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손꼽는 로드 투어 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가 다가오는 6월 7일 개막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팀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팀과 선수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사이클링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오리카-그린엣지 (ORICA-GreenEDGE) / 오스트레일리아 / UCI 월드 투어
단연 이 팀의 출전이 이번 투르 드 코리아의 화제다. 호주의 UCI 월드 투어 팀 오리카 그린엣지다. 마이클 매튜스(Michael Matthews), 사이먼 게런스(Simon Gerrans)와 같은 기라성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은 아쉽게도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하지 않지만 떠오르는 신예 스프린터 캘럽 이완(Caleb Ewan)이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확정되어 대한민국 사이클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주니어 선수 시절 트랙사이클링 옴니엄(Omnium) 레이스에서 이미 월드챔피언 저지를 입었던 캘럽 이완은 94년생 어린나이에 주목받는 차세대 스프린터다. 골라인 300미터를 앞두고 열리는 스프린터들의 혈투에서 연승을 차지하고 있는 캘럽 이완은 조만간 최고의 스프린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이완의 레이스 넘버는 1번으로 팀 에이스를 상징하는 숫자다. 오리카 그린엣지는 캘럽 이완의 우승을 위해 달릴 것이다. 우주를 향해 발사되는 로켓으로 치자면 5명의 팀원들은 추진체가 되고 캘럽 이완은 마지막 발사체가 되어 가장 빨리 골라인을 넘기 위해 역주할 것이다. 이완은 어딘가 친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계 호주인 이민자 3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음식을 정말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 음식에 적응하는데 문제가 없을 테니, 이완은 원활한 컨디션으로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니포 비니 판티니(NIPPO - VINI FANTINI) / 이탈리아 / UCI 프로 컨티넨탈
유럽 프로 레이스에서도 볼 수 있는 오렌지 유니폼의 니포 비니 판티니는 매년 투르 드 코리아에 참가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프로페셔널 컨티넨탈 팀이다. 지난해 지로 디 이탈리아(Giro d'italia)에서 산악왕에 오른 줄리안 아르돈도(Julian Arredondo)는 니포 비니 판티니 소속으로 2013년 까지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했었다. 올해 출전 명단에 눈에 띄는 이름이 올라 있는데 바로 안토니오 니발리(Antonio Nibali)다.
안토니오 니발리는 2014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우승자 빈센초 니발리(Vincenzo Nibali)의 친동생으로 니포 비니 판티니 팀에 소속되어 있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리스트인 형을 두었지만 안토니오는 아직 큰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외모만큼은 형을 빼닮아 니발리 선수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 굉장한 형을 둔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92년생 젊은 선수가 한국에서 펼칠 레이스를 기대해 보자.
금산 인삼 첼로 / 대한민국 / UCI 컨티넨탈
한국의 명문 사이클 팀 ‘금산 인삼 첼로’가 투르 드 코리아 종합우승 사냥에 나선다. 지난해 최형민 선수는 개인 종합 2위를 달성하였다. 종합순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퀸 스테이지였던 강원도 평창의 진고개 힐클라임 피니쉬에서 코스이탈을 했던 점은 팬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있다. 그 해프닝이 아니었다면 지난해의 종합우승자는 최형민 선수가 될 수도 있었다. 톱클래스의 개인독주 전문 선수로 힐클라임 능력도 만만치 않다. 최형민 선수가 포디엄 가장 윗자리에 올라갈 종합시상식을 기대해 보자.
업다운이 많은 스테이지 레이스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는 유기홍 선수도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서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초반에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한다면 종합순위권 진입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투르 드 랑카위에서 스테이지 2위, 2013 코리안 내셔널 챔피언으로 태극기 저지를 입었던 정지민 선수 역시 주목해야 한다.
JLT 콘돌 (JLT CONDOR) / 영국 / UCI 컨티넨탈
매년 투르 드 코리아 시상대를 휩쓸고 지나갔던 팀 JLT 콘돌의 영건들이 올해도 한국을 찾는다. 길고 빼빼마른 영국의 수수한 젊은이들은 이제 한국 사이클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에 오르면 강한 라이더로 돌변한다. 선수 하나하나 모두의 기량이 골고루 강한 팀이다.
2013년 종합우승자 마이클 큐밍(Michael Cuming)을 리더로 3년 연속 종합우승의 문을 두드린다. 영 라이더들을 모아놓은 팀이지만 매년 후반부에 중요한 스테이지에서 감춰둔 발톱을 드러내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보여준다. 반전 매력이 있는 JLT 콘돌이 올해는 어떤 전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코레일 사이클링 팀(Korail Cycling Team) / 대한민국 / UCI 컨티넨탈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새롭게 떠오르는 최강의 선수이자 아시안게임 개인도로 금메달리스트인 장경구 선수가 소속된 팀이다. 장경구 선수는 선두그룹을 형성 후 끊임없는 어택으로 경쟁 선수들을 지치게 만든 후 최후에 솔로 브레이크어웨이로 승리를 거두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스태미나와 기량 그리고 정신력까지 모두를 갖춘 선수만이 가능한 전략이다.
