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라이딩과 자전거 투어는 로드바이크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라이딩 시즌이 무르익고 있는 요즘, 주말이면 전국방방 곳곳에서 열리는 그란폰도와 투어링 행사에 많은 참가자가 몰리고, 빼어난 경치를 보며 즐거운 라이딩을 하고 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런 유행에 따라 먼 거리를 편하게 달리기 위한 로드바이크 장르인 ‘인듀어런스(Endurance)’는 전 세계 자전거 업계에서 핫 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장거리를 달려도 피로를 적게 느낄 수 있고 사용자 편의와 안전성을 극대화 하면서도 로드바이크의 주행성능을 담아낼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어 내고자 개발자들은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장거리 주행용 인듀어런스 바이크를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듀어런스 바이크 보다 투르 드 프랑스나 지로 디 이탈리아 같은 프로 레이스에서 활약하는 모델의 선호도가 더 높다. 국내에도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아직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인듀어런스 바이크를 만났다. 스페인의 전통 있는 자전거 브랜드인 오베아(Orbea)의 인듀어런스 바이크인 아반트(Avant)다. 사이클링 팬이라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로드레이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사무엘 산체스(Samuel Sanchez)의 오베아 오르카(Orca)를 떠올릴 것이다. 오르카는 지금도 오베아의 플래그십 바이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오베아의 신제품은 2~3년을 주기로 세상에 나온다. 매년 신제품을 쏟아내기 바쁜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과 오베아가 경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제품의 수명주기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을 공들여 설계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의미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오베아는 고집스러울 만큼 디테일에 집중하는 메이커이며, 모든 자전거를 스페인에서 설계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직접 테스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오베아가 올해 자신만만하게 출시한 인듀어런스바이크 아반트는 로드바이크 명가의 이름에 어울리는 성능과 품격을 모두 갖추었다.
앞서가는 작품, 아방가르드 아반트
아반트는 '앞선', '보다 먼저' 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예술에서 전위적이고 진취적인 사상을 나타내는 '아방가르드(Avant-Grade)'에도 사용되는 단어다. 아반트는 인듀어런스, 미들 클래스 바이크 그 이상을 보여주는 자전거다.
아반트를 실제로 보았을 때의 첫 느낌, 프레임 마감이 무척 미려하다. 카본 프레임은 자전거 시장에서 흔해졌다. 이제 자전거를 처음 입문하는 라이더도 카본프레임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다. 하지만 잘 만든 프레임을 실제로 보면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나의 몰드에서 프레임 전체를 찍어내는 모노코크(Monocoque) 방식의 프레임은 각 튜빙의 연결 부위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어 예전의 자전거들과 달리 유려한 곡선의 프레임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베아는 모노코크 프레임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직선과 부드러운 곡면이 조화를 이루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았다.
최신 유행 컬러인 매트 블랙과 네온 핑크로 멋을 낸 페인팅은 아반트만의 강한 개성을 드러내며, 수려한 외관뿐만 아니라 편의와 안전성을 높이는 디테일이 다시 한 번 아반트의 매력을 더한다. 아반트에 장착된 셀레이탈리아 X1 안장은 자전거의 프레임과 컬러를 맞춘 전용 모델이 장착되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시트포스트는 노면의 진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카본 제를 장착했다.
탑튜브(Top Tube) 내부를 관통하는 인터널 라우팅(internal routing)의 케이블 입/출구는 고무 커버로 마감되어 있다. DCR(Direct Cable Routing)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감 방식은 자전거 외관을 한층 더 고급스럽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소모품인 케이블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브레이크 레버의 제동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EC/DC (Electric Circuit / Direct Cable)는 전자변속 구동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의 이름이다. 라이드매거진에서 시승한 아반트 M30S에는 시마노의 기계식 구동계인 105 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하지만 역시 EC/DC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어 전자 변속기 설치에도 무리가 없다. 차후 전자변속 구동계가 대중화 될 것을 예상한 설계이거나 105보다 상위 등급인 전자변속기를 장착하여도 손색이 없는 프레임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설계가 아닐까.
장거리 라이딩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날씨의 변화. 한 여름엔 라이딩 중에 소나기를 맞게 되거나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젖은 노면을 달리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반트에는 이런 특성은 감안하여 펜더(Fender), 흔히 말하는 물받이를 장착하기 위한 마운트 까지 구비되어 있다. 또한 넓은 28mm 타이어까지 장착할 수 있도는 타이어 클리어런스(Tire Clearance) 역시 눈여겨 볼만 하다. 타이어는 승차감에 가장 체감이 큰 부품인 만큼 라이딩 거리와 성향에 따라 잘 선택해야한다. 아반트는 폭 28mm의 넓은 타이어 까지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장거리용으로 설계된 자전거의 특징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아반트에는 최신 하이엔드 로드바이크에 적용되는 설계들이 모두 적용되어 있다. 헤드튜브 하단에 장착되는 베어링의 직경을 키운 상하 비대칭 테이퍼드 헤드튜브 (Tapered Head Tube)는 코너링과 스프린팅에서 자전거가 좌우로 기울여 질 때도 비틀림 없이 헤드튜브의 단단함을 유지하여 라이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전거가 안정적이게 주행하도록 도우며, 두터운 바텀브래킷 셸(Bottom bracket shell)과 프레스핏(PressFit) 방식 대구경 바텀브래킷 베어링은 강한 페달링이 전달될 때 프레임의 뒤틀림을 줄여 주행성능을 높이는 설계다.
