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라는 심플한 이름의 자전거 브랜드를 기억한다면 아마 보통 사이클링 팬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BH는 1909년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지역에서 창립되어 무려 100년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스페인의 전통 있는 자전거 제조사로 유럽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자전거 브랜드다. 200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AG2R-La Mondiale 팀이 BH의 자전거를 타고 9일간 옐로우저지를 차지했을 정도로 레이스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명성에 비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이 다소 늦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BH 쿼츠(BH QUARTZ)는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BH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모델이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답게 편안한 승차감으로 장거리라이딩을 즐기는 중상급자 뿐 아니라 고급 기종으로 입문하고자 하는 라이더에게도 적합한 모델이며, 특히 유럽브랜드다운 깔끔한 디자인과 뛰어난 마감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모델이다.
BH 쿼츠는 인듀어런스바이크답게 유럽과 북미에서는 디스크브레이크 장착 버전도 출시되었지만, 올해 국내 출시된 모델은 림브레이크 모델이 출시되었고 105와 울테그라 2가지 구동계를 선택할 수 있다.
플래그십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인듀어런스 레이서
BH 쿼츠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슬로핑 지오메트리다. 시승과 촬영을 위해 두 가지 사이즈의 모델을 받았는데 큰 사이즈의 프레임에도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탑튜브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같은 슬로핑 탑튜브 디자인의 ‘콤팩트 지오메트리’는 다른 BH의 모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접목된 헤드튜브
간혹 인듀어런스라고 하면 편안함만을 추구한 아마추어를 위한 로드바이크라는 편견도 있다. 그러나 편안함이란 곧 피로누적을 줄여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기위한 조건이다. 특히 BH 쿼츠는 자사의 기함 모델인 G6에 적용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비롯한 주요 특징을 물려받으면서 여기에 약간의 부드러움을 더한 모델이다. 프레임 곳곳에서 레이스바이크의 유전자를 감추지 않고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쿼츠의 프레임 무게는 950g. 클라이머를 위한 초경량 모델은 아니지만, 비슷한 가격대와 성능을 지닌 타사의 경쟁모델들에 비해 10% 정도는 더 가벼운 수치다. 헤드튜브는 금속 심이 들어가지 않은 카본 소재로만 제작되었으며, 다운튜브를 따라 내려와 BB386EVO 규격을 적용한 두터운 형상의 바텀브래킷 역시 알루미늄 심을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드롭아웃까지 풀 카본으로 제작한 것이 가벼운 무게의 비결이다. 이 같은 특징은 G6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리라. 그렇기에 상당한 잠재능력을 지닌 프레임이라 예상했고,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BH 쿼츠 프레임은 SM 사이즈, 즉 Small-Medium에 속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레이스 지오메트리의 모델이라 불리는 자전거와 비교해보면 시트포스트에서 헤드튜브까지 수평 거리를 잰 ‘유효 탑튜브’의 거리가 짧은 편이다. 헤드튜브에서 BB까지의 짧은 수평거리(Reach)와 높은 높이차이(Stack)를 보여주는데, 간단히 말해 헤드튜브의 높이가 높게 세팅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는 장거리 라이딩용 지오메트리다. 단, 상체가 긴 라이더의 경우 프레임 사이즈 선택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Small 또는 Medium 사이즈의 모델에는 일반적으로 암 길이 170mm의 크랭크가 장착되는데 BH 쿼츠에는 이례적으로 172.5mm의 크랭크가 장착되었다. 인듀어런스에 초점을 맞춘 세팅으로 보이며, 크랭크의 길이가 길어진 만큼 적은 힘으로 강한 토크를 내기에 유리하지만 빠른 크랭크회전에는 불리하니 어쩌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적절히 피팅 후 올라앉아보면 안장에서 핸들바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자연스럽게 펴지는 허리가 레이스 지오메트리에선 느끼지 못했던 다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쿼츠의 지오메트리 외에도 편안함에 살을 붙여주는 요소가 몇 가지 있는데, 일반적인 로드바이크보다 가늘어 노면진동흡수에 유리한 직경 27.2mm의 카본 시트포스트와 푹신하고 둥그스름한 모양의 프롤로고 카파2 안장, 그리고 기본 장착된 빅토리아 루비노 슬릭 25c 타이어다.
자전거가 달리며 받는 노면의 잔 진동을 얼마만큼 잘 분산시켜 라이더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느냐는 실제 장거리 라이딩이나 레이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인듀어런스바이크 중에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끌어내기 위해서 체인 스테이의 길이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 쿼츠 역시 G6의 지오메트리와 비교하면 체인스테이가 4mm정도 길어졌지만 반응성이 둔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구동계는 쿼츠 105와 울테그라 모두 체인을 제외한 부품을 시마노 11단 그룹셋을 채용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BB386EVO에 시마노 크랭크를 장착하기 위해 어댑터를 사용해 조립했다. 언덕에서 심한 부하를 걸어 페달링 할 때는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지지만, 자전거의 가격대비 부품 성능을 시마노 크랭크 이상의 선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프레임의 역량을 다 끌어내기에 기본 장착된 휠의 성능이 조금 아쉽다. 만약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장착되어 있는 시마노 RS-11/21 휠을 보다 경량의 레이스용 휠로 교체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인듀어런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레이스용 카본 휠로 교체 후 라이딩 했을 땐 당장 동호인 레이스에 들고 들어가도 전혀 아쉽지 않은 반응성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프레임 성능에 충분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라이더가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품스펙 이상 뛰어난 잠재력 지닌 로드바이크
사실 필자는 쿼츠를 시승하며 약간의 혼란에 빠져있다. 스스로 하드코어 라이더에 속하기에 인듀어런스 프레임보다 단단한 스프린터용 프레임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쿼츠는 실제 라이딩 해보니 꽤나 매력적인 자전거였다. 생각 이상의 순발력을 보여준다는 점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유럽의 레크리에이션 라이더 사이에서 BH 쿼츠와 같은 자전거가 굉장한 인기를 얻는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게다가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럽 브랜드의 자전거를 국내 시장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을 접하며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이에 맞추기 위해 더욱 멋진 자전거들이 공격적인 가격과 스펙으로 출시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국내시장 하에서 쿼츠는 국내 라이더에게 BH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델이다.
게다가 이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럽 브랜드의 자전거를 국내 시장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을 접하며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이에 맞추기 위해 더욱 멋진 자전거들이 공격적인 가격과 스펙으로 출시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국내시장 하에서 쿼츠는 국내 라이더에게 BH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델이다.
그란폰도에서 주말의 레이스까지 다양한 주행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듀어런스를 지향하나 민첩함을 함께 원하는 라이더에게 BH 쿼츠를 추천한다. 가격은 105 그룹셋 장착 모델이 195만원, 울테그라 그룹셋 장착 모델이 240만원이다. 장착된 부품 스펙 이상의 퍼포먼스를 지닌 프레임이니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함께 달릴만한 파트너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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