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이른바 ‘가지치기’ 차종을 가장 잘 만드는 브랜드다. 우선 전통적인 1, 3, 5, 7 시리즈의 틈새를 메우는 2, 4, 6 시리즈가 있다. X시리즈도 SUV 스타일의 1, 3, 5와 함께 쿠페 스타일 4, 6시리즈가 있고, 2시리즈는 MPV로 액티브 투어러(해외엔 그란 투어러도 있다)가 있다. 심지어 3시리즈와 5시리즈에 왜건형 ‘투어링’ 모델과 변종인 ‘GT’ 모델이 추가됐다. 정말 촘촘한 라인업이다.

가지치기 차종은 보통 볼륨 모델로 여기지 않는다. 말 그대로 틈새시장을 메울 독특한 포지션이어서 존재 가치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요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차 선택 기준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그렇게 시작한 얘기가 길어졌다. 수많은 가지치기 모델 중에, 당신의 상황에 맞는 한 대를 고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편집자 주-


스타일에 끌리다, 공간에 반하다



“종우야 BMW 가지치기 차종들 중에서 어떤 게 좋니?” 후배에게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명쾌했다. “당연히 쿠페죠. 그것도 4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센 M4요!”

왜 하필 M4일까. M6도 있을 텐데. 물론, 2도어 쿠페는 운전자에게 집중된 성향을 보인다. 매력적이다. 게다가 4시리즈라면 6보단 차체도 작고 경쾌해서 운전하는 맛이 날 거다.

“왜 M4야?” 후배에게 다시 물었다.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프론트 그릴에 M 배지 하나면 끝 아녜요?” 이런 얘길 한다. 예상 밖의 대답이다. 이어 되묻는다. “그러면 선배는 뭘 고르시겠어요?”



잠깐 고민했다. “난 GT. 3GT” 딱 떠오른 차가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GT)다. 3시리즈 투어링보다 GT가 끌렸다. “왜요?” 후배가 따지듯 묻는다. “5시리즈 GT는 나이 들어 보이고, 결정적으로 너무 비싸. 3GT가 5세단보다 넓지 않나?”



“의외로 소박하시네요. 근데 3GT는 작지 않아요? X4가 낫지 않나?” 귀찮게 따진다. “3GT가 더 크고 가격도 더 싸” 최대한 친절히 답하려 애썼다. 뭐, 당장 살 건 아니지만.

후배는 3GT 선택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가보다. 한마디 더 한다. “선배, 요샌 자꾸 큰 차에만 관심을 갖는 거 같아요. 달리는 거 좋아하잖아요?” 정확했다. 달리는 걸 좋아하지만, 어쨌든 당장 큰 차가 필요하다. “넌 아직 아이가 없잖아. 어디 한 번 가려면 챙겨야 할 게 얼마나 많은 줄 모르지? 카시트 실어야지, 유모차 실어야지, 기저귀 가방에, 갈아입을 옷에, 먹을 것도 챙겨야하고... 그래서 자꾸 큰 차에 눈길이 가거든”



얘기를 듣던 후배는 조카 생각을 하는 건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한마디 덧붙인다. “형수님이 운전하기도 좋겠네요...” 3GT는 휠베이스가 2,920mm지만 길이는 4,824mm다. 너비도 1,828mm로 중형차 크기다.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다. 게다가 가격도 6,000만원 근처다. M4보다 5,000만원쯤 싸다.



“M4는 불편하지 않을까? 뒷자리 너무 좁지 않아?” 후배가 타고싶다던 M4와 3GT의 공간 비교를 자꾸 하게 된다. “전 선배처럼 뒤에 누굴 태울 일이 없어요. 굳이 캠핑 가야하면 글램핑이 있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자꾸 후배가 걱정이 될까. 이미 차를 산 것처럼 얘기가 오간다.


여유로운 GT, 달리고 싶은 M



“달려보자”

말이 필요 없다. 직접 타보면 안다. 차를 몰고 탁 트인 도로에 올라 여유롭게 기능을 살피던 중 함께 달리던 후배의 M4가 사라졌다. ‘뭐야...’

한참 뒤 약속한 목적지에 도착하니 왜 이제 왔냐면서 한마디 건넨다. “달리다 보니 잘 안보이던데, 차는 잘 나가요?” 이 녀석. 오랜만에 고성능 차를 타서 그런 걸까. 자세부터 건들건들 삐딱하다. 까불면 차 키를 뺏는다는 말에 갑자기 고분고분해진다.



