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3는 '여성의 차'다? 그건 분명 타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예쁘고 귀여운 겉모양을 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차를 제대로 타본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거다.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남자의 차’라고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DS3는 겉과 속이 다른 차, 양의 탈을 쓴 늑대랄까.


고급스러워진 외모



동글동글하고 작은 차체는 누가 봐도 귀엽고 깜찍하다. 마침 컬러도 빨간색이다. 이러니 '여성에게 어울리는 차'라는 말이 입에 저절로 붙는 게다. 이 차는 길이×너비×높이가 3,950×1,720×1,480mm로 소형 해치백 모델이다. 크기와 제원이 비슷한 차는 아우디 A1과 폭스바겐 폴로가 있다. 디자인 면에선 MINI 쿠퍼나 피아트 500과 독특함을 견줄만하다. 게다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보석을 박아 놓은 듯한 새로운 헤드라이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새 차는 새로워진 라이트가 핵심이다. LED 램프는 멀리서도 반짝반짝 빛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 개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는 듯하다. 예쁘단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를 둘러싼 ‘ㄷ’ 형태의 방향지시등은 면발광 방식으로 불빛이 물 흐르듯 움직인다. 이름에 ‘라이트’를 강조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적용된 흰 색은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검은색 타이어에 흰색 휠을 장착했다. 빨간 보디컬러에 흰색 휠은 정말 눈에 띄고 독특하다. 횡단보도 앞 신호대기 순간이면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겉모습 뿐 아니라 실내도 제법 예쁘다. 검정색과 짙은 회색 인테리어에도 부분적으로 흰색을 썼다. 유광 재질 검정색 패널 양 끝에는 환풍구를 둘러싼 흰색 플라스틱 마감을 볼 수 있다. 운전석 쪽 환풍구는 클러스터를 둘러싼 흰색 패널과 이어져있다. 검정색의 어두운 자동차 실내에 흰색을 사용해 산뜻한 맛을 더했다. 




넓은 앞좌석과 알찬 수납공간



DS3는 5인승 3도어 소형 해치백 차다. 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길이가 4미터도 안 되니 그럴 법도 하다. 그에 비해 앞좌석은 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특히 동승석은 뒤에 앉은 친구를 위해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아도 무릎 앞 공간이 남는다. 운전석은 키 작은 여성 운전자라도 거뜬하다. 페달에 발이 닿지 않을 일이 없을 정도로 시트가 가깝게 당겨진다.



게다가 좁은 실내를 알차게 활용해 수납공간을 넣어둔 점은 인상적이다. 앞 공간을 넓히느라 글로브박스 내부가 좁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널찍해서 놀랐다. 문이 없는 뒷좌석에도 벽면(?)에 작은 수납공간이 있다. 하지만, 차 어느 곳에도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놓을 컵홀더가 없었다.



왜일까. 프랑스 사람들은 보통 햇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마셔야지 차에서 마시는 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게다가 좁고 굴곡이 많은 도로에서 수동 변속기로 운전하려면 양손을 다 써야 하니 차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고. 대신, 뚜껑을 꼭 닫을 수 있는 물병을 넣을 공간이 문에 있다. 이 차는 생각 외로 역동적이다.


남성적인 차, DS3



다시 얘기하지만 예쁘장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그다지 '여성'스럽지 않다. 부드럽고 나긋나긋 할 것 같은 외모랑 다른 행동에 놀라곤 했다. 단단하고 무뚝뚝하며, 상냥하지 않지만 몸놀림은 민첩하다.



예쁜 외모에 홀려 기분 좋게 운전석에 앉았다가 깜짝 놀랐다. 푹신하고 안락한 시트를 기대했으나 옆구리와 허벅지를 단단히 받쳐주는 스포츠 버킷 시트다. 예사롭지 않다. 레이싱카에 장착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작은 차에 버킷시트가 장착돼 있다니. 분명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DS3의 단단한 서스펜션은 코너를 돌 때 진가를 발휘한다. 차체의 출렁거림이나 뒤틀림 없이 단단히 자세를 잡아준다. 회전반경도 적다. 코너를 돌 때나 U-턴을 할 때 민첩하게 돌 수 있다. 이 때 버킷 시트가 한 몫 거든다. 몸이 바깥쪽으로 쏠리는 것을 잡아주니 남성보다 몸집이 작은 여성에게 더욱 도움이 된다. 동승석도 똑같은 버킷시트다. 특히, 남자친구의 거친 운전 때문에 큰 시트에서 이리저리 몸을 가누지 못했던 여성이라면 이 시트가 맘에 들 거다.



