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에어로다이내믹스(Aerodynamics) 기술은 로드바이크 제조사들 사이에서 가장 핫 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세계의 유수의 자전거 제조사들이 날렵한 에어로 바이크를 선보이기 바쁜 근래에 국산 브랜드로는 최초로 에어로 바이크를 비롯하여 다양한 경기 양상에 맞추어 서로 다른 콘셉트를 갖춘 로드바이크 3종을 출시한 엘파마의 파격적인 행보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산악자전거 유저들을 중심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엘파마는 최신 기술과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신형 로드바이크 개발에 주력했고, 올해 초 최신 레이스바이크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그리고 올라운더 타입의 로드바이크를 동시에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자전거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하이엔드 에어로 로드바이크인 퀀텀(Quantum)이다.
참고로 퀀텀은 물리학의 ‘양자’를 뜻하며, 빛보다 빠른 전달속도를 갖는 물질이라고 한다.
아시아인을 위한 에어로다이내믹 콘셉트 바이크
퀀텀은 시트포스트부터 헤드튜브 그리고 포크(folk)로 이어지는 정면에서 보이는 실루엣이 굉장히 얇은 반면, 옆에서 보았을 때의 두꺼운 다운튜브와 시트튜브가 인상적인 자전거다. 맞바람을 베며 빠르게 달리기 위한, 공기를 가르는 검과 같은 형상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마치 전투기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디자인과 강렬한 붉은색상이 어우러진 검회색 바탕의 프레임은 상당히 세련된 첫인상을 주었다.
슬로핑(Sloping)이 아닌 수평 탑튜브(Horizontal)는 공기의 흐름과 평행을 이루어 공기저항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하며 빠른 속도로 지속주행을 하는데 유리한 설계다. 더불어 헤드튜브의 길이는 짧은 편인데, 이는 프레임의 유효탑튜브 길이(시트포스트에서 스티어러튜브까지의 거리)에 비해 높이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수평 탑튜브가 적용된 외산 브랜드의 로드바이크는 대체로 프레임이 높아 신장이 작은 아시아 라이더가 소화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지오메트리를 갖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엘파마에서는 아시안 지오메트리 K-핏(fit) 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와 한국인들의 사이즈에 알맞은 설계를 적용하였다. 엘파마 퀀텀의 프레임은 슬로핑이 없는 톱튜브를 채택한 동시에 신장이 작은 한국인을 위한 지오메트리(Geometry)를 완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키가 작은 라이더도 빠른 속도에 유리한 수평 톱튜브 로드바이크를 탈수 있게 되었다.
프레임을 하나의 몰드(Mold)에서 통째로 성형하는 풀 모노코크(full monocoque) 방식으로 제작된 퀀텀 프레임은 매우 가벼운 동시에 각 튜빙의 결속력이 강해 라이더의 출력을 잘 받쳐주는 높은 강성을 갖추고 있다. 시마노 울테그라 Di2 구동계와 DT스위스 RC55 T SPLINE 하이프로파일 튜블러 휠셋을 장착한 퀀텀 A6870의 실측 무게는 7.2kg에 불과했다.
프레임 튜빙 설계에서도 공기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힘 전달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눈에 띈다. 먼저 퀀텀 전용 헤드셋 커버는 헤드튜브 및 탑튜브의 실루엣과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되어 헤드셋과 프레임 사이에 빈 공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 되었다.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설계인 동시에 핸들바를 프레임에 최대한 가깝게 사용할 수 있도록 스템을 낮출 수 있으며 외관에서 퀀텀만의 개성을 살려주는 특징이기도 하다.
시트포스트 역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타원의 뒷부분을 살짝 잘라낸 캄테일 형태의 단면이며 퀀텀의 전용 규격으로 장착되었다. 프레임과 연결되는 클램프는 시트튜브에 내장되게 설계 되었으며 연결부위는 고무커버로 덮어 이물질의 유입을 막도록 설계되었다.
앞, 뒤 바퀴가 자전거의 중심이 되는 BB셸(Bottom Bracket shell)에 가까운 점 역시 퀀텀의 성격을 드러내주는 특징이다. 앞뒤 바퀴를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더 끌어당기기 위해 다운튜브와 시트 튜브의 하단이 휠의 형태에 맞추어 살짝 들어가있다. 앞 뒤 휠을 가능한 중심에 가깝게 하여 자전거가 좌우로 격렬하게 힘을 받는 상황에서도 뒤틀림이 적고, 민첩한 핸들링 반응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계다.
뒷삼각의 시트스테이(Seat stay)가 탑튜브보다 낮은 위치에서 뻗어 나오며 동시에 최대한 길이를 짧게 만든 점 역시 페달링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인데, 프레임이 강한 힘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뒤틀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뒤 브레이크를 설치하기 위해 양 시트 스테이를 사이를 가로지르는 브리지 대신 전용 어댑터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퀀텀을 비롯하한 엘파마 자전거 구입 시 주어지는 특권으로 입맛대로 부품 구성을 선택할 수 있는 커스텀 바이크 시스템이 있다. 시마노의 구동계 부품부터 DT스위스의 휠세트와 셀레이탈리아(Selle Italia)의 안장 등의 부품을 원하는 사양으로 맞춤 주문이 가능하다.
경기용 로드바이크인 퀀텀의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동안 타던 자전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빠른 자전거를 찾고 있는 라이더일 것이다. 완성차를 구입하고 나면 자신에 신체에 맞는 부품을 별도로 구입해 교체하는 추가 지출이 발생하곤 하는데 엘파마의 커스텀 바이크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이런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특히 신체에 민감한 안장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가 된다.
