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로드바이크에는 의미가 담긴다. 그리고 ‘엘파마 에포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많은 라이더들이 처음 자전거에 입문했을 무렵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이들이 에포카를 첫 자전거로 기억한다는 것은 에포카로 로드바이크의 재미를 알기 시작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에포카는 2005년 처음 등장하자마자 입문 로드바이크의 대명사가 되었고 에포카 R1 등의 모델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에포카는 지금도 입문자를 위한 훌륭한 로드바이크로서 많은 초보 라이더들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 필자 역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을 로드바이크의 세계로 이끌었는데, 이들의 동반자로 추천했던 자전거 목록에 항상 이름을 올렸던 모델이 바로 에포카다.
에포카의 성능과 디자인은 최신 트렌드에 맞게 진화를 거듭했다. 과거 에포카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올렸던 오각형 별모양 튜빙과 민트컬러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지금은 새로운 모습으로 많은 입문 라이더들을 자전거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에포카, 잘 만들어진 알루미늄 로드레이서
많은 라이더들이 엘파마 에포카를 ‘잘 만들어진 로드바이크’라고 평가한다. 엘파마 에포카는 내구성이 뛰어난 프레임이라는 탄탄한 바탕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왔고, 특히 2015년 모델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입문 급 로드바이크는 자전거 브랜드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문이기도 하다. 부품구성과 외형에만 치우쳐 제품 밸런스가 무너진 기형적인 모델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스포츠 라이딩을 즐기고자 한다면 부품의 등급만 볼 것이 아니라 기본기에 해당하는 프레임 성능를 중시한 모델을 구입하기를 권한다. 에포카는 오랜 세월동안 라이더들의 사랑을 받아온 베스트셀러 입문 로드바이크답게 기본 바탕이 되는 프레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에포카의 프레임은 더블버티드 알로이 프레임으로 제작되었다. 튜빙 내부에서 강한 수압을 통해 형상을 만들어내는 하이드로포밍(Hydro-forming) 공법으로 제작된 에포카 프레임은 내구성과 강성은 뛰어나면서도 무게는 가볍게 만들어 진다. 경쟁 대상이 되는 타 브랜드 제품들에 비할 때 손색없는 고급 알루미늄 프레임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짝 각진 타원형 다운튜브는 에포카 프레임의 단단함을 유지하는 중심이 되는 설계이며 상하로 넓은 형태의 오버사이즈 체인스테이는 강한 페달링에서 오는 형태 변형을 억제하여 프레임의 직진성능을 최대화 한다. 크랭크가 장착되는 바텀브래킷(Bottom Bracket)은 유지관리가 용이한 전통적인 나사산(English thread) 방식이다. 다양한 부품과 호환성이 뛰어나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오랜 사용에도 소음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얇은 시트 스테이와 옆으로 긴 타원 형태의 납작한 탑튜브는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설계다. 각 튜빙을 연결하는 용접 흔적을 최소화하고 매끈하게 처리한 스무드웰딩(Smooth Welding) 마감도 인상적이다. 입문자용 로드바이크를 표방하는 모델이지만 프레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이며, 단아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보여준다.
탑튜브를 지나게 되는 뒷브레이크 케이블은 튜빙 내부를 관통하는 인터널(Internal) 방식으로 제작되어 외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외부 오염에도 노출이 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에포카는 시마노 105 그룹셋 제품을 장착한 E5800부터 시마노 클라리스(Claris) 구동계 부품을 장착한 에포카 E2500 까지 부품 구성에 따라 총 4가지 등급으로 출시된다. 모두 동일한 에포카 HDR 스무드웰딩 알로이 프레임을 사용한다. 부담 없는 가격의 자전거가 필요한 입문자부터 알루미늄 프레임의 원하는 라이더까지 고려한 제품 구성인 동시에 엘파마가 에포카 프레임에 가지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라인업으로 생각 된다.
우리나라 굴지의 자전거 브랜드답게 한국인 체형을 고려한 지오메트리인 K-fit으로 제작된 점 또한 눈여겨볼 특징이자 구매 욕구를 당기게 하는 요소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460은 핸들바의 회전중심인 스티어러튜브에서 시트튜브까지의 수평거리를 잰 ‘유효 탑튜브 길이’가 505mm로 160cm 전후의 키가 작은 라이더도 탈 수 있게 설계되었으며, 가장 큰 사이즈 560은 신장 185cm인 라이더까지 탈수 있다. 에포카는 총 6가지 사이즈로 출시되어 라이더가 자신의 신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사이즈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에포카의 프레임은 최근 유행하는 색상인 매트 블랙 바탕에 레드와 화이트 포인트가 들어간 모델, 그리고 유광의 글로스 화이트/블랙까지 총 3가지 색상이 나온다. 신체에 맞는 세부 사이즈 선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상과 부품 구성에 따른 라인업으로 취향과 자금사정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것은 에포카의 큰 매력 포인트다.
