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를 통해 경쟁하는 것은 레이서들 뿐 아니라 그들의 장비를 제공하는 제조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산악자전거에서 프레임과 휠 다음으로 중요한 장비라면 서스펜션 포크를 들 수 있는데, 미국의 락샥과 폭스 그리고 스위스의 DT SWISS(이하 DT 스위스)가 서스펜션 포크의 왕좌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특히 서스펜션 포크 메이커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는 MTB 크로스컨트리(XC)용 서스펜션 포크다. XC는 올림픽과 UCI 월드컵, 월드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가장 화려한 타이틀의 레이스가 열리고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크로스컨트리 MTB를 처음 접하는 라이더는 처음 구입한 자전거에 장착되어 있는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자전거에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입문용에서 중급자용 자전거에는 주로 선투어와 락샥, 상급자용 모델에는 락샥과 폭스 서스펜션 포크의 OEM 모델이 장착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DT 스위스의 서스펜션 포크는 자전거 메이커의 완성차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보기 드물다. DT 스위스는 원래 휠의 명가로 레이스에서 이름을 알린 부품 메이커다. 경쟁자들과 달리 고성능 부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라이더에게 접근하고 있다. 적어도 DT 스위스의 서스펜션 포크를 선택하는 라이더라면 자전거를 고르는 기준 또한 그 못지않게 높을 것이 분명하다.

 

 

 

 

 

작년 가을 DT스위스는 'OPM ODL' 서스펜션 포크 시리즈를 공개했다. OPM이란 원피스 마그네슘(One Piece Magnesium)의 약자로 서스펜션 포크의 로워레그 전체를 경금속인 마그네슘을 이용해 주조했음을 의미하며, ODL은 Open-Drive-Lock 3단계의 댐퍼 조절기능이 탑재되었음을 뜻한다.

 

 

국내에 수입된 DT스위스의 100mm 트래블 XC 포크로 대표적인 것은 기존의 XRM 100 트윈샷(TS) 모델이 있으며 이 역시 OPM과 같은 원피스 마그네슘 기술이 적용되었고 3단계의 Open-Climb-Lock의 3단계 주행모드를 제공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DT스위스는 2015 OPM ODL 시리즈가 기존의 XRM과 다른 서스펜션 포크라고 말한다.

 

 

 

OPM ODL 포크는 원피스 마그네슘 기술을 통해 무게를 줄이면서 더욱 가벼운 포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기존 XRM 100 트윈샷과 무게를 비교할 경우, 26인치 휠용 포크의 무게는 1570g으로 동일하지만 OPM ODL의 경우 앞바퀴의 액슬을 포함한 무게다. 사실상 액슬의 무게만큼 포크가 더 가벼워진 셈이다.

 

로워레그 아치는 더욱 두꺼워졌고 내부는 트러스 구조로 보강되었다. 캐스팅 공법으로 대량생산된 포크지만 정교한 마감이 시선을 붙잡는다.

 

 

 

포크의 모델명에서도 알 수 있듯 OPM ODL 서스펜션 포크는 오픈-드라이브-락의 3단계 댐퍼 세팅을 지원한다. 리모트 모델의 경우 핸들바의 레버를 통해 손가락 하나로 손쉽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리모트 컨트롤러는 스위스 메이드 컴포넌트답게 무척 가볍고 정교하다. 그러나 움직이는 부위가 외부로 드러나 있고 오염에는 다소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정교한 부품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트래블을 최대한 활용한다. 오프로드 내리막길을 질주할 때, 험로를 달릴 때 적합한 역동성을 중시한 서스펜션 모드다.

