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엔진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적극 동참한다. 아울러 세분화된 라인업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다양해진 입맛을 만족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현대차는 주력 모델인 쏘나타에 다운사이징 모델을 투입을 결정, 지난 7월2일 2016년형을 출시하면서 중형세단의 상징과도 같은 ‘배기량 2.0리터’ 벽을 깨고 1리터 후반 대 엔진을 추가했다. 이에 현대는 9일, 인천 송도에서 다운사이징 모델 2종의 시승행사를 열고 앞으로의 전략과 비전을 소개했다.


쏘나타의 다운사이징 배경



현대가 간판 스타 ‘쏘나타’에 다운사이징 모델을 내놓은 건 치열해진 시장 상황 때문이다. 1세대 쏘나타가 출시됐을 때인 1985년엔 국내 판매 모델이 국산차 13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산차 52종, 외산 165종이 경쟁하고 있다. 그동안 승용차 시장도 서른 배나 커졌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며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소비양극화에 따른 실용적 소비문화와 소비자들의 다양해진 라이프스타일도 배경이다.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차종을 내놔야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 거란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결국 이런 이유로 쏘나타에 1.6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과 1.7리터 디젤 모델이 포함된 3가지 디자인과 7가지 라인업을 구축해 모델 간 틈새를 메우려 했다.



이 회사 곽진 부사장은 “상반기엔 RV 인기가 많았다”면서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일 거고, 쏘나타와 함께 새로운 아반떼도 투입해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국내마케팅실장 김상대 이사는 “제품과 서비스가 세분화됐고, 다양한 경로로 상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맥주도 입맛에 맞춰 골라 먹고, 신용카드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쓰는 시대”라고 비유했다. 제품계획도 그만큼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다운사이징 모델 판매량은 40%



현대는 쏘나타의 방향성으로 고성능/고효율/친환경이라는 세 가지 트렌드를 꼽았다. 이에 라인업을 7개로 늘리고, 다운사이징 엔진을 투입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동안 쏘나타는 가솔린과 LPi 모델 중심의 판매량을 보였다. 지난 2일 출시 후 계약 비율은 1.7디젤이 28%, 1.6 가솔린 터보가 13%, 2.0 가솔린 터보가 3%쯤이다. 다운사이징 라인업 판매비중이 적지 않다. 현대는 앞으로 1.6 터보 판매량이 더 늘어날 걸로 내다보고 있다.



파워트레인프로젝트 추진 실장 윤종혁 이사에 따르면 쏘나타 1.6 T-GDI(가솔린 터보 직분사) 모델은 즉각적 응답성, 스포티한 변속감, 경제성 확보에 주안점을 둔 차다. 최고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kg.m다. 세타 2.4 엔진보다 힘이 좋다. 현대차에 따르면 고효율 터보차저로 응답성을 개선했고, 텀블 강화 흡기포트와 높아진 압축비로 연소효율을 개선했다.



1.7 U2 디젤 모델은 저중속 가속성능에 신경 써서 동급 최고 수준 연비를 목표로 했다. 아울러 디젤 특유의 소음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최고출력은 141마력, 최대토크는 34.7kg.m이다. 복합연비는 리터 당 16.8km.

두 다운사이징 모델은 7단 DCT(듀얼클러치변속기)와 맞물린다.


“i40와 성격 달라 경쟁 없을 것”



i40는 현대차 세단 중 유일하게 1.7 U2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때문에 비슷한 급의 쏘나타가 같은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그렇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차 성격이 달라 걱정 없다”면서 “i40는 펀-투-드라이빙을 추구하지만 쏘나타는 훨씬 보수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격이 다른 만큼 i40와 세팅을 달리 했고, 중복을 피하려 노력했기에 서로의 시장을 가져갈 것”이라 덧붙였다.


대형차에도 다운사이징 이어질까



현대차는 이미 한 차례 엔진 다운사이징을 시도했다. 자연흡기(MPI)엔진에서 가솔린직접분사(GDI)방식 엔진으로 바꾼 게 예다. 그랜저의 3.3리터 엔진은 3.0리터 GDI로, 2.7리터 엔진은 2.4리터 GDI로 바뀌었다. 2.2리터급 디젤엔진도 추가하며 배기량을 줄이려 노력했다. ‘대형차는 3.0리터급 엔진’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업계에서는 주력 모델인 쏘나타에 가솔린 터보엔진을 얹은 만큼 그랜저 이상 모델에도 이를 적용할 걸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고배기량 터보엔진을 이미 개발한 걸로 안다”면서 “새로운 뼈대를 갖추면서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검토 중인 내용이며, 터보GDI는 선행연구팀에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 BMW 등 유럽 브랜드와 정면승부를 펼치면서도 나날이 강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려면 선택은 하나다. 다운사이징이다. 현대차의 목표는 모든 라인업에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하는 거다. 운전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효율이 높은 자동차들의 출시가 잇따르는 만큼, 현대차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할 걸로 전망된다.

글,사진/ 송도(인천)=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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