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투어 레이스로 자리 잡은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Amgen Tour of California, 이하 TOC)’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레이스에는 UCI 프로 투어 팀과 프로콘티넨탈 팀을 포함한 총 18개 팀 148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Sacramento)를 출발하여 패서디나(Pasadena)까지 8일간 총 1138km의 거리를 달리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올해 TOC의 종합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했다. 에틱스-퀵스탭(ETIXX-QUICK STEP)의 마크 카벤디쉬(Mark Cavendish)는 당대 최고의 스프린터임을 증명하듯 4번의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여 이번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를 지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마크 카벤디쉬와 쌍벽을 이루며 올해의 TOC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해 포디엄의 정상에 오른 선수는 틴코프-삭소(Tinkoff-Saxo) 팀의 젊은 스프린터 피터 사간(Peter Sagan)이었다. 피터 사간은 두 번의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고, 피니쉬라인을 2위로 통과한 것이 3번, 마지막 스테이지 8에서는 3위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언뜻 성적표만을 본다면 마크 카벤디쉬의 뒤를 쫓는 듯한 모습이지만, 피터 사간은 각 스테이지의 기록을 합산한 종합 성적에서 28시간 13분 12초라는 기록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 2015 Amgen Tour of California Stage 8

피터 사간의 종합우승 과정은 굉장히 아슬아슬하고 드라마틱했다. 8일간 레이스를 펼쳤지만 2위를 차지한 에틱스 퀵스텝의 줄리안 알레필립과 종합기록에서 불과 3초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알라필립이 단 5초만 더 빨랐더라면, 혹은 그 반대로 사간이 느렸다면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다. 특히 피터 사간이 종합우승을 확정지은 스테이지 8에서는 4위와 불과 0.001초 차이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피터사간이 3위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며 받게 된 보너스 포인트가 종합우승을 확정지었다. 피터 사간의 종합우승은 라이벌보다 불과 ‘2.5cm’ 더 빨랐던,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한편 올해 TOC의 또다른 숨은 주역이 있다면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의 자전거와 장비들일 것이다. 종합우승을 차지한 피터 사간, 준우승의 줄리안 알레필립(Julian Alaphilippe) 모두 스페셜라이즈드의 자전거를 타고, 스페셜라이즈드의 레이스용 장비로 온 몸을 감싸고 달렸다. 가장 많이 포디엄에 올랐던 선수인 마크 카벤디쉬 역시 스페셜라이즈드를 탄다. 팀은 달라도 스페셜라이즈드의 라이더들이 순위를 다투며 매일같이 포디엄에 오르는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며 레이스를 지배했다.


 

피터 사간,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다

사이클링 팬들은 악동기질이 있는 스프린터를 사랑해 왔다. 어린나이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피터 사간은 스타 기질이 돋보이는 쇼맨십으로 단숨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강력한 스프린트 능력과 놀라운 바이크 컨트롤 실력 그리고 올라운더로서의 가능성까지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미 성공한 사이클리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초 사이클링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틴코프-삭소 팀으로의 이적을 통해 호랑이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피터 사간은 시즌 초의 레이스에서 거듭 2, 3위에 머무르며 아쉬움이 남는 레이스를 보여줬다. 모두가 기대했던 피터 사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1990년생의 젊은 사이클리스트는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TOC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이겨내는 장렬한 경기를 보여주며 모두를 감동시켰고 결국 레이스 리더를 상징하는 옐로우 저지를 마지막 날 종합시상식에서 입었다.    



피터 사간과 같은 스프린터 성향의 선수가 투어 레이스에서 종합우승을 거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피니쉬라인 앞에 도달할 때까지 최대한 체력을 아껴두었다가 마지막 순간 폭발시키며 단숨에 피니쉬라인을 넘는 것이 일반적인 스프린터들의 우승을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통하는 것은 평지 위주의 레이스에서다.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경기였던 스테이지7은 온타리오(Ontario)의 발디(Mt. Baldy) 오르막 정상이 골인지점인, 이른바 힐 클라임 피니쉬(Hill Climb Finish)를 하는 구간이었다. 피터 사간은 전날 스테이지 6 개인 타임트라이얼 경기에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리더 저지를 입었다. 하지만 스프린터인 피터사간이 리더 저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약점이라 할 수 있는 힐클라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만 했다.


