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표되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통해 미래에 우리가 타게 될 자전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올해 초 출시되었던 이탈리아 펄크럼의 스테디셀러 클린처(Clincher) 휠인 레이싱 제로 나이트(Racing Zero Nite)는 미래의 자전거에 가장 근접한 최신의 레이스 테크놀로지를 집약한 휠이다.

레이싱 제로는 펄크럼에서 선보이는 최상급 클린처 휠로 오랫동안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펑크가 발생하면 튜브만 교체하면 되는 클린처 휠의 정비용이성과 알루미늄 휠의 튼튼함 그리고 카본 휠에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런 레이싱 제로의 새로운 버전인 ‘나이트’는 세련된 검정 컬러로 온 몸을 감싼 모습으로 출시되었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는 튜브가 들어가는 타입의 타이어인 클린처와 튜브리스(Tubeless)두 가지 방식의 타이어를 모두 장착할 수 있는 ‘투 웨이 피트(2-Way Fit)’ 휠이다. 일반적인 알루미늄 휠에서 볼 수 있는 휠 측면의 브레이크라인까지 무광검정으로 코팅되어 마치 카본 레이싱 휠과 같은 강렬한 첫 인상을 보여준다.


 

업그레이드를 마친 스테디셀러

검은색의 강렬한 컬러는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브레이크 트랙 표면을 플라즈마 전해 산화 코팅(PEO, Plasma Electrolyltic Oxidation) 처리한 결과 검은색을 띄게 되었으며 내마모성과 제동성능을 한껏 높였다. 기존 레이싱 제로에서 격상되어 성능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휠로, 레이싱 제로 나이트는 비오는 날 라이딩을 하더라도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한 제동감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브레이크 트랙이기 때문에 구입 시 동봉되는 전용 브레이크 패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의 점이 있다.


: 림 내부는 매끄럽게 마무리되어 완전히 밀폐되는 구조이다. 사진의 구멍은 공기 주입용 밸브 장착을 위한 것이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의 투 웨이 피트(Two way pit) 시스템의 장점은 튜브를 제거한 타이어인 튜브리스(Tubeless)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휠의 안쪽을 보면 공기가 새지 않도록 구멍이 없이 매끈하다. 당연히 휠 안쪽에 림 테이프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자전거의 기재 고장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튜브 파손에 의한 공기압 손실이다. 튜브리스 방식은 타이어 내부에 펑크수리 고무액인 실런트를 넣어 타이어에 작은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즉석에서 자동으로 수리되게 할 수 있으며, 보다 부드러운 주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튜브 방식 타이어보다 낮은 공기압으로 세팅할 수 있다. 튜브리스는 이미 산악자전거에서 분야에서는 확고히 자리 잡았으며 로드바이크에서도 점차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에는 로드바이크 튜브리스타이어가 출시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기 좋아하는 얼리어답터 라이더라면 레이싱 제로 나이트와 튜브리스타이어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로드바이크용 튜브리스는 이미 프로레이스에 등장했고 지금도 성능이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많은 선수들의 자전거에서 흔하게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향후 튜브리스는 레이서들이 사용하는 전통적인 튜블러는 물론 일반 라이더들이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클린처 타이어까지 대체하게 될 것이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의 림 높이는 앞 휠이 26mm, 뒷 휠이 30mm로 서로 다르다. 전방의 휠 높이가 낮은 이유는 핸들링을 성능을 높이기 위함이며, 라이더의 출력이 전달되는 뒷 휠은 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서로 다른 사이즈가 선택되었다. 공식정보에서 휠세트의 무게는 1,428g 이며 권장 라이더 체중은 80kg이하이다. 또한 최대 라이더 체중을 110kg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만일 라이더의 몸무게가 80kg 이상일 경우에는 정기적인 점검을 권장한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는 휠의 명가 펄크럼의 최상위 제품답게 그들이 자랑하는 기술이 총 집약되어 있다. 조금만 눈썰미가 좋다면 레이싱 제로 나이트의 디자인과 기술적인 특징에서 펄크럼이 이탈리아의 자전거 명가인 캄파놀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는 휠이다.


 : 스포크의 패턴을 잘 보면 3개의 스포크를 한 조로 묶어 7방향으로 뻗어나간 것을 알 수 있다. 드라이브사이드:논드라이브사이드 스포크 개수가 2:1로 구성되어 있다.

뒷바퀴에 적용된 ‘2:1 Two-to-One Spoke Ratio™’는 좌우 스포크의 개수를 2:1 비율로 사용했음을 의미한다. 자전거의 우측에 체인과 각종 기어가 장착되는데, 휠이 받게되는 좌우방향의 부하 정도가 다른 점에서 스포크를 다르게 배치했다. 이러한 점은 이미 자전거의 각 부품들이 비대칭 형태로 제작되는 바탕이 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 뒷바퀴 허브의 모습. 스포크의 머리는 마치 블록처럼 허브 플랜지에 결합되며, 휠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스포크의 각도를 최적화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포크는 마치 칼국수 가락처럼 납작하게 디자인되었다.

