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클립리스(Clipless) 페달과 일반 페달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던 시절도 있다. 지금은 누구도 클립리스 페달의 성능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당시엔 제법 심각한 주제였다. 지금은 로드바이크와 MTB 장르를 불문하고 입문자에게 클릿 슈즈를 권한다. 오늘날 클립리스 슈즈는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구비해야 하는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는 아직 입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사이클링 슈즈 브랜드가 많지 않은 편이다. 반면 세계 자전거 시장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이 있고, 자전거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국내에 소개되는 자전거 용품 브랜드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GAERNE(게르네) 역시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사이클링 슈즈 브랜드 중 하나이며, 특히 동양인의 발에 맞춘 게르네의 아시안 핏 슈즈들은 편안한 착용감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열성적인 사이클링 스포츠팬이 아닌 이상 게르네라는 이름이 친숙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르네의 역사는 1962년에 시작 되었다. 게르네라는 이름은 설립자인 에르네스토 가졸라(Ernesto Gazzola)가 본인의 이름에서 따왔고, 그 시작은 사실 오프로드용 모터사이클 부츠로 시작되었다. 게르네는 Made in Italy라는 타이틀과 함께 최고의 모터사이클 부츠 메이커로서 명성을 얻었을 뿐 아니라, 1980년대에 이르러 사이클링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게르네는 그동안 쌓아온 스포츠용 신발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드바이크와 MTB 양 분야에서 인정받는 고성능 레이싱 슈즈 메이커로 성장했다.
: 게르네는 사이클링뿐만 아니라 모터스포츠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게르네는 사이클링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주인공들과 게르네는 많은 순간을 함께했다. 1995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의 사이클 영웅 마르코 판타니가 랄프 듀에즈(Alpe d'Huez) 정상의 피니쉬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 했을 때 게르네의 크로노(Crono) 슈즈를 신었다. 최근에는 2009년 월드 챔피언에 오른 호주의 카델 에반스(Cadel Evans)가 게르네와 함께 했고, 2013년 밀란-산레모(Milan-San remo) 우승자 제럴드 치올렉(Gerald Ciolek) 또한 게르네와 함께 영광을 누렸다.
G.아비아 - 게르네의 엔트리 급 사이클링 슈즈
최상위 고급 제품들에 집중하는 브랜드와 달리 게르네의 사이클링 슈즈 라인업은 레저 라이더를 위한 모델부터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레이스용 슈즈까지 다양한 제품이 준비되어 있다. 처음 클립리스 슈즈를 시작하려는 라이더에게 고가의 사이클링 슈즈는 큰 부담이 되곤 했는데 이번에 게르네가 국내 출시한 엔트리 급 사이클링 슈즈인 G.아비아(G.AVIA)는 입문자를 위한 단비 같은 모델이다.
게르네 G.아비아는 입문자를 위한 로드사이클링용 슈즈다. 참고로 게르네의 사이클링 슈즈는 대부분 동일한 등급과 디자인을 가진 로드바이크용 슈즈와 MTB용 슈즈가 나온다. MTB라이더라면 G.아비아와 디자인과 성능이 동일한 산악버전 슈즈인 G. 코스모를 선택하면 된다.
아마 클립리스 슈즈를 처음 고르는 라이더라면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입문자용과 상급자용 모델을 구분하는지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당연히 상급자용 모델에 비싼 재료와 기술을 사용했겠지만, 일단 입문자용 모델이 상급자용 제품보다 성능이 많이 뒤떨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최상급 레이스용 클립리스 슈즈는 무게 200g초중반의 가벼움을 자랑하고, 신발 바닥을 가벼우면서도 딱딱한 카본으로 만들어 페달을 밟을 때 힘 전달력이 우수하다. 래칫 방식의 버클이나 보아다이얼을 사용해 신발이 발에서 놀지 않게 단단히 고정되도록 디자인 된다.
