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장거리 라이딩을 다녀온 후 온몸에 각종 통증을 겪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라이딩 후 심한 피로와 통증을 느낄 때 가장 고통스러운 부위는 바로 발이다. 피가 통하지 않아 쥐가 나는 것은 물론 발바닥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고통은 라이딩 내내 신발을 벗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라이딩이 끝나고 겨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내 발에 알맞은 신발을 찾아보지만, 유럽과 북미의 사이클리스트들 위주로 제작된 사이클링 슈즈들은 대부분 발볼의 폭이 좁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대체 내 발은 언제쯤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내 발이 편안한 슈즈를 찾지 못하면 결국 ‘장비에 몸을 맞추게 되는’ 궁여지책을 선택하거나 사이클링을 포기하게 된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발에 맞춰 신발을 성형하는 ‘커스텀 슈즈’를 선택하면 된다. 이제 막 자전거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라이더라면 고가의 슈즈 구입이 망설여지겠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카본 밑창을 열성형 할 수 있는 본트 라이어트(BONT RIOT) 슈즈라면 부담이 덜할 것이다.


 

본트 라이어트 - 엔트리 레벨 열성형 슈즈

: 본트 라이어트 - 로드사이클링용 클립리스 슈즈


본트는 브래들리 위긴스를 비롯한 여러 프로 레이서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레일리아의 열성형 커스텀 슈즈 전문 브랜드다. 특히 본트의 열성형 슈즈는 카본 바닥을 발에 맞춰 열성형 하는 것이 특징으로 다른 메이커의 커스텀 슈즈들 대부분이 바닥이 아닌 갑피를 열성형 하는 것과 비교된다.


: 본트 라이어트 XC - MTB 크로스컨트리용 클립리스 슈즈


라이어트는 카본 밑창을 사용한 본트의 첫 엔트리 급 열성형 슈즈다. 여러 브랜드의 입문자용 슈즈와 비교하였을 때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본트 특유의 'U' 자 형태로 발을 감싸는 카본 밑창 기술을 그대로 적용된 모델이기 때문에 실제 퍼포먼스 면에서 중급자용 슈즈 이상의 모델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수려한 외관은 입문자를 위한 슈즈라는 점을 잊게 한다. 신발 전체가 카본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무늬가 인상적이다. 마이크로파이버(Microfiber)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신발 상단부 갑피는 내구성이 뛰어나 매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도 오랜 기간 사용할 만큼 튼튼하다.



최근 유행하는 보아다이얼이 적용된 모델은 아니지만 하나의 벨크로 스트랩이 ‘Z’ 자 형태로 발의 앞부분을 넓게 잡아주고 래칫 방식의 버클이 발등을 단단히 고정하는 구조는 과거의 레이스용 슈즈에 널리 사용되던 방식이다. 엔트리 모델로 출시한 제품이지만 고급 유저로 성장할 때 까지 신을 수 있는 슈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커스텀의 핵심 기술, 사람의 발을 닮은 밑창

: 갑피 안쪽 발 측면을 완전히 감싸는 독특한 밑창은 발 측면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여준다.


U자형으로 발의 옆면까지 감싸는 넓은 그릇 형태의 밑창은 본트 사이클링 슈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슈즈 밑창 범위에서 벗어난 발의 옆 부분이 꽉 조이면서 오랜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나면 타는 듯한 고통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본트의 커스텀 슈즈는 실제 사람의 발 모양에 최대한 닮은 형태의 밑창이 옆면까지 감싸 지지하기 때문에 갑피를 스트랩을 단단히 당겨 조여도 발의 측면에 심한 압박과 고통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열성형이 더해져 통해 다양한 발모양에 밑창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본트 슈즈의 핵심이다.



라이어트 역시 옆면까지 감싸는 형태의 밑창이며 정밀한 열성형이 가능하다. 단지 아쉬운 부분은 100% 카본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 카본 층 사이에 글래스파이버를 적층한 점이 최상위 모델과의 차이다. 하지만 여전히 가벼우며 충분히 단단하다. 라이드매거진이 리뷰에 사용한 라이어트 로드 슈즈의 무게 실측 결과는 241g(39사이즈)로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다.



