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굵직굵직한 선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 앞모양에 힘을 더 줬다 . 매쉬타입 프론트 그릴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 그 위에 크라이슬러 윙을 달아 멋을 냈다 . 플래그십 모델답게 곳곳에 번쩍거리는 크롬도금 장식을 더해 위풍당당함을 뽐낸다 . 60년 역사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재해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특히 이탈리안 감성이 더해지며 다소 크고 거친 이미지에 부드러움을 가미했다 . 3세대 크라이슬러 300C 부분변경 모델의 첫 인상이다 .
거대한 외형답게 크라이슬러 300C의 길이는 5미터를 넘어선다 . 폭도 1.9미터에 달한다 . 정말 크다 . 구형과 달리 곡선을 많이 써서 부드러움을 강조했지만 , 태생은 감춰지지 않는다 . 무게도 1.9톤에 육박한다 . 국내 수입세단 중 ‘가격대비 ’ 가장 큰 대형세단이다 . 큰 차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맞아서인지 판매량도 꾸준하다 .
부드러운 가속감과 서스펜션 세팅
크고 무거운 차체로 인해 다소 굼뜬 움직임을 예상했다면 분명 오산이다 . 크라이슬러 300C를 시승소감을 정리하라면 외강내유 ( 外剛內柔 )쯤 되겠다 . 엔진은 3.6리터 가솔린이다 . 세계적인 다운사이징 트렌드 탓에 이제는 고배기량 엔진이 돼 버렸다 . 8단 자동변속기와 만나 최고출력 286마력 (PS), 최대토크 36kg·m의 성능을 낸다 . 차 크기에 비하면 숫자가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분명 다른 느낌이다 .
분명 , 부담스러운 크기지만 초반 거동은 의외로 신속하고 부드러운 편이다 .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도 매력적이다 .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차를 조용하게 밀어 보낸다 . 노면 충격을 잘 거르는 서스펜션은 착좌감이 좋은 운전석 시트와 어우러져 마치 물위를 미끄러져 가는 요트와 같은 승차감을 준다 . 이러한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 요철이 심한 지형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
크고 묵직한 무게감은 고속주행시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 운전대를 흔들어도 버둥거림 없이 느긋하다 . 하지만 고속 코너링 땐 무거운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 코너에서 바깥으로의 쏠림을 주의해야 한다 . 스포츠카가 아니다 . AWD 모델이었다면 조금 더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
달릴 때 소음이 들어오는 것도 꼼꼼하게 잘 막아낸다 . 워낙 조용한 엔진이라 급가속시외에는 엔진 소리가 들어오지 않고 , 하체 소음이나 풍절음도 적은편이다 . 특히 지붕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선루프에서도 주행 시 소음유입이 적다 .
급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이톤의 엔진음을 내지르며 역동적 바뀐다 . 엔진음과 배기음 소리가 대형 세단의 이미지에 맞지 않게 스포티하다 . 의외였다 . 자연흡기 엔진에서의 부드러움도 인상적이다 . 높은 엔진 회전 수 (RPM)에서도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 최고출력은 6,000rpm 부근이다 .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감이 부드럽고 재빠르다 . 시승차보다 상위트림인 300C AWD는 패들시프트가 달려있고 , 스포츠 모드를 고를 수 있다 . 하지만 시승차엔 수동변속 모드라곤 L단 밖에 없어 아쉬웠다 . 또한 FCA코리아가 300C 출시 때 강조한 최신 주행 편의 장비는 300C AWD에서만 고를 수 있다 .
클래식한 전면 디자인과 듬직한 실루엣
외부 디자인의 가장 큰 변화점은 앞모양이다 . 커다란 매쉬 타입 프론트 그릴과 큼직큼직한 헤드램프 , 안개등이 조화를 이룬다 . 특히 프론트 그릴위에 올려진 크라이슬러윙은 클래식한 이미지의 정점이다 . 수트를 입은 남자의 어깨마냥 뒤태는 깔끔하게 각이 져 있다 . 새롭게 디자인된 테일 램프와 널찍한 면을 살린 뒷모습은 뒤따라오는 차를 압도할 것 같다 .
옆태는 여전히 강인하다 . 보수적인 루프라인과 탄탄한 사이드라인이 긴 차제와 어우러져 듬직한 이미지를 풍긴다 . 기본으로 장착된 20인치 휠이 주는 위압감이 상당하다 . 휠 하우스가 어지간히 커 20인치 휠을 문제없이 껴안았다 . 타이어는 고속주행 안정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굿이어 이글 F1 245/45ZR20이 장착돼 있다 .
내부 마감재 품질은 아쉬워
잔뜩 힘을 준 외부에 비해 내부는 조금 심심하다 . 특히 내장재질은 브랜드의 플래그십으로 보기에 다소 부족하다 . 계기반과 중앙 멀티미디어 터치패널과 각종 버튼의 배경색을 시원한 블루계통을 사용해 다소 보수적인 포지션에 젊은 감각을 불어 넣었다 .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업데이트를 통해 반드시 개선하는 편이 좋을 거 같다 . 아이콘과 글자체 (폰트 )가 어색하며 , 내비게이션 그래픽은 보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만든다 . 지도 데이터도 현재 도로사정과 차이가 컸다 .
뒷좌석 승차감은 편안하다 . 시트도 적재함 쪽으로 푹 들어가 있어 앉았을 때 안락의자에 앉은 것처럼 몸을 기댈 수 있다 . 몸이 가벼운 여성이 앉았을 땐 푹신하지 않다는 얘길 들었다 . 1열 시트 뒤쪽 디자인을 다듬어 레그룸을 20mm정도 확보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앉아보면 더 넓어진 느낌이다 . 하지만 차의 오너드리븐 성향을 말해주듯 2열 시트 중간에 암레스트는 형태나 위치가 꼼꼼하지 못해 아쉬웠다 . 뒷좌석 편의장비가 부족했다 .
오디오는 알파인의 276W 출력의 6개 서라운드 시스템을 사용했다 . 저음을 강조한 세팅인지 베이스가 강한 음악에 특히 잘 어울렸다 . 적재함 용량은 500리터로 전 모델에 비해 19리터 정도 넓어졌다 . 엄청난 크기다 . 연료탱크의 용량을 줄이고 적재함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
플래그십은 자동차 브랜드의 자존심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모델이다 . 최신의 첨단 주행기술과 안전기술 , 최고급의 내 ·외장재와 편의 시설을 듬뿍 담아낸다 . 크라이슬러 300은 1955년 출시된 C-300이 그 출발점으로 2005년 재탄생해 크라이슬러의 최상위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 이번에 시승한 300C는 플래그십의 위용에 맞지 않은 내장재 재질과 부족한 편의장비를 갖췄지만 외관에서 풍기는 박력은 어느 상위모델 못지않다 . 더불어 합리적으로 책정된 가격과 주요 구매 타겟층이 선호하는 푹신한 서스펜션 세팅과 주행 정숙성은 이차의 국내시장 입지를 수긍하게 하는 이유다 .
글
김종우 iamwooh@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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