“어, 잘나가... 근데 차가 많았으면 내가 먼저 갔을 수도 있어” 여유 있게 왔을 뿐인데 왠지 레이스에 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아닌데. “선배, 그 차 3시리즈 맛이 나요?” M4로 신나게 달려오느라 달리는 걸 제대로 못 봤을 거다. 궁금하긴 궁금한가보다. 뭐, 나도 M4가 궁금하긴 했다. 3인데 3이 아니라는 대답을 건넸다. “무슨 소리예요 3GT잖아요” 이녀석. 오늘따라 왜 이리 말이 많은 걸까. “그란투리스모잖아. 생각보다 훨씬 편해. 사륜구동이고 하체도 꽤 부드러워. 이따가 한번 타봐” 귀찮아하면서도 대답은 꼬박꼬박 다 해주는 내 모습도 흥미롭다.

“그래, M은 어떻든?” 무심한 듯 질문했더니 신나서 대답한다. “생긴 건 좀 독특한데 막 달리고 싶어 하는 거 같지 않아요? 밟으면 밟는 대로, 돌리면 돌리는 대로 반응하던데요? 소리는 또 얼마나 끝내주던지”



“토크가 얼마더라? 찾아봐” 제원을 물었다. “55는 넘는 거 같던데. 잠시만요.....어디보자...56.1kg.m네요” 생각보다 높았다. 출력도 400마력 이상이다. 정확히는 431마력이나 된다. 입꼬리가 올라간 후배가 3GT 제원을 열심히 찾는다. “184마력에 38.8kg.m네요. 아! 그래서 아까...”



“그래도 2리터 디젤이 184마력이나 되는 건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배가 입을 연다. “M4는 3리턴데 431마력이잖아요. 물론 가솔린 터보지만...” 숫자 싸움하자고 차를 고른 게 아닌데 자꾸 성능을 들이민다. 모든 차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거고, 그런 점을 찾는 게 우리 역할이다. 이런 점을 다시금 깨우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4 키 내놔” 후배는 놀이동산에서 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 같은 표정이다. 


컨셉트에 잘 맞춘 차



두 차는 닮았다. 같은 회사 차종, 비슷한 차급인 이유도 있다. 물론, 결정적인 건 ‘쿠페’스타일 때문이다. 보닛이 길쭉하고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선이 완만하다. 부드럽고 길게 뻗었다.

예상은 했지만 M4의 운전석에 앉아보니 참 좁다. 시트도 버킷시트다. 뒷좌석도 큰 의미가 없다. 생각보다 3GT의 공간이 넓었나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을 탄소섬유로 마감했다. 고성능차를 탔다고 알려주는 듯하다. 게다가 주변 버튼들은 달리는 데 필요한 기능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귀여운 기어레버도 인상적이다.



패들시프터를 이용하며 속력을 높였다.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의 사운드가 매력이다. 거칠거나 아주 굵고 낮은 것도 아니다. 피곤하지 않게, 그냥 듣기 좋은 소리다. 차를 거칠게 몰아붙여보니 꽤나 거칠게 반응한다. ‘손 맛’이 있다. 움직임은 간결하고 경쾌하다. 달리 다른 표현을 써봐야 어색할 거 같다.



“GT 몰아보니 어때?” 미소를 지으며 후배에게 물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스포티한데요? 부드럽다고 해서 더 큰 차처럼 출렁이는 거 생각했거든요. 근데 3은 역시 3이네요” 갑자기 칭찬이 늘어진다. “선배가 왜 이 차 골랐는지 알 거 같아요. 정말 넓네요. 트렁크도 그렇고” 역시 차는 직접 타봐야 안다.

“선배, 근데 M4는 내장재가 아쉽지 않아요? 카본룩은 좋은데 1억이 넘는 차 값 생각하면 왠지” 3GT를 타더니 생각이 바뀐 걸까. 이런 얘길 꺼냈다. M4는 어쨌든 잘 달리기 위해 만든 차다. 문짝 두 개짜리 고성능 쿠페가 필요한 사람이 살 거다. 일단 여러모로 폼 난다. 물론, 달릴 땐 세상을 얻은 것처럼 즐거워진다.


두 차의 시승 소감을 정리하면...



두 차종 모두 각자의 컨셉트에 충실했고, 가지치기 차종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3GT는 3시리즈의 날렵한 핸들링 감각에 편안함을 녹여냈고, 부족했던 공간을 마법처럼 만들어냈다. 실속 있는 차다. 다양한 활용성이 특징이다. M4는 철저히 달리는 데 집중하려 노력했다. 화려한 내장재 대신 즐겁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많은 기능이 들어있다. 짜릿한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차다.


글/ 박찬규 기자
대화/ 박찬규 기자, 김종우 기자
사진/ 김진아 기자,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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