시아 카본 컴포넌트가, 안장은 셀레이탈리아 SLR 하이플로우 Ti가 장착된다.


 

시승

환타시아 S7 S900의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테스트를 위해 필드로 나왔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안양의 삼성산, 흙으로 이루어진 육산으로 노면은 바로 전날 약간 내린 비로 적당히 습기를 머금어 딱 달리기 좋은 상태다. 기본 장착된 슈발베 레이싱랄프 타이어는 이런 노면을 무척 좋아한다. 적당한 접지력에 낮은 구름저항으로 가볍게 페달을 밟아도 경쾌하게 가속한다. 사실 이런 경쾌함의 이유로는 무게를 들 수 있다. 시승차를 전자저울에 달아보니 표시되는 무게가 정확히 9.000kg, 핸들의 그립만 스폰지로 바꾸어도 저울의 숫자 앞자리가 8로 바뀔 것이다.

특히 기본 장착된 휠세트와 타이어가 무척 가볍다. 26인치 휠이 27.5인치보다 오프로드 주파성능이 낮다고 하지만, 직경이 작아 휠의 회전관성이 적을뿐더러 무게마저 가벼우니 경쾌하게 가속하는 느낌이 명불허전이다. 노면의 요철이 많지 않은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능선이나 임도 위주의 코스라면 26인치 휠이라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라이더의 경험이 많을수록 타이어의 성능에 신경 쓰게 된다. 특히 경량의 레이스용 휠을 장착했다면 남은 것은 타이어의 성능이 뒷받침 해줘야 제대로 성능을 낼 수 있다. 타이어의 공기압만 바꿔도 자전거의 승차감과 주행 특성이 완전히 바뀌니 주행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기압을 시험해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세팅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참고로 엘파마 환타시아 S7 S900에 장착된 DT스위스 XR1541 스플라인 원 휠세트는 튜브리스 타이어를 지원한다. 내부의 튜브를 제거하고 튜브리스용 밸브를 장착한 다음 실런트를 넣어 세팅하면 무게가 더 가벼워지고, 쉽게 펑크 나지 않아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즐거워진다.



프레임에 대한 느낌은 솔직히 한두 개의 코스를 달려보고 평가하기가 어렵지만 체중을 실은 강한 토크로 페달을 밟았을 때 체인스테이의 휘청거림 없이 굳건하게 동력을 지면으로 쏟는 느낌, 급경사의 코너에서 급제동하며 핸들을 돌릴 때 헤드튜브가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과 빠른 핸들링 반응은 사실 예상했던 그대로의 안정감이다.

사실 평가는 주관적인 느낌에 좌우되는 부분이 크니 자전거의 프레임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딱딱하다고 표현될만한 승차감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경험해본 다른 프레임들과 비교할 때 새총처럼 탄력 있다거나 부드럽다는 표현을 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평준화된 카본 하드테일 프레임 그 자체라고 할까? 시험지의 답안이라고 생각하고 주행성능에서는 무난한 기본기를 구현하는 대신 무게는 평균이상으로 가볍다고 쓴다면, 이 평가 답안지에 B+ 정도의 점수는 매길 수 있을 듯하다.



이 무난한 기본기라는 것이 ‘고성능 레이스용 자전거로서 무난하다’는 말이니 성능이 낮다는 오해는 말기 바란다. 엘파마 환타시아 S7 S900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자전거다. 가격은 539만원이지만, 부품 구성을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 완성차 사양 그대로가 최상급 부품들로 이루어져 업그레이드할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고, 장착된 부품들의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기본기 탄탄한 프레임이 뒷받침한다.

26인치 휠을 장착한 MTB가 자신과 천생연분이라 여긴다면, 최신형 컴포넌트를 장착할 수 있는 경량 카본 하드테일을 원하는 라이더에게 환타시아 S7 시리즈는 관심을 갖고 살펴볼만한 매력적인 모델이 아닐까 생각된다.


 

엘파마 환타시아 S7 S900 제원

프레임 : 환타시아 S7 카본
포크 : 폭스 FLOAT 100 CTD-Remote FIT Black, 카시마 코팅, 9mm QR
크랭크 : 시마노 XTR 36/26, 38/28, 40/30/22T (선택)
시프터 : 시마노 XTR M9000
앞 디레일러 : 시마노 XTR M9000 사이드스윙, 다운밴드, 3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XTR M9000 SGS 11단
카세트 : 시마노 XTR 11-40T 11단
체인 : 시마노 XTR 11단
브레이크 : 시마노 XTR M9000
로터 : 시마노 RT76-S 160mm (6볼트)
타이어 : 슈발베 레이싱랄프 EVO 26×2.1
휠세트 : DT스위스 XR1501 스플라인-원 26
스템 : 환타시아 카본 오버사이즈
핸들바 : 환타시아 카본 플랫바 660mm
그립 : HDL 락그립
헤드셋 : FSA NO.42/CF/ACB, 테이퍼드
안장 : 셀레이탈리아 SLR 플로우 Ti
시트포스트 : 환타시아 카본/알로이헤드 31.6x400mm
사이즈 : 360, 400, 440, 460
색상 :  매트블랙/레드, 글로스블랙/화이트
무게 : 9.0.kg (사이즈 400, 실측치)
가격 : 539만원

문의 : (주)엠비에스코프레이션 http://www.elfama.com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