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필수로 자리 잡은 블랙박스. 항공기에 장착돼 비행의 모든 정보를 수집했지만, 어느덧 아스팔트 위 자동차 사고에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블랙박스, 엄밀히는 자동차 영상기록장치가 만들어낸 영상은 복잡한 교통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자료로 통했고, 덕분에 시장은 매년 성장했다.
 

관심이 커지니 제품의 가짓수도 다양해졌다. 블랙박스 제조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제품 종류를 다각화하고 특화된 성능을 집어넣어 상품성을 키웠다.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진 거다. 예전엔 차의 진행방향만 찍을 수 있었던 1채널 제품들은 앞-뒤 모두 녹화할 수 있는 2채널로 바뀌어갔고, 측면과 페달까지 촬영할 수 있는 다채널로 종류가 다양화됐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기능 특화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선명하게 잘 찍히는 것이 최고!

인터넷 검색창에 ‘블랙박스’를 치면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것부터 좀 비싸지만 기술력을 강조하는 제품까지 각양각색이다. 최근엔 파인뷰에서 출시한 블랙박스 T20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겉보기엔 여타 블랙박스와 큰 차이를 느낄 순 없지만, ‘영상밝기조절’이란 기능을 통해 차 유리 틴팅(썬팅) 농도에 따라 녹화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도 자동차 번호판 식별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잘 찍힐까. 어두운 환경에서도 T20 전후방 카메라가 선명한 화질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라이드매거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글라스틴트의 마케팅 팀장 데이비드 최씨를 섭외했다. 마침 그의 차엔 글라스틴트 페브15(가시광선 투과율 13%)가 시공돼 있었다. T20이 자랑하는 영상밝기조절 기능을 시험해보기엔 좋은 조건이었다.

작업은 양재동에 위치한 AP 모터스에서 진행됐다. 작업 시간은 40여분 정도. 기존에 장착된 1채널 블랙박스를 제거하고 파인뷰 T20의 네모난 전방 카메라와 원통모양의 작은 후방 카메라를 부착했다. 시동을 켜자 T20이 작동됐다. 초보자도 쉽게 조작할 수 있을 법한 UI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터치스크린 기능이 탑재된 모니터를 클릭하자 전방 녹화 영상이 보였고, 한 번 더 클릭하자 후방 영상을 볼 수 있었다.

T20의 핵심 기능, 영상밝기조절 기능도 테스트해봤다. 밝기조절은 전방 카메라가 4단계, 후방 카메라가 2단계로 조절된다. 보다 정확한 실험을 위해 작업실 조명을 껐다. 가장 어둡게 녹화되는 1단계부터 가장 밝게 녹화되는 4단계까지 전방 카메라 영상밝기 변화를 살펴봤다. 눈으로 구분이 가능할 만큼 밝기 차이가 명확했다. 후방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1단계(보통)와 2단계(밝게) 영상밝기가 달랐다.

파인뷰 T20, 실제 사용해보니...

제품 설치 일주일. 최 씨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파인뷰 T20에 꽤 만족해했다. 모니터를 통해 녹화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 풀 HD급 화질이 아닌 HD급 화질이지만 선명한 화면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워 한 건 식별 능력. ‘빛이 적은 밤’과 ‘짙은 틴팅’이란 장애 요인 속에서도 큰 무리 없이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전방 모니터에서 후방 카메라 밝기 조절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불편했다고 전했다.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는 뒷좌석에서 밝기 조절하기가 불편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보급형 블랙박스의 기준을 높이다

거의 대부분 변화는 중간에서 시작된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가장 비싼 모델과 가장 싼 모델 사이, 대형차와 경차 사이에 낀 모델 군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여진다. 이 층은 가격대, 디자인, 종류가 다양해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다. 소비가 활발하니 보여줘야 할 것도,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것도 이 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블랙박스 산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보급형 제품군에서 가장 활발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인뷰 T20은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맞춰 영상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블랙박스는 영상을 잘 녹화하는 게 최고다. 물론, 이 제품이 최고라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집어넣었다는 건 칭찬할 만하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다. 틴팅 마니아라면 T20은 한번 쯤 고려할 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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