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전거 동호인들의 최정상급 대회로 인정받고 있는 마스터즈 사이클링 투어(Masters Cycling Tour Korea, 이하 MCT)금산이 지난 8월 2일에 개최되었다. 일기예보는 소나기를 예상했지만 더운 날씨에 경기가 치러졌고, 참가자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라이드매거진 기자들 역시 ‘라이드매거진 TEST RIDE TEAM’ 소속으로 2명의 기자가 선수로 참가했다.
올해 마스터즈 사이클링 투어에는 많은 변화가 이루어 졌다. 참가인원 제한을 없애고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수들의 타 팀으로 이적을 제한하고 팀 포인트 랭킹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시도되었다. 올해 MCT는 강진, 나주, 양양, 영주, 금산, 인천의 총 6차전으로 진행되며, 2015 MCT에 참가한 선수들은 각각의 경기 포인트를 합산하여 6차전 이후에 치러질 올해 최대의 아마추어 사이클링 이벤트인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 스페셜 경기의 참가팀을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영향으로 2015. 7. 12(일) 예정되어 있던 MCT 경기(투르 드 코리아 2015 스페셜 예전 3차전)가 취소되었고, 5차전인 금산투어가 투르 드 코리아 2015 스페셜의 마지막 예선전이 되었다. 2015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의 마지막 프리테스트답게 총 388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한 번의 경기에 300명의 선수가 동시에 참가하는 것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만큼 자전거 동호인 꿈의 무대인 투르 드 코리아의 출전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6개의 언덕구간
마스터즈 사이클 투어 금산의 코스는 금산인삼종합전시관에서 시작한다. 코스는 금산 읍내를 통과해 첫 번째 언덕구간인 진악산 고개와 두 번째 언덕구간인 마이산 고개를 경유하게 되며, 한 바퀴 25.4㎞ 코스를 3바퀴 돌아서 총 80.2㎞를 달려 골인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코스를 3바퀴 도는 동안 넘어야 할 언덕의 수는 총 6번이다. 최대 난코스인 진악산 고개와 마이산 고개의 난이도를 묘사하자면 서울의 라이더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남산과 북악의 아리랑고개를 합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무더운 날씨에 가파른 언덕을 쉬지도 않고 온힘을 다해 6번이나 넘는다고 상상해보자. 정말 쉽지 않은 코스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평소 훈련으로 단련해온 언덕에 강한 선수들이라면 다른 선수들을 따돌리고 멀리 도망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진악산 고개는 5%에서 최대 15%의 가파른 경사도를 자랑하며, 첫 바퀴부터 선수들의 진땀을 빼게 할 것이다. 언덕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지만 가파른 경사에서 이어지는 급격한 코너와 코너에서 불어오는 강한 횡풍, 그리고 모래알과 자갈에 주의해야 한다. 집중력을 잃으면 아차 하는 순간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구간이 여러 곳에 있다. 코스 전 구간에 간간이 나타나는 고속주행 방지턱과 도로공사구간 또한 낙차의 위험이 있다.
줄어드는 그룹 생존자, 더위와의 사투
레이스가 시작되고 심판 차량의 유도가 끝나는 오픈구간이 시작되고 금방 고개가 나타났다. 선수 집단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평지구간과 달리 산악구간에서 각각의 선수는 순수한 자신의 체력을 시험받게 된다. 시즌 전부터 꾸준히 훈련해온 라이더와 그렇지 못한 라이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평지구간에서도 더위로 인해 급격하게 소모되는 체력 때문에 뒤쳐지는 라이더들이 속출했다.
소나기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체감온도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 선수들은 경기 중에 물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충분한 식수를 준비하고, 보급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 또한 레이스의 전략이다. 규정대로라면 피드 존(Feed zone)인 첫 번째 언덕 정상 이외의 장소에서는 물을 보급 받을 수 없다. 과거 몇 차례의 대회에서 보급 규정을 어긴 팀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보급구간을 지켜줄 것을 경기 전에 강조했지만 이번에도 규정을 어긴 팀이 있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갤러리의 입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언덕을 올라올 때, 시원한 물을 머리에 뿌려주고 새 물병을 건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선수들이 힘들어 할수록 갤러리들의 응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선수들 역시 물 한통에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팀을 가리지 않고 물을 뿌려가며 응원하고 환호하는 갤러리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다.
한 바퀴, 두 바퀴, 드디어 마지막 바퀴가 되면서 낙오자의 수도 점점 늘어갔다. 경기를 마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330명이 넘는 참가자 중 171명만이 완주했다고 한다.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는 팀 캐니언-LSR의 성종민이다. 최종 코너에서 같은 팀원인 김춘호와 윤중헌이 코너 제일 안쪽을 차지하면서 3명의 트레인이 그대로 골인지점까지 이어져 1,2,3위를 기록하여 멋진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경기를 마치고
피니쉬라인을 통과한 선수들의 표정에는 피로감과 함께 완주했다는 자긍심이 느껴진다. 특히 어려웠던 코스일수록 기쁨은 크다. 완주하지 못한 선수들에겐 분명 아쉬움이 남겠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다음 레이스를 위한 훈련 동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내리막길에서 사고를 당한 선수 소식이 들려온다. 낙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많다. 의욕이 넘쳐 공격적인 코너공략을 시도했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코스의 트러블이 낙차의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MCT에 출전하는 모든 라이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임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큰 사고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는 라이더가 그날의 승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전과 함께 많은 라이더들이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하는 점은 경기 매너다. 이제는 프로 레이스에서도 선수들이 보급식의 포장지 같은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던지지 않는다. 레이스 중이라 해서 이런 행동이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점점 늘어나는 자전거 인구와 함께 높아지는 레이스의 수준을 보면 동호인들의 실력에 감탄하게 된다. MCT가 사이클링 스포츠 동호인들의 성대한 축제로 더욱 성장하고, 멋진 사이클링 문화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MCT 금산 대회를 마치게 되었다. 이제 그동안의 각 경기별 누적 개인종합 랭킹을 통해 10월 말에 열리는 투르 드 코리아 2015 스페셜 경기의 엔트리가 MCT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MCT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8월 29일과 8월 30일에 열리는 MCT 인천강화 경기가 이틀 동안 진행된다. 올해 처음으로 이틀간 진행되는 인천강화 경기는 서킷 경기와 개인도로 경기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대한사이클연맹의 MCT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
백창인 cibaik@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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