시승 - 인듀어런스 바이크 아반트 직접 느껴본 특징은?
장거리를 달리기 위한 인듀어런스 바이크는 라이더가 빠르게, 그리고 더 멀리 오랫동안 달릴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에너지를 아끼고 편안함을 주기위해 인듀어런스 바이크인 아반트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호기심이 들었다.
라이드매거진 라이더가 선택한 자전거는 아반트 M30S 47사이즈, 프레임에 표시된 사이즈는 평소에 타는 자전거와 동일하지만, 안장 높이를 조절하고 올라타 본 첫 느낌은 '같은 사이즈임에도 살짝 콤팩트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같은 사이즈 표기는 메이커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 표시는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세부 지오메트리를 확인해보니 유효탑튜브 길이가 4mm정도 짧다. 넉넉한 사이즈의 자전거를 원하는 라이더라면 평소 타던 것보다 한 사이즈 큰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항상 타오던 자전거와 같은 사이즈임에도 한 단계 작은 프레임에 올라탄 것 마냥 아담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도심 외곽의 넓은 도로에서 힘껏 주행해본 결과 답답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사이즈 프레임은 컨트롤하기 쉽다고 하여 레이서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신체보다 작은 자전거를 타면 강한 힘으로 주행했을 때 내 다리가 내는 출력을 다 받아주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아반트에서 그런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은 점은 의아했다.
작게 느껴졌지만 답답하지 않은 충분한 주행감은 이전의 자전거들과 동일한 합당한 사이즈라고 생각되었다. 작다고 느껴진 원인은 아반트의 인듀어런스 지오메트리(Geometry)에 있었다. 바텀브래킷에서 헤드튜브까지 수직 거리인 스택(Stack)은 높은 반면 헤드튜브에서 바텀브래킷 중앙까지의 수평 거리인 리치(Reach)는 짧은 편이라, 동일한 사이즈지만 핸들의 높이는 높아진 반면 라이더에게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된다.
아반트와 가장 좋은 비교대상은 레이스바이크인 오르카일 것이다. 오르카와 아반트의 지오메트리를 비교하면 인듀어런스 지오메트리가 적용된 아반트의 앞/뒤 바퀴의 허브 사이 거리, 즉 휠베이스(Wheel Base)가 더 길다. 앞서 말했듯이 리치는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뒷삼각의 길이를 결정하는 체인 스테이(Chain stay) 튜빙의 길이가 긴것이 특징이다. 긴 휠베이스는 주행 안정감을 높인다.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코너링과 내리막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핸들바 하단을 깊게 틀어쥐고 주행할 때도 상체가 많이 숙여지지 않는다. 핸들바 아래를 잡는 것은 강한 페달링으로 주행할 때 취하게 되는 자세지만 이전에 타오던 자전거들에 비해 상체에 부담이 적었다. 장거리에서 체력을 아끼기 위한 인듀어런스 바이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하였다.
짧은 리치로 다루기 편해진 핸들바, 테이퍼드 헤드튜빙 설계 그리고 길어진 휠베이스는 빠른 속도로 진입한 급한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주었다. 신뢰감을 얻고 나서 한참을 신나게 달려본 결과 처음 아반트의 안장에 오르고 나서 느꼈던 '작다'는 불안감은 '편안하다, 쉽게 다룰 수 있다.' 라는 신뢰로 바뀌었다.
아반트는 상당한 정성과 연구,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인듀어런스 바이크라는 느낌이었다. 레이스에 출전하는 선수가 아닌 레저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에겐 인듀어런스 바이크가 합당하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무조건 비싼 것,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맹신을 이제 털어버릴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보다 내 라이딩 스타일에 알맞은 제품을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아반트는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오베아 아반트 M30S 제원
프레임 : 아반트 카본 OME, 모노코크 테이퍼드, 인터널 케이블 라우팅, EC/DC, 130 리어 스페이싱
포크 : 아반트 OME 카본 포크, 카본 스티어러, 카본 드롭아웃
크랭크: FSA 고사머 34X50
헤드셋 : FSA 1-1/8 1-1/2" 인티그레이티드 카본 컵 ACB 베어링
핸들바 : FSA 고사머 콤팩트
스탬 : 오베아 OC-II
시프터 : 시마노 105 5800
브레이크 : FSA 고사머 프로
리어 디레일러 : 시마노 105 5800
프론트 디레일러 : 시마노 105 5800
체인 : 시마노 HG600
카세트 : 시마노 105 5800 11-28
휠 : 비전 팀 25 클린처
타이어 : 비토리아 루비노 700X23C 60TPI
시트포스트 : 오베아 OC-II 카본 27.2X350mm
안장 : 셀레이탈리아 X1
사이즈 : 47, 49, 51, 53, 55, 57, 60 (남녀 공용)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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