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주유로 1,000km를 주행할 수 있을까?”

'볼보 S60 D3' 시승차를 받자마자 든 생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문득 멀리 다녀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보'하면 '안전'이라는 말이 따라오는데다, 믿을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랄까. 게다가 최신 엔진 D3다.

보통은 서울 시내와 근교에서 시승을 하곤 했다. 이번엔 조금 더 멀리 가려 했지만 막상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은 전주였다. 최근에 많은 지인들이 다녀오며 소식을 들려줬었다. 전주엔 뭐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는지 궁금해졌다. 오랜 시간 운전하는 내내 옆에서 새처럼 조잘조잘 이야깃거리를 풀어 낼 수다스러운 친구도 섭외했다. 여행 준비는 끝났다.


"오래된 아빠 차 같아"



친구는 이 차를 보자마자 조잘조잘 말이 끊이질 않는다. "이 차 무슨 차야?" 차에 대해 잘 모르는 20대 중반의 그녀는 수입차라고 하니 무척 궁금했나보다. 앞뒤를 살펴보더니, "현대찬가? 오래된 아빠 차 같아"

‘이럴수가’ 국내에 아직 시판도 되지 않은 수입 신차의 굴욕이다.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는 이 브랜드의 특성도 한 몫 한 것 같다. 볼보의 디자인 수장 피터 호버리는 하나의 디자인을 꾸준히 고수해 오고 있다. 몇 세대 전 모델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도 큰 틀에선 비슷한 점이 많다.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거다. S60만 해도 벌써 몇 해가 지난 디자인이다.



실내는 어떤가.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하다. 동승석에 앉은 그녀는 이것저것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차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전동시트도 재밌다고 난리다. 정말 새로웠나보다. 그런데도 에어컨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쓴다. 바람이 나오는 방향도 쉽게 조작했다. 그만큼 직관적이란 얘기가 된다.



그리고 분명 이 차는 ‘새 차’다. 그런데도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누가 타던 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계기반 주행거리를 보니 100km도 되지 않은 완전 새 차다. 볼보는 모든 내장재에 환경 인증을 받았다. 유해물질에 대해 엄격한 회사다. 게다가 공기 청정 시스템도 있어서 꽃가루나 먼지를 잘 걸러준다. 냄새에 유독 예민한 두 여자는 하루 종일 새 차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수다에 빠져 들 수 있었을 거다.


장거리 운전을 위한 준비



멀리 다녀와야 한다. 아침부터 서둘렀다. 오래 운전하려면 시트가 편해야 한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느낌이 좋다. 하지만 운전 자세가 어딘가 어색했다. 기능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키가 큰 북유럽 사람들 기준에 맞춰진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시트를 최대한 앞으로 당겨도 키 작은 여성 운전자에겐 페달이 멀게 느껴졌다.



편한 신발을 신는 것도 피로를 줄이는 방법이다. 스타일을 위해서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면, 별도의 운전용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지갑을 가까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옆 좌석에 친구를 태우고 가방을 뒷좌석에 놨더니, 톨게이트 요금을 지불할 때 지갑이 뒤에 있어서 난감했다. 이럴 때 센터페시아 패널 뒤로 지갑이나 소지품을 놓을 공간이 있다는 것은 꽤나 유용하다. 차에서 내릴 땐 지갑을 깜박하면 안 된다.


도심형 중저속 위주의 세팅



드디어 출발이다! 고속도로를 타기 전, 시내 주행은 편안하고 제법 민첩했다. 정차 중에 엔진이 꺼지는 ISG(Idling Stop & Go) 기능은 차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미리 엔진이 꺼졌다. 엔진이 미리 꺼지는 시간만큼 연료가 더 절약될 것만 같다.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부드럽게 시동이 걸렸다. 일부 차들은 시동이 다시 켜질 때 요란한 소리와 진동을 느꼈는데, 이 차는 소음이나 진동이 적었다. 주행 중에도 실내가 조용해 디젤 엔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차가 조용하니까 옆에서 조잘대는 이야기에 집중하기도 좋았다.



