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만 나온다 . 석가탄신일 이후 무려 9월 추석까지 단 하루의 휴일도 없다 . 요즘엔 한 술 더 떠서 날씨마저 좋다 . 연일 강렬한 태양 볕을 내리 쐬고 비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 벌써 한여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
그렇다 해도 어떤 일이든 생각하기 나름 아니던가 ! 연휴가 없다면 ‘엄청 짧은 ’ 주말을 ‘엄청 긴 ’ 연휴처럼 알차게 활용하면 된다 . 일상생활 속 달콤한 휴식은 분명 큰 활력소다 . 게다가 즐거운 여름휴가 시즌도 곧 다가온다 .
짧은 주말을 알차게 활용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 캠핑만한 게 없지 않을까 . 몸도 마음도 지친 우리에게 자연 속에서의 ‘힐링 ’은 꼭 필요하다 . 꾸준히 몰아치는 캠핑 열풍은 ‘캠핑인구 500만 시대 ’를 열었다 . 쉽게 즐길 수 있는 레저 문화로 자리 잡았다 .
6 명이 한 차로 캠핑 갈 수 있어 ?
힐링 종목을 캠핑으로 정하고 , 일상에 힘들고 지친 ‘영혼 ’들을 하나 둘 섭외하기 시작했다 . 참가인원은 6명 . 참 애매한 숫자다 . 승용차나 SUV로 이동하기엔 한 자리가 부족하다 . 그렇다고 커다란 미니밴을 생각하니 공간이 너무 남는다 . 차 두 대로 나눠 타고 가자니 이것도 문제다 . 오랜만에 모였는데 분위기가 영 나지 않는다 . 함께 이동하면서 신나는 노래도 같이 듣고 , 놀 계획도 같이 세워야 제 맛이다 .
이번 캠핑은 여섯 명이 1박 2일 동안 함께해야 하고 , 가려는 캠핑장은 경기도 가평 산자락에 있으니 SUV가 딱 이라 판단했다 . 각자의 짐과 캠핑도구까지 실어야 한다 . 결국 당첨된 차는 혼다의 8인승 대형 SUV, ‘파일럿 ’이다 .
이번에 파일럿을 고른 이유는 널찍한 공간 외에도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는 점이 컸다 . 최근 출시되는 SUV들은 대부분 디젤 모델인 경우가 많다 . 연비 좋고 , 기름 값 싸고 , 장점 참 많다 . 하지만 그 특유의 진동과 소음 , 답답한 고속 가속감은 가솔린 엔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 게다가 이번엔 고즈넉한 산길을 조용하게 달리고 싶었다 . 창문을 열고 달려도 시끄러운 디젤엔진 소리가 귓가를 거슬리지 않았으면 했다 .
구석구석 수납공간으로 가득 찬 넓은 실내 공간
박력 넘치는 외관과 넓은 실내 공간은 파일럿의 큰 장점이다 . 파일럿의 큼직큼직하고 호방한 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 교외에선 이런 정통 SUV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 특히 큰 덩치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 차 옆에 텐트를 설치하면 바람막이 역할을 소화하며 , 캠핑장에선 옆 사이트와 파티션 역할도 할 수 있다 .
밖에서 보는 것만큼 실내도 널찍하니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 시트 배열은 2-3-3 순이다 . 몸집이 가장 작은 친구가 맨 뒤 3열의 1인 좌석을 펴고 앉았고 그 옆의 2인 시트를 접어 이런저런 짐을 넣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 하지만 짐을 차에 싣기 전 간과한 것이 있었다 . 일행 중 여자가 네 명이나 된다는 거다 . 여자들은 짐이 참 많다 . 어떻게든 구겨 넣어야 했다 . 여섯 명 각자의 짐과 타프 , 휴대용 테이블 , 의자 여섯 개 , 아이스박스 까지 . 인원이 많으니 챙겨야할 것도 많다 .
엄청난 짐을 앞에 두니 답답했다 . 심지어 3열 시트를 모두 접고 2열에 네 명이 앉아야 하나 고민했다 . 의자를 접으면 엄청난 트렁크 공간이 생기니 좋긴 한데 사람이 문제다 . 이제 와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다 . 일단 짐을 싣기 시작했다 . 파일럿은 트렁크 바닥에도 추가 공간이 있었고 , 차 곳곳에 숨어 있는 수납공간을 잘 활용해 다행히 6명의 짐을 문제없이 모두 넣었다 .
고속도로에선 화끈하게 , 오프로드에선 안정적으로
힘겨운 짐 싣기가 끝나고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 파일럿은 무거운 차다 . 2톤이 넘는다 . 여기에 여섯 명의 탑승인원과 이런저런 캠핑장비까지 실었지만 생각보다 부드럽게 움직인다 . 나중에 제원 표를 살펴보니 3.5리터 V6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257마력 (PS, 5,700rpm), 최대토크 35.4kg·m(4,800rpm)의 성능을 낸다고 쓰여 있었다 .
고속도로에 오르면 가솔린 엔진답게 시원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 급가속시 낮게 으르렁 거리는 엔진음은 의외였다 . 다만 크고 높은 차체로 인해 급격한 차선 변경과 급제동시 출렁거림이 심하고 , 생김새 탓인지 바람소리도 크게 들렸다 .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도 경험했다 . 파일럿은 ‘VTM-4’라는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진흙이나 빙판 , 험로 등에서 간편하게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뒤쪽 차동장치를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다 . 특히 저속에서 네 바퀴가 험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듯했다 . 힘이 좋았다 . 디젤 엔진이 부럽지 않았다 .
아쉬운 점은 역시 연비다 . 날씨가 뜨거워 달리는 내내 냉방기를 틀고 들뜬 마음에 거칠고 빠른 주행을 했더니 평균 연비가 리터당 6km대를 기록했다 . 혼다가 밝힌 파일럿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8.2km다 . 3.5리터 가솔린 엔진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멀리 떠날 때 기름 값은 부담스러울 것 같다 .
파일럿의 매력에 빠지다 ...
1박 2일간 파일럿과 함께했다 . 같이 캠핑한 친구들도 파일럿의 매력에 쏙 빠졌단다 . 박스형의 투박한 외형이지만 자연과 더욱 잘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널찍한 실내는 많은 짐을 문제없이 적재하고도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 조용한 엔진 사운드와 편안한 서스펜션은 여행 내내 이어지는 수다를 방해하지 않았다 . 혼다 파일럿은 가솔린 엔진과 부담스러운 크기로 국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모델이다 . 하지만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에 싫증을 느끼고 , 공간 활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겐 매력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다 .
글
김종우 iamwooh@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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