입문자용 모델인 게르네 G.아비아 슈즈의 외관을 살펴보면 신발 바닥에 나일론 소재의 밑창을 사용하고, 상단의 벨크로 벨트를 이용해 슈즈를 발에 맞게 고정한다. 물론 레이스용 슈즈가 더 가볍고 신기에도 편리하지만, 입문자용 모델에는 레이스용 모델과는 다른 나름의 장점이 있다. 게르네 G.아비아 슈즈는 레이스용 모델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기보다는, 클립리스 페달에 갓 입문한 라이더들의 라이딩 스타일에 맞게 개량된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가볍고 착화감이 우수한 사이클링 슈즈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내는 메이커라면 오히려 입문자용 제품일수록 더욱 신경을 쓰는 법이다. 입문자용 슈즈야말로 가장 많은 라이더가 사용하게 될 제품이고, 그 제품을 사용해본 경험이 다음 상급 제품에 대한 관심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G.아비아 슈즈는 입문자를 위한 제품이지만 첫인상에서 ‘싸고 허술한 신발’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갑피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를 사용했고, 실의 박음질과 본딩 역시 마무리가 깔끔하니 입문자용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게르네 슈즈의 명성을 엿볼 수 있다.
게르네 G.아비아는 라임, 레드, 앤스러사이트의 3가지 컬러 모델이 출시된다.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테스트한 G.아비아 라임은 흰 바탕에 눈에 잘 띄는 포인트 컬러인 라임으로 개성을 살린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사이즈는 여성들도 신을 수 있는 37(240)부터 발이 큰 남자 라이더를 위한 44(275)까지 준비되어 있다.
게르네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과 포인트 컬러는 G.아비아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고급스런 디자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전 라인업에서 일괄되게 적용된 디자인 덕분에 상급 슈즈의 날렵함이 G.아비아에서도 역시 느껴진다.
신발을 살펴보니 상당히 시원할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든다. 소재는 다중의 메시 구조 내피를 질긴 갑피가 덮은 구조이며, 전체에 걸쳐 통기구가 나있다. 갑피의 두께는 굉장히 얇고 부드러운 편이다. 발을 부드럽게 감싸는 편안한 착화감이 입문용 모델임에도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최상급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 착화감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컴포트 핏 텅(Comport fit tongue)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신발 혀 덕분에 상단의 벨크로를 단단히 조여도 발등이 편안하다. 혀가 굉장히 얇고 부드러운 데다 안쪽에 적당한 쿠션 패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클립리스 슈즈들이 장시간 라이딩 시 단단히 죄어진 발등에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게르네 슈즈의 부드럽고 편안한 소재와 디자인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윗부분을 살펴보았으니 힘 전달의 핵심이 되는 밑창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EPS LIGHT EVOLUTION SOLE 라는 이름의 밑창은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져 있지만 두께가 굉장히 얇다. 발바닥과 페달사이의 간격을 줄이면서 자전거와의 일체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무게 또한 가볍다. 게르네는 최상위 등급부터 G.아비아와 같은 입문 등급 신발까지 동일한 형태의 밑창을 사용하며, 소재에 차이를 둔다. 따라서 입문급인 G.아비아에서도 최상급 모델과 동급의 착화감을 느낄 수 있다.
신발은 전체적으로 폭과 높이가 넉넉하지만 뒤꿈치를 잡아주는 힐 컵(Hill cup)은 상당히 좁은 편이다. 페달링 중 발을 위로 끌어당기는 힘을 사용할 때 신발이 발목을 잘 잡아주는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발목 뒷부분을 잡아주는 힐 컵 역시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좌우로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반면 앞뒤 방향으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발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잡아 강한 페달링에도 발목을 고정하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다이얼이나 버클 같은 부가적인 부품이 없는 벨크로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신발 무게는 무척 가볍다. 시승에 사용한 G.아비아 라임 40사이즈의 실측 무게는 225g으로 상급 레이스 슈즈와 큰 차이가 없다. 힘 전달을 위한 바닥의 단단함에는 차이가 있지만 입문자가 그 성능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실제로 느끼는 제품의 만족도는 고급 슈즈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사이클링 슈즈는 한번 자신에게 잘 맞는 브랜드를 찾으면 다른 제품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특히 아시안 핏의 편안함을 강조하는 게르네의 G.아비아로 클립리스 슈즈에 입문하면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입문용 모델에서 상급 모델로 교체하더라도 동일한 형태를 적용했기 때문에 일정한 착화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입문자 역시 합리적인 가격에 상급 슈즈의 착화감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르네 G.아비아의 가격은 16만원으로 제품의 품질과 만족도를 생각하면 큰 메리트를 제공한다. 게르네 슈즈는 (주)엠비에스코프레이션을 통해 국내 공급된다.
글
문인영 moonyoung@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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