시승 - 입문 라이더에게 만족을 줄 한국형 로드바이크
라이드매거진 기자가 시승한 에포카는 시마노 소라를 장착한 버전인 에포카 E3500으로 스포츠 로드바이크 입문용으로 적합한 모델이다. 사이즈는 500을 선택하였다. 수입 브랜드의 자전거였다면 가장 작은 사이즈를 선택하였겠지만 엘파마는 K-fit 지오메트리로 신장이 작은 라이더까지 염두에 두어 설계를 하고 있기 때문에 3번째로 큰 사이즈를 선택하여도 충분히 편하게 다룰 수 있었다. 약간의 슬로핑이 가미된 지오메트리는 입문자를 위한 제품을 넘어 레이싱용 로드바이크에서 느낄 수 있는 날렵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소라 허브와 알렉스 R500 32홀림으로 빌딩 된 휠을 장착하고 있지만 완성차의 실측 무게는 9.5kg에 지나지 않았다. 사이즈 50의 에포카 E3500 모델에 페달을 제외한 무게로 입문 급 모델임을 감안했을 때 가벼운 수준이다.
부품 구성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조향 파트, 그중에서도 마이너스 15도 스템은 눈길을 끌었다. 입문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로드바이크에 장착된 순정사양 스템은 짧고 각도가 높은 제품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에포카는 공격적인 포지션을 위한 스템을 기본사양으로 장착하고 있다. 반면 핸들바는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작은 콤팩트(Compact)핸들바다.
낮은 각도의 스템은 자전거를 더욱 날렵해 보이게 해주는 시각적 효과도 있다. 반면 낮아진 각도로 인해 라이더가 상체를 많이 숙이게 되어 자칫 초보 라이더에게는 버거울 수도 있을 텐데 콤팩트 핸들바를 사용하여 그 불편함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
9.5kg이라는 무게는 어디까지나 입문 급 로드바이크에서 가벼울 뿐이다. 레이스용 로드바이크와 비교한다면 역시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막상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9.5kg의 무게를 가진 자전거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르막길에서 가벼운 무게의 힐클라임 머신 로드바이크 같은 경쾌함은 없지만 금속소재 프레임이 주는 특유의 탄성은 강한 페달링에도 흔들림 없는 묵직함과 속도유지에 수월한 느낌을 준다.
내리막길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코너링에도 빠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로드바이크를 타기 시작한 초보자가 라이딩의 재미를 알아가면서 자전거에 대해 배우기에 충분하다. 고성능 로드바이크에서 느낄 수 있는 컨트롤 감각을 그대로 전해주는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면서 프레임의 뒤틀림을 최소화 하기위해 튜빙의 설계에 공을 들였다는 설명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다음은 차량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쭉 뻗은 도로에 나아가 마음껏 핸들바를 좌우로 비틀며 스프린트를 시도해 보았다. 자전거는 직진성을 잃지 않고 곧바로 전방으로 돌진한다. 단단하게 제작되었다는 뒷삼각의 느낌이 제대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물렁한 느낌 없이 깔끔하게 강한 페달링을 잘 받쳐준다.
자전거를 안전하고 재밌게 제대로 배우고 즐기려면 첫 입문 자전거부터 컨트롤이 수월한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신장이 작은 라이더도 편하게 다룰 수 있게 한 k-fit 지오메트리와 좌우로 비틀림을 최소화하여 라이더의 의도에 따라 잘 반응하게 만든 프레임,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에포카는 이미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로드바이크다.
오랜 기간 동안 입문라이더들에게 사랑받아온 베스트셀러는 진화를 거듭하여 더 좋은 자전거가 되었다. 시중에는 많은 입문 급 로드바이크가 있다. 브랜드의 명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다. 진정 가치가 있는 제품, 우리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에포카 E3500 제원
프레임 : 에포카 HDR 스무스웰딩 알로이
포크 : 에포카 알루미늄
크랭크 : 시마노 소라 50/34T
헤드셋 : VP A01ACG
핸들바 : 엘파마 디자인 드롭바 31.8 420mm
스템 : 엘파마 31.8 100mm
시프터 : 시마노 소라 3500 9단
브레이크 : 시마노 소라 3500
리어 디레일러 : 시마노 소라 3500
프론트 디레일러 : 시마노 소라 3500
체인 : 9SPEED 108LINK
카세트 : 시마노 소라 12-27T
휠 : 알렉스 R500+ 소라 32H 허브 + 스테인레스 292mm 스포크
타이어 : 에리선 래피드 700x23C
시트포스트 : 엘파마 27.2x250mm
안장 : 트로노 블랙/레드
색상 : 매트블랙+레드 / 매트블랙+화이트 /글로시화이트+블랙
사이즈 : 460 / 480 / 500 / 520 / 540 / 560mm
가격: 820,000원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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