: TOC 스테이지 7 우승자 줄리안 알레필립(에틱스-퀵스텝)


대부분의 스프린터가 ‘평지에서 가장 빠르다’에 만족한다. 모두가 이 경기에서 사간이 종합우승을 포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이날 피터 사간은 여섯 번째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며 우승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증명해 보인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날 스테이지 우승자 줄리안 알레필립은 리더 저지를 가져갔고 피터 사간은 종합순위 2위로 밀려 났다. 하지만 피터 사간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리더인 줄리안과 2위인 사간의 기록차이는 불과 2초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어 마지막 날인 스테이지 8은 거리 105km의 비교적 짧은 스프린트 스테이지였다. 선두 그룹을 형성하여 리더를 따돌리고 시간을 빼앗아 오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피터 사간이 종합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피니쉬라인을 3등 안으로 통과하여 보너스 타임을 획득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0.001초, 2.5cm 차이가 결정지은 승부

스프린터인 피터 사간이 전날 스테이지 7의 언덕에서 많은 체력을 소모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종합우승을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스프린터로서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 투어 레이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레이스이기에 스테이지 우승을 바라는 선수들은 일찌감치 피니쉬라인을 향한 스프린트에 유리한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난전을 벌였다. 그러는 가운데 에틱스-퀵스텝 팀의 명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쉬가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선보이며 가장 먼저 피니쉬라인을 통과한다. 그리고 뒤를 쫓아 골인하는 선수들, 과연 피터 사간은 3위 이내의 기록으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을까?



피터 사간은 MTN-큐베카(MTN-Qhubeka) 팀의 타일러 파라(Tyler Farrar)와 너무나도 비슷한 기록으로 골인하여 정말 사진 판독을 통해 순위를 확인해야만 했다. 모두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불과 1인치(약 2.5cm) 정도의 차이로 앞서 피터 사간의 앞바퀴가 피니쉬라인을 통과한 것이 확인되면서 피터 사간은 스테이지 8 3위를 확정, 그와 동시에 2015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의 종합우승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피터 사간의 이번 종합우승은 그동안의 2등 콤플렉스를 털어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스테이지 4와 스테이지 6에서 거둔 2번의 스테이지 우승, 스프린터의 한계를 벗어나 종합 순위를 방어하기 위해 보여준 혼신의 클라이밍 능력 그리고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차지한 승리를 결정지은 3위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한계를 깨고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젊은 사이클리스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승리를 가져다 준 스페셜라이즈드의 에어로다이내믹스

올해의 2015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는 틴코프-삭소와 에틱스-퀵스텝 2팀, 18명의 라이더가 스페셜라이즈드 자전거를 타고 출전, 8개 스테이지중 7번(마크 카벤디쉬 4회, 피터사간 2회, 줄리안 알레필립 1회)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2위와 3위 까지 합산하면 총 15번 포디움에 올랐으며 마지막 날 종합 시상식에서 피터 사간은 종합우승을 상징하는 옐로우 저지를, 마크 카벤디쉬는 스프린터 저지를 그리고 줄리안 알레필립의 영 라이더 저지 까지 총 3개의 리더 저지를 차지하는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종합우승을 결정지은 스테이지 8은 105km를 2시간 14분 동안 달렸으며 평균속도는 무려 46.69km/h 이었다고 한다. 이날 피터 사간이 사용한 자전거는 현존하는 가장 낮은 공기저항의 레이스바이크로 알려진 스페셜라이즈드의 벤지(Venge), 이베이드(Evade) 헬멧이었고 타이어 역시 스페셜라이즈드의 터보(Turbo)를 사용하였다. 공기역학적으로 만들어진 장비를 총동원하여 얻은 승리였다. 만약 피터 사간이 이베이드가 아닌 일반 헬멧을 착용하였다면, 아마 0.001초의 기적은 사라지고 종합우승은 다른 선수의 차지가 되지 않았을까? 스페셜라이즈드의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은 승리의 여신의 손을 놓지 않았다. 에어로다이내믹스에 대한 스페셜라이즈드의 믿음은 또 다른 승리를 통해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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