지난해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 1은 충격적이었다. 두 개로 나뉜 그룹은 무려 9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골인하였다. 종합우승을 바라보던 코레일 팀과 장경구 선수는 후속그룹에 속해있었고 이 시간차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만 장경구 선수는 경기 내내 압도적인 기량으로 첫날의 실책을 만회하였으며 종합 시상식에서 산악왕의 상징인 레드 폴카 닷(Red Polka Dot) 저지를 입었다. 올해는 마지막 날 서울에서 옐로우 저지를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 위너인 이원재, 젊은 클라이머 이승권, 스프린터 정충교 선수까지 뛰어난 팀원들이 이를 지원할 것이다.
KSPO(국민체육진흥공단 사이클 팀) / 대한민국 / UCI 컨티넨탈
한국 사이클의 간판스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KSPO 역시 강력한 팀이다. 주장인 연제성 선수가 필드 캡틴으로 전장의 지휘를 맡는다. 또한 올라운드 스프린터 타입의 두 에이스 박성백, 서준용 선수는 KSPO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강력한 원투 펀치로 리드아웃과 라스트 스프린트를 번갈아 가며 수행하는 이 듀오는 이번 투르 드 코리아의 모든 스테이지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다. 피니쉬라인을 앞둔 펠로톤 전방에 두 선수가 나타난다면 모든 선수들에게 경계 대상 1호가 될 것이다.
그리고 KSPO의 올해 팀 명단에서 이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투르 드 랑카위(Tour de Langkawi)의 악명 높은 힐클라임 스테이지인 겐팅(Genting)을 재패했던 아시아 최고의 클라이머, 공효석 선수가 돌아왔다. UCI 아시아 투어 레이스를 주름잡던 슈퍼 클라이머가 몇 년간 활동이 뜸했던 것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 안장위로 돌아온 공효석 선수가 KSPO에서 선수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올해 투르 드 코리아에 난이도 높은 오르막이 없어 공효석 선수의 장기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다. 오랜만에 돌아온 투르 드 코리아에선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사이클 팀 / 대한민국 / UCI 컨티넨탈
몇 해 전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서울 시청 사이클 팀. 젊은 리더인 이기석 선수를 필두로 투르 드 코리아의 포디엄을 노린다. 해외 사이클 팀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온 김도형 선수와 산악자전거 선수로 활동했던 최진용 선수가 이를 돕는다. 최진용 선수는 본래 서울시청 사이클 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MTB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에서 맹활약하였으며 다시 친정인 서울시청 사이클 팀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투르 드 코리아를 달린다. UCI 주니어 트랙 월드챔피언인 박상훈 선수를 비롯하여 김옥철, 정하전, 주대영 선수는 앞으로 우리나라 사이클 스포츠를 이끌어갈 강력한 신인 선수들이다.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홍콩차이나 내셔널 팀 / 홍콩차이나 / 국가대표팀
매년 강력한 에이스가 등장해서 투르 드 코리아를 뒤흔들었던 홍콩차이나 내셔널 팀 올해는 2013년 종합순위 2위에 올랐던 청 킹록(Cheung Kinglok) 선수를 리더로 삼아 출전한다. 매년 경기 중반까지 레이스를 장악하다시피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 반격에 나선 각 팀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강력한 에이스에 비해 팀원들의 체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전날을 교훈삼아 올해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코리안 내셔널 팀 / 대한민국 /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은 올해 도로, 트랙 종목 모두에서 골고루 좋은 성적을 보여준 선수들 위주로 팀이 구성되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 최승우, 박건우 선수와 의정부 시청 임재연, 대한지적공사 신동인, 가평군청 최동혁 그리고 한국체육대학교 민경호 선수 모두 만 26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로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서 태극기가 그려진 저지를 입고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달리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앞날이 창창한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투르 드 코리아는 그동안 경기 영상 속에서만 보던 프로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다. 최고의 사이클리스트들이 대한민국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여러 고장을 지나게 된다. 슈퍼스타들이 내가 사는 지역으로 찾아온다는 것은 사이클 팬에겐 매우 흥분되는 일이며 로드 투어 레이스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미리 코스를 숙지해두고 응원하기 좋은 곳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는 것 또한 경기 관람의 즐거움이다. 사이클링 팬이라면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게 될 것이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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