퀀텀의 프레임 사이즈는 시트튜브 길이를 기준으로 500mm부터 최대 550mm까지 나온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퀀텀 프레임은 탑튜브 길이 510mm로 165cm 전후 신장의 라이더에게 적합하다. 키가 작은 남성 라이더는 물론 여성 라이더도 소화할 수 있는 사이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수평 탑튜브 로드바이크들 중 165cm 전후 신장의 라이더가 탈 수 있는 모델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국내 유저들에게 실제 필요한 사이즈를 반영한 엘파마의 K-피트 지오메트리가 다시 한 번 고맙게 느껴진다.
자전거와 하나 되어 속도를 만드는 에어로 바이크
라이드매거진 기자 또한 신장이 작은 편에 속한다. 슬로핑이 없는 멋스러운 수평 톱튜브 프레임을 전부터 갈망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탈수 있는 자전거를 구하기가 불가능했다. 유럽 라이더들의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수평 탑튜브 로드 바이크들은 대부분 큰 사이즈로 출시되거나 작은 사이즈의 경우에는 슬로핑을 적용하여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엘파마 퀀텀의 작은 사이즈 프레임도 매우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에어로다이내믹 콘셉트로 한껏 멋을 낸 퀀텀의 주행성능이 어떨지 매우 궁금했다. 시승 기자가 선택한 프레임 사이즈는 520mm로 시트튜브 길이는 이제까지 타오던 자전거에 비해 약간 길지만 탑튜브 길이는 530mm다. 더 콤팩트한 프레임도 있지만 이제까지 타오던 자전거들과 비교를 위해 동일한 사이즈를 선택하였다.
오르막보다는 고속 지속주행과 스프린트를 선호하는 타입인 시승 기자와 엘파마 퀀텀의 만남은 마치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가벼움과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주행감에 먼저 감탄하게 된다. 그동안 사이즈 문제로 경험하지 못했던 수평 톱튜브 에어로 바이크의 느낌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첫인상에 너무 후한 점수를 준 것이 아니었을까? 퀀텀이 진정 에어로 바이크라는 이름의 자격이 있는지는 한계에 다다를 정도의 주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에어로 바이크는 평지에서의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자전거일 뿐 아니라, 레이스의 피니쉬라인 바로 앞에서 단거리의 승부사들인 스프린터들이 폭발적인 가속으로 가장 먼저 골라인을 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불과 3백 미터 안에서 결정되는 라스트 스프린트 경쟁,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부을 때 자전거가 출력을 그대로 지면에 전달하면서 똑바로 골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승에서 그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경기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행 달려봐야 한다. 레이스용 로드바이크는 선수가 전력을 다하는 순간에 성능의 우열이 결정되며, 간발의 차이로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박빙의 승부를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최대출력 그리고 가장 빠르고 강한 파워가 나오는 자세로 퀀텀을 있는 힘껏 흔들어 보았다.
스프린트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댄싱의 리듬에 맞춰 좌우로 흔들리면서도 전방으로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양 다리가 느끼는 뒷삼각이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은 페달링의 템포를 떨어트리지 않고 페달을 찍어 누르는 즉시 자전거가 따라오는 빠른 반응성을 보여준다. 한 단계 더 무거운 기어를 사용해서 더욱 속도를 높이고자 하는 욕심을 내게 된다.
오른손의 가벼운 터치 변속스위치를 눌러 가장 작은 기어에 체인을 걸어 다시 한 번 힘을 내 더 빠른 속도로 내며 달리는데 성공한다. 자전거와 라이더가 하나가 되어 속도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짜릿한 순간이다. 퀀텀은 빠른 지속주행을 선호하는 라이더에게 적합하며 순간적인 급격한 가속으로 스프린트 경쟁을 하거나 어택을 통한 브레이크어웨이를 선호하는 레이서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직접 타보기 전에는 말할 수 없었지만 엘파마 퀀텀을 만나본 이후 이젠 국산 브랜드의 자전거가 수입 제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편견은 버려도 좋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엘파마의 자전거들에 적용된 한국인 체형을 고려한 지오메트리 설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할 점이다. 게다가 완성차 구매 시 세부 사양을 선택할 수 있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날로 전용 부품의 사용이 늘어가고 있는 하이엔드 바이크들의 추세를 생각해볼 때, 엘파마의 자전거들을 타게 된다면 파손된 스페어 파트가 해외에서 배송되기를 기다리며 몇 달 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성능과 실속을 갖춘 합리적인 선택에 대한 결정은 우리 라이더들의 몫이다. 엘파마 퀀텀이라면 후회 없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퀀텀(Quantum) A6870 제원
프레임 : QUANTUM
포크 : QUANTUM K45-C
크랭크: 시마노 울테그라 6800 50/34T
헤드셋 : FSA NO.44CF CARBON, Top cover
핸들바 : FANTASIA ROAD CARBON 31.8 420 mm
스템 : AS-007CF FANTASIA EXT.100*31.8
시프터 : 시마노 울테그라 Di2 6870
브레이크 : 시마노 울테그라 6800
리어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Di2 6870
프론트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Di2 6870 브레이즈 온 타입
체인 : 시마노 울테그라 6800
카세트 : 시마노 울테그라 6800 11/28T
휠 : DT Swiss RC55 T SPLINE
타이어 : 슈발베 원 700X22C
시트포스트 : SP 67 FANTASIA QUANTUM 전용 AERO
안장 : 셀레이탈리아 SLR Ti FLOW AM Cover BLACK
색상 : 무광블랙/레드
사이즈 : 500, 520, 535, 550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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