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의 교통대란을 피해 달리는 자전거는 때때로 자동차보다 빠르다. 하지만 신나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보관에 신경 써야 하는 애물단지가 된다는 점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를 망설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만약 접었을 때 책상아래 쏙 들어가는 작은 접이식 자전거가 있다면 이런 고민은 해결되지 않을까?

접이식 자전거라고 하면 처음에는 자전거를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작게 접고, 자동차의 트렁크에 싣거나 지하철에도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자전거를 ‘상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상은 꽤나 번거롭고 불편한 물건인 경우가 많다. (1) 접는 법이 복잡하고 (2) 접은 다음 덜그럭거리며 이동하기 번거롭고 (3) 자전거를 접어도 여전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면, 차라리 저렴한 일반 자전거를 구입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모든 접이식 자전거가 쓸모없는 물건이라 속단하기는 이르다. 콤팩트한 사이즈로 책상 아래에 넣어둘만한 접이식 자전거도 분명 세상에 존재하니까. 물론 보통의 자전거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도 다소 비싼 편이지만, 편리함을 누리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폴딩 바이크(접이식 자전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작게 접히는 것, 특히 접었을 때의 모양이 중요한데 네모반듯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폴딩바이크 중 유명한 것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브롬톤이 있고, 이번에 소개할 오리바이크 또한 대표적인 ‘반듯하게 접히는 폴딩바이크’ 중 하나다.

오리(ORi) 바이크의 출생지는 타이완이지만 디자인의 뿌리에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영국의 디자인 감성이 깃들어있다. 오리바이크는 과거 베네통 F1팀의 서스펜션, 기어박스 엔지니어였던 존 와이트(Jon Whyte)가 설립한 와이트 바이크의 수석 디자이너 이안 알렉산더에 의해 설계되었다.



오리바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접었을 때 앞바퀴와 뒷바퀴가 프레임 아래로 접히는 구조다. 특히 이중으로 된 포크가 후방으로 접히는 방식은 오리바이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구조는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핸들을 펴고 시트포스트를 올린 다음 앞바퀴와 뒷바퀴를 차례로 펼치고 핸들을 돌리면 자전거가 완성된다. 익숙해지면 자전거를 펴는데 15초, 접는데 3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오리바이크의 핸들바와 프레임의 관절 경첩부에는 IRC(Instant Rebound Catch)라는 독특한 고정 걸쇠 장치가 달려있다. 둥글 넙적한 레버를 살짝 들어 올리면 고정 장치가 풀리고, 잠글 때는 경첩을 움직여 꽉 누르기면 하면 탁 소리가 나면서 잠긴다. 사용이 무척 간편하면서도 상당히 견고하다. 다른 경쟁사의 자전거에서 오리바이크의 IRC만큼 간편한 체결시스템은 찾아보기 드물다.

 

오리바이크 시리즈는 프레임의 형상에 따라 모델이 나뉜다. 프레임을 카본으로 만든 최상위 모델인 ‘SURPAZ' 시리즈를 비롯하여 알루미늄 모노코크 프레임인 'M10', 모노튜브 프레임인 C8의 3가지 프레임이 있으며, 장착된 부품의 등급에 따라 세분화 된다. 오리 C8 플래그 잉글랜드는 C8의 프레임을 유니언잭으로 수놓은 모델이다. 화려한 적색의 메인프레임에 검정색으로 통일된 서브프레임과 컴포넌트가 잘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경첩이 많은 다소 복잡한 구조지만, 자전거를 구성하는 부품의 정밀도와 마무리가 뛰어난 편. 구동계는 48T 체인링이 장착된 싱글 크랭크에 11-28T 8단 스프라켓을 장착했다. 디레일러는 시마노 소라 9단, 시프터는 아세라 8단을 사용했는데 기본적으로 로드바이크 구동계와 호환되는 구동계를 장착했기 때문에 가볍고 고속주행성능이 뛰어나며 부품 교체와 업그레이드가 쉽다.



안장과 핸들그립의 컬러도 프레임과 톤을 맞췄고, 별매품인 액세서리를 장착하면 더욱 예쁘게 자전거를 꾸밀 수 있다. 장착된 가방은 별매품이지만, 오리의 순정 액세서리가 아니라도 유니언 잭과 어울리는 소품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나오니 나만의 자전거를 꾸미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자전거의 가격은 109만원, 유니언 잭 플래그 모델 외에도 민트 색 ‘엔젤’ 데칼과 블랙, 레드, 화이트, 그린 등의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오리 M9와 C8 시리즈의 차이는 프레임의 형상이다. C8이 직선의 튜빙을 용접해서 프레임을 만들었다면, M9는 유기적인 형태로 뽑아낸 프레임을 마치 모나카 과자처럼 좌우로 겹쳐 용접해 만든 모노코크 프레임을 사용한다.



모노코크 공법으로 제작한 프레임은 곡선의 부드러운 굴곡을 살린 아름다운 형태가 특징이다. 프레임의 표면은 아노다이징으로 마감했다. 일반적인 페인트와 달리 알루미늄 소재의 금속 질감과 광택을 살려 고급스럽고 스크래치에 강해 고급 자전거의 프레임에 적용되는 기법이다.



구동계는 52T 크랭크와 11-26T 9단 카세트 스프라켓의 조합으로 제법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게 세팅되었다. 디레일러는 시마노 소라 9단, 시프터는 알리비오 9단을 사용한다. 휠은 16인치로 타이어는 펑크에 강한 슈발베 마라톤을 장착했다. 도심을 주행할 일이 많은 자전거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장착된 부품은 로드바이크의 구동계와 서로 호환되기 때문에 더 가볍고 빠른 자전거로 업그레이드하기도 쉬운 편이다.



오리 C8 플래그 모델에는 없는 짐받이가 장착된 것도 주목해야 할 특징. 작은 바퀴 덕분에 짐받이의 높이가 낮아 다소 무거운 짐을 싣더라도 자전거의 주행안정감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좌우로 지나치게 많이 돌출된 짐을 싣고 달릴 때는 페달을 밟는 발뒤꿈치와 짐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짐받이는 자전거를 접었을 때 쉽게 옆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받침대 역할을 겸하며, 짐받이 끝에 달린 롤러를 이용해 자전거를 접은 상태에서 쉽게 밀고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오리 M9의 가격은 135만원으로 모노코크 프레임과 9단 구동계가 적용된 덕분에 C8에 비해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이 가능한 폴딩 미니벨로를 원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폴딩 바이크가 판매되고 있고, 각각의 모델이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을 뽐내고 있다. 이번에 소개한 오리바이크는 그 중에서도 접었을 때의 깔끔한 모양과 주행성능의 균형이 잘 잡힌 모델이다. 특히 ‘책상 아래 수납이 가능한’ 접이식 자전거 중 주행성능과 가격에 대한 메리트가 높은 자전거를 원하는 이에게 오리바이크는 일상에서 늘 함께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