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세단? 해치백? 미니밴?’ 고민이 많아졌다. 남자의 당당함을 보여주려면 SUV가 필요할 거 같고, 운전하기 편하고 실속을 생각하면 해치백이 좋겠고, 이래저래 무난한 세단을 고르자니 가족 모두 태우고 짐 싣고 여행갈 때 아쉽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름의 장단점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젠 아이까지 한 몫 거든다. 카시트에 유모차까지 실어야 한다. 사고 싶었던 차들의 이름이 리스트에서 하나씩 지워진다.
아이를 데리고 멀리 떠나야 한다면 준비물도 꽤 많다. 그걸 다 넣을 공간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덩치 좋은 SUV를 사면 이런저런 문제들이 쉽게 풀릴 거 같지만 가장 결정적인 게 남았다. 자금 사정과 아내의 화려한(?) 운전 솜씨도 고려해야 한다. 고를 수 있는 차가 더 줄어들었다. ‘아이고…’
아이를 데리고 멀리 떠나야 한다면 준비물도 꽤 많다. 그걸 다 넣을 공간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덩치 좋은 SUV를 사면 이런저런 문제들이 쉽게 풀릴 거 같지만 가장 결정적인 게 남았다. 자금 사정과 아내의 화려한(?) 운전 솜씨도 고려해야 한다. 고를 수 있는 차가 더 줄어들었다. ‘아이고…’
디젤 MPV를 고민하다
신혼여행 때 프랑스에서 빌려 탔던 시트로엥 C4 그랜드 피카소가 문득 생각났다.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 2개와 잡다한 짐들을 집어넣고도 여유로웠다. 부담스럽지 않은 덩치에 넉넉한 실내공간, 큼지막한 창문과 화려한 편의품목은 물론 뛰어난 효율의 디젤엔진까지. 유럽형 MPV의 전형이다. 유럽에서 유럽 MPV를 탔으니 얼마나 신났을까. 아내는 당장 이런 큰 차를 사자고 조르던 기억이 난다. 일단 구매 리스트에 올려놨다.
원래는 커다란 SUV를 사고 싶었다. 캠핑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니 당연히 큰 SUV가 답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모든 기준이 바뀐다. 고집을 부리자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내가 혼자 차를 몰고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데 덩치 큰 차를 쉽게 몰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차에 아이까지 태우고, 좁은 곳에서 주차하다가 다른 차라도 긁는 날엔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여성을 비하하려는 게 아니다. 큰 차를 타면 주차할 때 누구든 힘들다.
지금 타는 차는 중형 세단이다. 아내는 새 차를 고를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를 제시했다. 타고 내리기가 조금 더 쉬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이 때문에 짐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 세단은 짐을 넣고 빼려면 몸을 숙여서 차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SUV는 차에 올라타야 하니까 양 손에 짐을 들고 있다면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평소 라이프스타일과 앞으로의 자녀계획을 생각해보면 MPV가 답이다.
결국 MPV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쥔 손이 바삐 움직인다. 시트로엥은 이미 타봤으니 다른 차를 찾는 중이다. 이럴수가! BMW도 2시리즈에 7인승인 ‘그란 투어러’를 내놨다. 게다가 앞 바퀴 굴림 방식의 MPV다. 우리나라엔 5인승 액티브 투어러가 들어와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생김새도 익숙하다. 다루기 쉽고 활용도가 많은 차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도록 공간활용성에 주안점을 뒀다. 구매 리스트에 한 대가 더 늘었다.
국산차 중엔 비슷한 특징을 가진 차가 없을까. 쉐보레 ‘올란도’와 기아 ‘카렌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두 차는 라이벌이다. 올란도는 미국형 왜건처럼 각이 진 모습인 반면, 카렌스는 부드러운 선이 특징인 유럽형 MPV다. 또 고민이다. 스타일을 빼면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아내에게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 물었다. 둘 다 좋은데 카렌스가 조금 더 귀엽단다. 게다가 앞 유리가 커서 유럽차 같다고 좋아했다. 신혼여행 때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표정이다.