펄크럼 역시 2:1 Two-to-One Spoke Ratio™를 통해 드라이브 사이드(Drive side)인 우측의 스포크 개수가 좌측의 2배다. 주행 중 휠이 받게 되는 저항을 효율적으로 분산하여 휠의 내구성을 높이는 동시에 드라이브 사이드에서 전해지는 힘 전달에 유리하도록 주행성능도 끌어올리는 설계다.



펄크럼 상급 휠의 허브에서 볼 수 있는 'USB' 마크는 ‘Ultra Smooth Bearings’의 약자다. 세라믹 베어링을 통해 구름 저항을 최소화한 것으로 레이싱 제로 나이트에도 역시 적용되어 있다. 부드러운 세라믹 베어링은 탁월한 구름성을 자랑한다. 주말 교외로 나간 라이딩에서 경쾌한 주행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며 격렬한 주행을 해야 하는 레이서가 십분 능력을 발휘하게 해줄 기술이다.


 

시승 - 수려한 외관과 향상된 제동 성능

레이싱 제로 나이트를 접하고 받게 되는 첫인상은 역시 수려한 외관이다. 무관 검정 컬러로 플라즈마 전해 산화 코팅된 림은 브레이크트랙까지 검정인 카본 튜블러 휠의 외관을 연상 시킨다. 자전거에 장착하고 보면 마치 로우 프로파일(Low Profile) 카본 휠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광 검정 컬러와 잘 조합을 이룬 화살표 무늬 데칼은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휠이 구르는 감각이 자전거를 통해 전해진다. 세라믹 베어링이 주는 주행감은 이전에 사용했던 휠들과는 다르다.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가볍고 부드럽게 구르는 느낌이 “휠의 구름성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 세라믹 베어링의 구름성은 정말 탁월한 것이었다.



급격히 속도를 올리는 스프린트에서도 휠은 빠르게 뒤따라오는 반응성을 보여주었다. 외관으로 보기에도 굵고 넓적한 블레이드 타입 스포크 그리고 상당히 큰 크기를 자랑하는 뒷 허브의 플렌지(Flange)는 레이싱 제로 나이트를 단단하고 반응성이 뛰어난 휠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회전하는 감각은 부드럽지만 휠의 성격은 굉장히 단단하여 빠르게 반응한다는 느낌을 주는 휠이다.



단단하고 구름 저항은 적게 느껴지지만 로우 프로파일 휠의 특성상 공기저항 때문에 고속을 유지하는 순항에서는 한계를 느끼게 한다. 페달링을 늦추면 스피드가 떨어진다. 오르막에서는 살짝 무게감이 느껴진다. 경량의 카본 튜블러 로우 프로파일과 생김새가 닮았고 출시 당시만 해도 경량의 휠에 속했지만, 최근 워낙 가벼운 휠들이 많이 출시된 탓이다. 하지만 오르막길에 승부수를 띄우는 클라이머 타입 레이서가 아니라면 부담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에서 새롭게 변화된 코팅된 브레이크 트랙을 테스트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길고 직선으로 뻗은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레버를 서서히 당길 때 브레이크 패드가 닿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감속이 이루어지는 균일한 제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전에 사용했던 브레이크들은 휠에 브레이크패드가 닿아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압력에 이르러야 급격하게 감속이 시작되곤 했다. 이런 감각에 익숙해져있던 라이더라면 정밀한 브레이크 조작이 가능한 레이싱 제로 나이트의 새로운 브레이크 트랙이 말 그대로 신세계라 느껴질 것이다. 아쉽게도 연일 이어지는 메마른 날씨에 이러한 감각이 비오는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어서 가뭄을 밀어내며 호기심도 충족시켜줄 장마가 오길 기다려 본다.



레이싱 제로 나이트는 물론 모든 면에서 완벽한 휠이 아니다. 그러나 유지관리가 쉬운 고성능 알루미늄 휠을 원하는 라이더에게는 그 어떤 제품보다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는 휠이다. 클린처 휠의 유지보수 용이성과 차후 튜브리스타이어까지 사용할 수 있게 만든 투 웨이 피트, 부담되지 않는 적당한 무게, 세라믹 베어링 허브의 탁월한 주행감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브레이크까지 모두 레이싱 제로 나이트에 대한 만족도를 극대화해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올 블랙의 멋진 외관도 빼놓을 수 없다.



동호인 라이더는 무엇보다 ‘멋’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들 한다. 이 말은 빠르고 경쟁적으로 위험하게 타기보다는 즐겁게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을 만들어나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라이더 자신의 환경에 알맞고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여러 장점을 골고루 갖춘 레이싱 제로 나이트는 그런 만족을 줄 수 있는 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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