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첨단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자전거들이 출시되지만, 유독 MTB 하드테일은 그 발전이 빠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소재 말고 디자인의 변화가 많지 않으니 겉모습만 봐서는 무엇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시승하며 과거에 탔던 자전거에 대한 기억을 꺼내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이건 말도 안 돼’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가볍고 경쾌한 자전거의 성능에 깜짝 놀라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알루미늄 자전거의 전성기에는 ‘버티드 튜빙(butted tubing, 중간이 얇고 양 끝은 두껍게 가공된 튜빙)’을 사용한 자전거 프레임은 고급 모델의 카탈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최고급 자전거에 더블/트리플버티드 튜빙이 적용되었다. 여기에 메탈매트릭스 같은 독특한 소재기술을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게 만든 프레임을 보며 ‘미래의 자전거 기술’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 카본 프레임이 대중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루미늄 프레임의 자전거는 입문자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이 아쉽다. 과거 고급 자전거의 기술이 적용된 알루미늄 프레임의 자전거를 카본 프레임 자전거보다 훨씬 경제적인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페달을 밟았을 때 자전거가 가속하기 시작하는 순간의 즉각적인 반응을 비롯한 알루미늄 특유의 ‘맛’은 카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XC 시리즈, 첼로 MTB 하드테일의 핵심모델

: 첼로 XC 80 26인치 휠 장착 모델

‘XC’ 시리즈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한 모델로, 입문자에서 중·상급자에 이르는 다양한 라이더를 폭넓게 수용하는 첼로 MTB 하드테일 라인의 핵심모델이다. 첼로 XC 시리즈는 장착된 휠의 사이즈에 따라 26인치와 27.5인치 모델로 나뉘며, 장착된 부품의 등급에 따라 XC라는 이름 뒤에 숫자를 붙여 세부모델을 구분한다.

라이드매거진은 작년 가을에도 당시의 첼로의 신모델이었던 휠의 XC 80 27.5인치 휠 장착모델을 시승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26인치 휠을 장착한 XC 80을 시승했다.


 : 첼로 XC 27.5

MTB용 27.5인치 휠은 등장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보급되며 대중화 되고 있다. 기존의 26인치 휠보다 오프로드에서 더욱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26인치 휠은 27.5인치 휠보다 민첩한 핸들링 성능을 보여주며, 특히 신장이 작은 사람이 다루기에 편리해 여성과 청소년용 자전거로 적합하다. 또 기존에 출시되어있던 26인치 휠용 타이어, 튜브 등의 파츠가 27.5인치용보다 다양하기 때문에 당분간 26인치 휠을 장착한 MTB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똑같이 XC 80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26인치 모델과 27.5인치 모델은 서로 다른 프레임을 사용한다. 프레임 소재는 K7 슈퍼라이트 알로이라는 이름의 AL7046 합금을 사용하지만 장착되는 휠 사이즈 뿐 아니라 튜빙의 단면부터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특징이 다른 이란성 쌍둥이 형제다.



하이드로포밍 기술이 적용되면서 알루미늄도 다양한 복잡한 형태의 프레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첼로 XC의 프레임은 기교를 부리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예전의 MTB 프레임을 재현한 느낌이다. 프레임이 복잡하게 꺾이고 휘어지는 부분 없이 직선의 튜빙만을 이용해 제법 담백한 느낌인데, 높은 강성을 요구하는 헤드튜브 부분과 만나는 부분에서 튜빙의 직경을 키우고 다운튜브에는 거셋(gusset)을 살짝 덧대어 보강했다. 헤드튜브는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하단 비대칭의 테이퍼드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변속케이블은 다운튜브 내부를 통과하는 인터널 방식을 적용했고, 올해부터 첼로의 로드바이크에도 함께 적용하기 시작한 BB셸 바로 앞에서 케이블 하우징이 외부로 나오는 방식을 도입했다. 구조가 복잡하지 않아 정비가 쉽고 케이블의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정비의 편의를 위해 디스크브레이크의 유압 케이블은 외부로 드러냈다.



첼로 XC 프레임의 드롭아웃은 XC 27.5인치 모델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 디스크브레이크를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 안쪽에 장착하는 최근 유행하는 방식이다. 뒷삼각의 강성이 부족한 프레임이라면 이러한 디스크브레이크 장착 방식을 사용하기 어려운데 프레임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이다. 프레임의 드롭아웃이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의 역할을 겸하도록 디자인되어 무척 깔끔하고 보기 좋다.



사진을 보고 이미 눈치 챈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트튜브와 체인스테이는 기본적으로 원형에 가까운 단면을 가진 클래식한 스타일의 튜빙을 사용하는데, 체인스테이의 중간이 살짝 납작해지는 부분이 있다. 작은 차이지만 드롭아웃으로 전해지는 충격과 진동을 살짝 줄일 수 있는 노하우다.



시트스테이는 뒤집어놓은 V자 형태로, 좌우 시트스테이 튜빙이 가운데로 모인 다음 시트튜브와 한 군데에서 만나도록 디자인 되었다. 기존의 A형 시트스테이 디자인과 달리 중간의 브리지 보강이 없는데 노면 진동 흡수에 더 유리한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A형 시트스테이 프레임의 샘플이 있다면 직접 타면서 비교해보고 싶지만 불가능하니 디자인과 자전거 프레임 성능의 상관관계는 추측해볼 수밖에 없다.