본트 슈즈들의 사람 발에 맞춘 밑창 모양은 이전의 사이클링 슈즈들과 전혀 다르다. 실제 발에 가까운 모양이다 보니 기존의 구두형태 사이클링슈즈와 비교할 때 넓적한 모양은 좀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넓은 밑창은 오래신어도 발볼을 심하게 조이지 않아 피로감이 적고 발 내측 중앙의 아치(Arch)와 뒤꿈치의 힐 컵(Hill cup)을 잘 잡아주어 힘 전달을 극대화 한다. 단 열성형 과정을 거쳐 내발과 일체화 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숍에서 구입한 슈즈를 바로 신고 달릴 때는 제 성능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점을 방문하고 상담 후 신발을 구입하기를 권한다.



본트 라이어트는 흰색과 검정 2가지 컬러 그리고 산악자전거를 위한 라이어트 MTB가 있다. 라이어트 MTB의 사양은 일반 라이어트와 동일하며 밑창에 교체가 가능한 그립 플레이트(Grip plate)와 스파이크 마운트(Spike mount)가 장착되어 있다. 험로에서 걷기위한 부품이 추가 된 만큼 무게는 105g 정도 늘었다.


 

직접 신고 달려본 본트 라이어트

본트의 상급 슈즈인 블리츠(Blitz)를 2개월 전에 체험한 뒤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블리츠의 착용감을 엔트리급인 라이어트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신어 보았다. 평소에 신는 사이즈인 39의 라이어트를 선택하였다. 첫 느낌은 적당히 여유가 있다. 가장 민감할 부분은 역시 발 볼 넓이, 일반적인 사이클링 슈즈들에 비하면 약간 넉넉한 정도다. 발볼이 넓은 라이더들도 편하게 신을 수 있을 것이다.

벨크로 스트랩과 버클로 단단히 죄었을 때 발등의 불편함도 적다. 물론 열성형을 거치고 나면 착화감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냥 신은 상태에서도 상당히 편안한 편이다. 걸어보니 신창은 상당히 단단하다는 느낌이다. 이제 자전거에 올라타서 감각을 느껴볼 차례다.



레이스용 상급 슈즈에서 느껴지던 단단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어트의 가벼운 무게는 페달링을 더욱 가뿐하게 만들어 준다. 아주 단단하지만 밑창의 두께는 상당히 얇고 페달과 발 사이에 거의 공간이 없다고 느껴진다. 기존 슈즈를 신었을 때를 기준으로 맞춰둔 자전거의 안장 높이가 신발창이 얇아진 다소 높게 느껴질 정도다. 신발의 높이가 낮으며 두께는 얇기 때문에 발과의 일체감이 더욱 높다.



계속 주행하다보니 두 번째 발가락 앞쪽에서 약간의 저림이 느껴진다. 두 번째 발가락이  튀어나온 특이한 발모양이기 때문 이다. 그동안 신어왔던 사이클링 슈즈들은 모두 부분 커스텀으로 이 점을 보완해 왔다. 39(245mm) 사이즈 슈즈를 신지만 평소에 운동화는 250을 신는데 특이한 발모양 때문이다. 이런 신체적 특징을 가진 라이더도  밑창 성형을 거치고 나면 자신의 발에 꼭 맞춘 신발로 만들 수 있다. 라이어트의 장점인 카본 밑창 전체 열성형을 거치고 나면 정말 만족할 만한 신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밑창 앞뒤에 장착된 굽은 교체방식으로 만들어져 사용자 편의를 더한다. 다만 엔트리 모델임 만큼 본트의 최상위 제품들에서 볼 수 있는 신발 앞뒤의 상처를 예방하는 범퍼가 갖추어 있진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수려한 외관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무엇보다 밑창 전체 열성형이 가능하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변에서 흔히 입문자를 위한 제품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선택하면 후회가 없는 물건으로 추천할 수 있는 슈즈로 본트 라이어트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저렴한 가격만 보고 산 물건은 결국 다른 제품으로 다시 구매하게 된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용품을 고를 때 흔히 하는 말이다. 확실한 장점과 특징이 없이 가격만 보고 구입한 제품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본트의 라이어트는 확실히 값어치를 할 사이클링 슈즈다. 본트의 슈즈 중에서는 엔트리 급 모델이지만 하이레벨의 라이더 까지 신을 수 있을 만큼 높은 기능성을 갖추었다.



본트 라이어트의 가격은 19만원, MTB용인 라이어트 XC의 가격은 22만원이며 전문 숍에서 열성형을 할 때 약 3만원 정도 공임이 들어간다. 그러나 카본 신창을 적용한 모델임을 생각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경제적인 비용으로 열성형 커스텀 슈즈의 신세계로 입문하고자 하는 라이더라면 본트 라이어트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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