 

 

한편 드라이브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의 세팅이 보다 단단하게 바뀐다. XRM 100 TS의 경우 서스펜션 트래블이 30mm 줄어드는 클라임 모드가 존재했지만, 이 부분이 드라이브 모드로 대체되었다고 볼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에서 서스펜션이 완전히 잠기지는 않지만, 페달링에 토크가 가해질 때 서스펜션이 움직이며 추진력을 저해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드로, 서스펜션이 노면의 접지력을 유지하며 최대한의 추진력을 유지하여 자전거가 빠르게 달리는 데 최적화된다. 꾸준한 페달링을 유지하며 달리는 레이스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비교적 평탄한 트레일이나 오프로드 힐클라임에 적합하다.

 

락 모드에서는 말 그대로 서스펜션이 딱딱하게 잠긴다. 참고로 업힐에서 락 모드의 딱딱한 서스펜션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라이더가 많지만, 아스팔트와 같이 평탄한 노면이면 모를까 오프로드에서는 노면의 굴곡이 만들어내는 저항을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드라이브 모드가 클라임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참고로 OPM ODL 포크의 댐퍼는 서스펜션에 가해지는 느린 충격(Low-Speed Compression)과 빠른 충격(High-Sped Compression)에 다르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예컨대 거친 노면을 질주할 때 서스펜션에 가해지는 약하고 느린 충격에는 서스펜션이 빠르게 반응하고 복원된다. 그러나 점프나 드랍 같이 빠르고 큰 충격을 받은 직후에는 압축된 에어스프링의 반발력으로 인해 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서스펜션 복원속도가 조금 더 느리다.

 

 

DT 스위스 뿐 아니라 여러 메이커의 최신형 레이스용 에어서스펜션 포크에는 대부분 ‘네거티브 스프링’이라는 기술이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에어서스펜션이 가진 스프링 특성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에어서스펜션에는 압축공기를 이용한 ‘에어스프링’이 들어있다. 에어스프링이 무엇인지 잘 연상되지 않는다면 공기가 들어있는 주사기의 끝을 막고 실린더를 눌렀을 때를 상상해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일정수준 이상 실린더가 압축되면 내부의 공기압이 높아지면서 다시 밀어내는 반발력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것을 이용한 것이 에어서스펜션이다.

 

그런데 에어스프링은 작은 충격을 받아 서스펜션이 약간 압축된 상태에서는 무척 부드럽지만 큰 충격을 받아서 서스펜션이 점점 압축될수록 내부의 공기압이 높아지며 점점 더 강한 반발력을 갖게 된다. 한마디로 서스펜션이 압축되는 느낌이 일정하지 않고 점점 더 단단해지려는(progressive) 경향을 보인다. 반면 강철 코일 스프링은 에어스프링보다 무게는 무겁지만 압축되더라도 반발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linear) 특성이 있어 큰 충격을 흡수할 때는 에어스프링보다 유리하다.

 

 

이 같은 에어스프링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방향과 역방향 이중의 에어스프링을 사용하는 서스펜션도 있다. 그러나 DT 스위스 OPM ODL 포크는 에어서스펜션 내부의 압력에 반응해 움직이는 코일스프링을 내장하여 충격 흡수 특성을 개선하였는데 이를 NCS라고 부른다. 물론 코일스프링이 에어스프링보다 무겁지만, OPM ODL 포크는 이를 내장하였음에도 여전히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DT 스위스 OPM ODL 포크 시리즈는 기존의 26인치 휠 모델 뿐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될 27.5인치, 29인치 휠세트용 모델이 각각 출시됨으로서 다양한 자전거에 사용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는 트래블 100mm의 XC용 모델이 (주)엠비에스코프레이션을 통해 수입되었고 OPM ODL 모델 뿐 아니라 오픈-락 모드를 지원하는 OPM OL모델이 함께 공급된다.

 

OPM ODL 서스펜션 포크는 리모트 컨트롤러를 포함한 26인치와 27.5인치 휠용 모델의 가격이 93만원, 29인치 휠용 모델이 100만원이다. 경쟁사들의 XC 레이스용 서스펜션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 신뢰할 수 있는 스위스 컴포넌트를 내 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비용으로서는 과히 비싸지 않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경량 서스펜션 포크를 원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