서스펜션 포크는 폭스 32 플로트 100 CTD 리모트의 에볼루션 등급이 장착된다. 폭스의 서스펜션 포크는 이름에서 기능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스텐션 튜브의 직경 32mm, 서스펜션 트래블 100mm의 플로트 에어스프링이 장착되었음을 의미한다. 에볼루션 등급은 일반 판매용이 아닌 OEM 공급 제품임을 의미한데, 애프터마켓용 팩토리 등급과 달리 카시마코팅을 생략하고 댐퍼의 세팅이 다소 제한적이다. 그러나 체감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데 비해 가격이 월등하게 저렴하기 때문에 실속 있는 부품구성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척 환영받는 제품이다.



포크는 댐퍼의 세팅을 핸들바의 레버를 이용해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CTD 리모트 컨트롤러가 장착된다. 언덕을 오를 때 C(Climb), 일반적인 오프로드 주행 시 T(Trail), 내리막을 빠르게 달려 내려갈 때 D(Descend) 모드로 손쉽게 포크의 세팅을 바꿀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다. C 모드는 락 아웃에 가까운 기능으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만들지만, 댐퍼를 완전히 잠근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도 일정수준 이상의 충격에 반응하는 점이 다르다.



구동계와 브레이크는 시마노 XT 10단 그룹셋을 장착했다. 휠을 제외하고 크랭크에서 스프라켓, 체인에 이르는 풀세트를 장착했다. 크랭크에 장착된 체인링은 42/32/24T 3단 조합이며 11-36T 스프라켓을 장착해 넓은 폭의 기어비를 제공한다. 초보자에서 숙련자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하는 범용성이 뛰어난 조합이다.



하이엔드 급 자전거에 대한 욕심 없이 성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XC 80의 전체적인 부품구성은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을 정도다. XC 레이스에서 장거리 투어까지 사용가능한 성능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한다.


 

시승, 예상보다 가볍고 경쾌한 주행감

시승차의 무게는 실측 10.84kg, 알루미늄 하드테일임을 생각하고 체급을 매긴다면 플라이급 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이트급 정도는 받을 수 있겠다. 풋 스텝은 예상보다 더욱 경쾌한데, 탄력을 받아 단숨에 치고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가벼운 자전거를 타다보면 아무래도 무게에 민감해지기 마련이지만, 첼로 XC 80과 처음 시승을 나갔을 때 무겁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서스펜션 포크, 시마노 XT 구동계, 펄크럼 레드파워 XL 휠세트 모두 중상급자용으로 부족함이 없는, 그리고 제원 상 무게가 확실히 드러나는 파츠다. 프레임에 기본 장착된 핸들바, 스템, 시트포스트, 안장 등의 컴포넌트는 첼로 모나키 브랜드 제품이 장착된다.



휠의 성능을 평가할 때 자전거의 가속성능을 본다면,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좌우로 흔들며 언덕을 오를 때 자전거의 대략적인 무게중심과 프레임의 무게감 같은 부분을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다. 컴포넌트의 등급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무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무엇보다도 프레임 자체가 가볍다는 느낌이다.



알루미늄 프레임은 무겁고 딱딱하고 불편하다는 편견은 일단 내려놓는 것이 좋다. 사실 중저가형 자전거 프레임에 알루미늄 소재가 많이 쓰여서 이런 편견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 탓이지, 레이스용 고급 알루미늄 프레임의 승차감은 부드럽거나 탄력 있는, 혹은 단단한 모델에 이르기까지 메이커가 만들어내기 나름이다.

첼로 XC의 프레임, 한마디로 평가하라면 탄성이 높다. 상당히 빠른 페달링 반응 그리고 노면의 피드백 또한 라이더의 신경에 빠르게 전달되는데, 노면으로부터 전달되는 진동은 살짝 걸러내고 큰 충격만 전해지는 듯하다. 카본의 부드러움에 적응한 라이더라면 승차감이 나쁘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의 고급 알루미늄 프레임의 느낌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첼로 XC 프레임의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꾸준히 페달링 하다보면 강철 프레임보다 가볍고 카본프레임보다 빠른 템포의 리듬감이 느껴진다.



최근 첼로의 알루미늄 프레임 자전거들에서 특별 제작된 고급 모델이 아닌 기성품에서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좋아하는 필자의 취향 때문에 좋은 평가를 내린 것이 아닌지 잠깐 고민했지만, 다른 기자들과 실업팀의 선수로 활약했던 베테랑 라이더에 이르기까지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 XC 80을 구입하려는 이들 중 상당수가 카본 프레임의 자전거를 구입하고 싶지만 가격의 부담 때문에 알루미늄 자전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알루미늄이 카본의 하위소재가 아닌, 티타늄이나 크롬몰리처럼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녔음을 안다면 XC 80이 더욱 멋진 파트너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첼로 XC 80, 시승기간 내내 많은 미소를 짓게 한, 빠르고 경쾌하면서 매력이 넘치는 하드테일 MTB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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