이 차는 무뚝뚝하다. 이번엔 변속기 얘기다. 일반적인 자동 변속기에서 볼 수 있는 ‘P-R-N-D’ 방식이 아니다. 'R-N-A' 그리고 ‘+ M -'다. 몇 년 전 DS3를 처음 시승한 때 변속기를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DS3와 만났다. 여전히 낯설다. 출발은 A(오토) 또는 M(수동)모드에서 한다. 주차(P)모드가 따로 없다. 주차할 땐 중립(N)에 놓고 핸드브레이크를 당겨 마무리하면 된다.



이 차는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한 자동 6단 ETG(Efficient Tronic Gearbox)를 장착했다. 수동변속기를 누군가 대신 변속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른바 ‘스틱’ 차에 클러치를 없애 편리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그렇다보니 변속할 때마다 울컥거림이 있다. 수동변속기 차가 운전이 서툰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 시승하는 동안 몸에 조금 익숙해질 만도 한데 변속할 때 마다 긴장을 하게 된다. 언제 변속하는지 알려준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울컥거림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A모드에선 회전계 바늘이 3,000rpm을 가리킬 때쯤이나, 엔진 소리가 크고 거칠어질 즈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잠시 후 다시 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차가 한결 고분고분해진다. 발을 뗀 순간에 변속을 하게 되니 페달링은 부드럽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 방법이 귀찮아 보이지만, 나름 재미가 있다. 수동변속기 차를 운전하는 느낌을 준다. 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방법으로 M모드로 직접 변속을 하면 수동 변속기처럼 운전할 수 있다.



엔진은 1.6 e-HDi다. 최고출력 92마력, 최대토크 23.5kg·m의 힘을 낸다. 가속페달을 꾹 밟고 있으면 가속하는 내내 변속 충격 때문에 멀미가 날 것만 같았다. 사람에 따라선 정말 부드럽고 빠르게 운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운전을 잘 하는 베테랑 드라이버가 아닐까 싶다. 고속 구간으로 가니 엔진 소리가 다소 커지면서 꾸준히 속도를 올려 뒷심을 발휘했다.


최고 장점은 연비



DS3는 경유 1리터로 19km나 달릴 수 있다. 경차보다 좋은 연비다. 이게 다 엔진과 미션 덕분이다. 이 차에 장착된 e-HDi 엔진은 푸조의 3세대 스탑앤스타트(Stop & Start) 시스템을 적용했다. 속도를 줄이면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미리 엔진이 자동으로 꺼진다. 그 시간만큼 연료를 더 절약하는 셈이다. 심한 울컥거림으로 불편했던 변속기는 좋은 연비로 안 좋았던 인상을 만회했다.



장점은 또 있다. 이번 DS3에는 안전 시스템이 추가됐다.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할 때, 레이더 센서를 통해 전면에 추돌 상황이 예측되면 스스로 차를 멈추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가 탑재됐다. 운전이 서투른 운전자라면 유용한 안전장비다.


DS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DS3 뉴 라이트 시그니쳐



DS3는 DS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이다. 시트로엥은 DS 브랜드를 럭셔리 브랜드로 분리했고, 다방면에서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발맞춰 DS3도 기존에 비해 더욱 고급스럽게 변했다. 차 곳곳에 DS 마크와 패턴을 대거 사용해 DS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새 차는 구형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많지 않다. 눈에 띄게 새로워진 건 헤드라이트, 그리고 후방카메라와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등의 안전 편의장치쯤이다. 외에도 곳곳에 디테일을 추가하며 DS라인업의 정체성을 살렸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비교 대상이 비슷하다면 더 좋은 것을 고르는 게 당연지사다. 자신만의 개성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는  DS3는 ’다홍치마‘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글 : 김진아 기자
사진 : 김진아 기자,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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