드디어 고속도로에 올랐다. 도심 운전과는 다르게 고속에서 이상하리만큼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시속 110km까지 오르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그 이상을 원하면 엔진은 힘이 부치는 듯 더디게 속도를 올렸다. 총 주행거리가 100km도 안 된 완전 새 차다. 길이 들지 않은 탓도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드라이브 모드를 'S'로 바꿔봤다. ‘D'에 놓인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살짝 밀면 ’스포츠‘ 모드인 'S'로 바뀐다. 꽤 매력적이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S60 D3, 숫자가 말하는 의미



S60 D3는 볼보자동차의 중형 세단이다. 알파벳 S는 세단, 60은 중형을 의미한다. D는 디젤이다. 중요한 건 '3'인데, 숫자가 작을수록 효율을, 클수록 성능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즉, D3는 연비에 초점을 둔 D2와 출력에 중점을 둔 D4나 D5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된다.

유로6를 만족하는 2.0리터 급 디젤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50마력(PS, @3,750rpm), 최대토크 32.6kg·m(@1,750~3,000rp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자동 기어트로닉 변속기가 결합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덴 9초가 걸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116g이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6.7km(고속도로 19.7km/L, 도심 14.9km/L)다. 이번 시승은 80%가 고속도로 주행이었고, 반납 전 트립 컴퓨터에 찍힌 연비는 리터당 17.6km였다. 연비를 고려한 주행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고속도로 주행 구간에서는 평균 연비가 리터 당 20km를 넘었다.



만족스러운 운행 감각은 코너링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운전대는 좌우로 돌리는 만큼 정확히 차를 움직여 줬고, 그럴 때마다 차는 출렁임 없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잘 버텼다. 차가 무거운듯하면서도 민첩함을 잃지 않아 코너를 돌 때 안정감이 뛰어났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 전주

드디어 전주에 도착했다. 이번 시승의 목적지로 정한 전주는 근대 역사와 고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14년에 완공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과 조선 태조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이 좁은 길 하나 사이로 붙어 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선시대 건축물과 서양식 건축물을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전동성당과 경기전 주변으로는 한옥마을이 이어진다. 한옥마을엔 판소리 등 전통 체험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전통 공예품과 음식들을 팔고 있어 걷는 내내 눈과 입이 즐거웠다. 특히, 한옥 체험 숙박이 가능한 곳도 많아 외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오목대에 올라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한옥마을 주변의 도심지역은 도로와 차선이 넓지 않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의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인상적인 건 신호등이었다. 모든 도로의 좌회전과 직진이 동시신호여서 차선 변경하느라 당황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서울보다 운전하기 편했다.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S60 D3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저녁 11시가 넘어 운전을 마치고 보니, 주행거리는 어느덧 780km를 넘어섰다. 긴 시간과 먼 거리 운전이었지만 피곤함은 크지 않았다. 편한 시트와 고속 보다는 중저속을 유지한 운전 덕분이라 생각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기반을 보니 아직 연료가 많이 남았다. 주행가능거리를 살펴봤더니 285km라고 나온다. 이대로라면 한번 주유로 1,000km를 충분히 주행할 수 있을 것 같다. 

S60 D3는 도심에서 많이 쓰는 저속 구간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시내 운전에 더욱 편하고, 특히 요즘처럼 연비에 민감한 때 1등급 연비는 더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연비와 출력을 적절히 조율한 S60 D3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다.



여기에 한 마리 토끼를 더 추가하면, 안전 품목도 ‘볼보’답게 조목조목 들어있다. 저속에서 앞차와의 추돌이 예상되면 차 스스로 제동하는 ‘시티 세이프티 II’는 기본이고, 레이더 기반으로 사각지대의 위험요소를 알려주는 시스템은 더욱 좋아졌다. 반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 장치’ 같은 고급 안전 품목은 빠졌다. 그만큼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한 모델이란 얘기다. 연비와 주행감, 안전까지 실속을 따지는 운전자라면 중형 세단 중엔 고민 없이 이 차를 선택할 만하다.


글 : 김진아 기자
사진 : 김진아 기자,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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