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선 기분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호리호리한 차들 사이에서 머스탱의 우람한 근육질 몸매에 눈길이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목소리도 낮고 굵다. 평범하지 않은 겉모습과 귀를 자극하는 우렁찬 배기 사운드는 이 차를 도로위의 ‘주연배우’로 만드는 요소다.

 

할리우드(Hollywood)의 대표적인 자동차 영화를 꼽으라면 당연히 ‘분노의 질주’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감독한 브라이언 타일러(Brian Tyler)도 포드 머스탱 마니아다. 음악 작업을 할 때, 강렬한 생김새와 울림이 큰 사운드가 특징인 머스탱에서 영감을 얻기 때문에, 작곡한 곡들이 박진감 넘친다고 한다. 물론 직접 느껴봤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오디오에서 분노의 질주: 더 세븐 OST가 흘러나온다. 박자의 강약이 명확한 타일러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 마음만은 어느덧 영화 속 한 장면을 달리고 있다.

 

거칠고도 우아한 머스탱 디자인

 

 

세계적인 음악 감독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머스탱. 이 차는 야수와 같은 사운드와 독보적인 디자인 정체성으로 유명하다. 날렵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근육질 디자인은 머슬카 디자인의 표준이 되었고, 미국인이 가장 섹시하게 생각하는 자동차로 자리매김했다. 차체와 휠이 검은색으로 도색된 시승차는 시각적인 무게감까지 더해 남성다운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번 6세대 머스탱은 전작에 비해 낮고 넓게 디자인됐다. 덕분에 차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멋스러워졌고, 자세가 한결 안정감을 준다. 길이x너비x높이는 4,783x1,915x1,382(mm)다. 구형의 4,790x1,880x1,410(mm)와 비교했을 때, 7mm 짧고, 35mm 넓으며, 28mm 낮아졌다.

 

 

널찍한 그릴과 상어의 아가미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은 ‘3-라인’ 전조등 디자인은 강렬한 전면 이미지를 완성시킨다. 측면은 ‘롱 노즈 숏 테크’ 스타일을 따랐다. 앞(보닛)이 길고 뒤가 짧은 형태다. A필러에서 C필러까지 이어진 유려한 지붕의 선은 디자이너의 섬세하고도 강인한 터치가 느껴진다. 시원하게 뻗은 5-스포크 휠 디자인은 차를 더욱 당차게 보이도록 돕는다.

 

지붕에서 리어 펜더로 이어진 굴곡진 선들이 볼륨감 있는 뒤태를 만든다. 포르쉐가 부드러운 섹시함을 보인다면, 머스탱은 터프한 섹시함이 특징이다. 후미등은 전면에서 볼 수 있는 3-라인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 시각적 통일감을 줬다.

 

 

매혹적인 머스탱의 디자인은 실내로 이어진다. 자동차 인테리어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스티어링 휠은 정교한 모양새를 갖췄고, 센터페시아의 8인치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및 에어컨 조작 버튼들은 짜임새 있는 레이아웃을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하단 버튼은 손잡이를 상하로 작동하는 토글 스위치(toggle switch)가 달려 있어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위치를 만질 때 느낌이 꽤 좋으며, 비상등 on/off, 트랙션 컨트롤 on/off, 주행 모드 선택 등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글 지원이 안 되는 포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불편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음과 배기음이 낮게 깔리며 귓가에 맴돈다. 도로로 나아가 가속 페달을 밟으니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얼마 전 시승한 라이벌 쉐보레 카마로보다 초반 가속력이 우수한 것처럼 느껴졌다. 기분 탓인지도 모른다. 이 차에 탑재된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3,000rpm부터 44.3kg.m의 강력한 토크를 내뿜는다. 차 무게는 1,680kg. 머스탱을 답답함 없이 몰아붙이기에 충분한 숫자다. 최고출력은 314마력(@5,500rpm)이다.

 

 

시속 100km를 지나 그 이상의 속도도 거뜬하다. 300마력이 넘는 차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강렬해지는 엔진 사운드는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니 손에 땀이 흥건했다.

 

코너링 능력은 생각한 것보다 좋았다. 일반적인 도로 제한 속도에선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정교한 몸놀림을 보여줬다. 하지만 속도를 좀 높여 스티어링 휠을 급히 돌리니 차 뒷부분이 바깥으로 돌아나간다. 평소 몰던 차와 무게중심이 달라서다. 다행히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덕을 봤다. 자세제어장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머스탱엔 노멀, 스노우,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트랙까지 총 5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노멀모드에선 일반 세단과 같은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심심하다. 이 차의 재미를 극도로 즐길 수 있는 모드는 역시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트랙’ 이 세 모드다. 기어 노브를 S로 바꾸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골랐다. 서스펜션은 단단해졌고,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졌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심장이 요동쳤다. 노멀모드의 부드러웠던 주행질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넘치는 존재감을 지닌 차

 

 

머스탱은 로망이다. 출시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넘치도록 자부심이 느껴진다. 변화를 거듭했지만, 정체성은 그대로 안고 간다.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언제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차다. 누군가에겐 드림카로, 누군가에겐 삶의 활력소다. 그래서 머스탱은 로망이다.

 

 

[디테일] 머스탱 속엔 말이 몇 마리 들어있을까?

 

 

머스탱엔 푸른색 포드 로고 대신 ‘야생마’가 박혀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한 이 말은 머스탱의 힘과 질주, 그리고 호탕한 스타일을 상징한다.

 

이런 상징성 때문인지 머스탱엔 말이 참 많이 그려져 있다. 가장 큰 말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있고, 트렁크에도 큼지막하게 자리했고, 휠 캡엔 작은 네 마리가 있다. 문을 열고 실내를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도어스커프에 두 마리가 보이고, 조수석 앞에도 조그맣게 한 마리, 운전대 가운데에도 한 마리가 있다. 여기까지 쉽게 셀 수 있다. 모두 열 마리다.

 

 

그런데 몇 마리가 숨어있다. 사이드미러 아래에 숨은 두 마리는 어두운 곳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고, 시동을 걸면 센터페시아에 있는 모니터에 멋진 말 한 마리가 등장한다. 총 열 세 마리다.

 

마지막으로 한 마리가 더 있다.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키에 그려져 있다. 이렇게 총 열 네 마리의 말이 머스탱과 함께 달린다. 머스탱은 온 몸으로 느끼는 주행성능과 눈으로 보는 만족감, 그리고 곳곳에 위치한 야생마를 찾는 소소한 재미까지 갖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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