카렌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달 초에 2016년형이 나왔다. 메일함에 들어온 보도자료를 찾아봤다. “유로6 환경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1.7리터 디젤 모델이 있고, 7단 DCT가 탑재돼 연료효율까지 좋아졌다”는 설명이 솔깃했다. 게다가 수입차들보다 훨씬 싸다. 갑자기 억울(?)하면서도 무언가 답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141마력에 토크가 34.7kg.m니까 힘은 충분하다. 게다가 요즘 유행인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도 적용됐단다. 디젤차를 사는 이유가 뭔가. 연비다. 카렌스는 리터 당 14.9km다. 5인승을 고르면 ISG 시스템을 넣을 수 있다. 연비가 15.7km까지 높아진다.
유모차, 카시트도 거뜬한 실내 공간
자동차 담당 기자를 오래 한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매장에 가지 않아도 시승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옵션이 모두 들어간 차를 구하긴 어렵다.) 어쨌든, 아내에게 차를 직접 보여줬다. 적당한 차크기와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사진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평도 덧붙였다. 차 크기는 요즘 나오는 중형차와 준중형차의 중간쯤 된다. 직접 몰고 다녀도 충분할거라며 자신 있는 표정이다. 그래서 휠베이스가 2,750mm고, 너비가 1,805mm여서 공간이 넉넉하다는 소리를 꺼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딴청이다. 역시 아내에게 차를 숫자로 설명하는 건 어렵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카시트를 고정시키는 데 필요한 ISOFIX도 있다. 요즘 나오는 차엔 거의 달려 있는 기능이지만, 지금 타는 차엔 없어서 신기한 듯 물어본다. 직접 설치해봤다. 앉았을 때 다리 공간(앞 시트 뒤)인 레그룸에 큰 기저귀 가방을 놓아도 자리가 남는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만족스러운 또 한가지로 파노라마 선루프를 꼽았다. 뒷자리에 앉아서도 머리 위로 지나가는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단다. 아이 때문에 바깥에 나갈 일이 줄어서 그런지 창문 크기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남았다. 트렁크에 유모차도 넣어봤다. 독일 호크(hauck)사의 트위스터로 360도 양대면 가능한 ‘디럭스형’이다. 신생아 때부터 서너 살까지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어서 꽤 튼튼하고 크기가 큰 편이다. 분리 후 접어서 대충 넣어도 큰 사이즈의 아이스박스를 넣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남는다. 보기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서 놀랐다.
MPV 카렌스, 가족을 위한 실속 있는 선택
이 차를 사지 않는다고 나쁜 아빠란 얘기가 아니다. 새로 출발하는 가족에게 잘 어울릴 뿐이고, 그런 컨셉트에 충실한 차라는 얘기다. 어쨌든 카렌스는 MPV다. 말 그대로 다목적 자동차다.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시트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차의 성격이 달라진다.
먼저, SUV처럼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카렌스 7인승은 1열에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2개가 있고, 그 뒤 2열에 세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마지막 맨 뒤 3열은 시트 2개가 있는데 등받이를 접어 트렁크로 쓰면 된다.
스키나 스노보드처럼 기다란 물건도 거뜬하다. 이땐 3열과 2열 시트를 하나씩 접으면 되는데, 최대 네 명이 함께할 수 있다. 캠핑 갈 때 짐 많이 실으면서 사람도 타야 할 때 참고할 만한 시트 배열이다.
물건을 잔뜩 실을 수 있는 작은 화물차로도 변신할 수 있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앞 좌석 뒤는 모두 트렁크 공간이다. 푹신한 매트를 깔면 누워 잘 수도 있을 거 같다.
결혼하기 전엔 커다란 SUV가 사고 싶었다. 결혼한 다음엔 여유가 될 때 성능 좋은 해치백 차종도 한대 더 사고 싶었다. 그런데 이젠 아이를 신경 써야 한다. 생각이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아니, 현실적으로 바뀌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평범한 직장인이 고집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사람들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답엔 큰 차이가 없다.
그런 면에서 카렌스는 다목적차, ‘MPV’라는 컨셉트를 잘 살린 차다. 넉넉한 실내공간, 다양한 시트 활용성, 개선된 연비, 거기에 부담 없는 초기 구입비용까지… 워낙 개성 있는 차들이 많아서 어중간한 차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족을 위해 이만한 답을 내놓기도 쉽지 않을 거다.
가족을 위해 고집을 꺾은 당신, 착한 아빠다.
글
박찬규 star@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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